뇌와 태반에 침투한다고?... 0.001mm 나노 플라스틱이 숨어 있는 바닷물

  • 등록 2025.07.23 16: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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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으로 보이지 않는, 1마이크로미터(백만분의 1=0.001mm)보다 작은, 박테리아 크기만 한 수를 셀 수 없는 나노 플라스틱 분자 조각들이 바닷물에 숨어 있다는 새로운 연구가 지난주 수요일 네이처(Nature)지에 발표됐다.

 

이 연구의 주저자인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소피 텐 히트브링크」는 "우리 모두 나노 플라스틱을 예상했지만, 놀라운 건 그 분량" 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 교수이자 네덜란드 왕립해양연구소의 과학자인 「헬게 니만」이 이끄는 보트 탐사에 동참해 유럽 해안선 인근 바다와 약 3,500해리에 달하는 수역에서 4주 동안 표본을 채취했다.

 

또한, 이번 연구의 저자 중 한 사람인, 독일 「헬름홀츠 환경 연구 센터」의 미세 플라스틱 및 나노 플라스틱 연구팀장인 「두샨 마테릭」은 “나노 플라스틱의 양이 북대서양 바다에만 최소 2,700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이는 모든 야생 육상 포유류의 무게보다 많은 양”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바닷물에서 나노 플라스틱을 발견하고 그 모습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저널에 공개했던 노트르담 대학교 공학과 교수 「텡페이 루오(Tengfei Luo)」는 "바닷물 속 나노 플라스틱에 대해 사람들이 우려는 했었지만, 실제 모습을 확인할 기술은 없었다"고 말했다.

 

나노 플라스틱은 1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미세한 분자 조각으로, 작은 박테리아 크기와 비슷하다. 연구진은 증발실에서 병에 담긴 바닷물을 건조한 뒤 소금기 있는 잔여물만 남기고 다시 가열했다. 이때 플라스틱 조각이 타면서 특유의 냄새 분자가 방출되는데 연구진은 질량 분석법을 사용하여 다양한 유형의 플라스틱과 관련된 화합물을 식별하고 신호를 측정했다.

 

마테릭 박사는 "플라스틱이 타면 냄새가 나지만, 질량 분석기로 감지할 수 있는 지문도 나온다."면서 "우리가 본 것이 나노 플라스틱 신호이고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대적으로 확신해야 했다"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해안선 근처에서 나노 플라스틱의 평균 농도는 물 1㎥당 25mg으로, 큰 새 깃털 하나의 무게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오염은 표면 근처에 떠다니며 소용돌이(gyre)라고 불리는 크고 회전하는 해류에 축적되는 경향이 있다. 연구진은 나노 플라스틱이 해안선과 수면 근처에 더 집중되어 있음을 발견했지만 오염 물질은 수심 4,500m에서도 검출되었다.

 

우리나라 주변 바닷물에서도 미세 플라스틱과 함께 나노 플라스틱이 발견된다. 루오 박사가 “나노 플라스틱은 매우 작아서 생물의 몸속으로 쉽게 침투할 수 있다”고 말했듯이 실제 우리 몸의 장기에서 확인된 미세 플라스틱은 대부분 나노 플라스틱이다.

 

물이나 음식과 함께 먹은 미세 플라스틱 중에서 소화기나 호흡기의 상피세포를 통해 흡수되려면 그 크기가 150마이크로미터보다 작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나노 플라스틱은 뇌동맥의 혈액뇌장벽(Blood Brain Barrier)을 통과해서 뇌 조직까지 침투하고 태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미세 · 나노 플라스틱에 들어있는 환경호르몬(가소제)을 비롯한 독성물질은 독성을 걱정하기에는 그 양이 너무 적다. 또한, 화학적으로 반응성이 매우 낮은 미세 · 나노 플라스틱은 대부분의 발암물질과 마찬가지로 ‘만성 독성물질’이다. 한 번만 먹어도 치명적인 독성이 나타나는 복어 독과 같은 ‘급성’과 달리 상당한 양을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섭취해야만 문제가 생기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바닷물에 함유된 엄청난 양의 나노 플라스틱이 당장 인체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해도 앞으로 어떤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지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크기가 5㎜인 미세 플라스틱 1개가 부서지면 적어도 1억 2500만 개의 나노 플라스틱이 만들어지는데 인간이 당장 플라스틱 사용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나노 플라스틱의 오염 농도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음 달에는 100개국 이상의 대표가 제네바에 모여 유엔의 글로벌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마지막 회의를 연다. 어떤 대책이 나올지 모르지만, 세계의 바다는 수온이 상승하는데 다 미세/나노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간에게 치명상을 입힐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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