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상경제본부’ 가동...중동 전쟁 장기화 대응에 국가 역량 결집

  • 등록 2026.03.26 11: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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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무총리, ‘비상경제 대응체계’ 브리핑...“국가 역량 결집” 강조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점검회의’ 컨트롤타워...석유 최고가격제 등 조치


 

정부가 중동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제본부’를 전격 가동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대응체계’ 브리핑에서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최고 컨트롤타워로 삼아 국가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에너지·금융·실물경제 전반에 걸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체계 강화 방안이라는 분석이다.


김 총리는 “정부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이달 15일 ‘사막의 빛’ 작전을 통해 중동에 고립된 교민 204명을 아무런 사고 없이 귀국시켰다”며 외교·안보 위기대응체계 강화 성과를 강조했다. 김 총리는

 

이어 “중동 상황이 에너지·금융·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100조원+α 규모의 시장 안정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수 있도록 선제 대응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서민 물가 부담 경감과 수출기업 지원,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을 위한 ‘전시 추경’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이란 전쟁이 3주 넘게 이어지며 에너지와 원자재 부족 등 경제적 충격이 확대되고 있어 정부는 최악의 상황까지 포함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체계를 한층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김 총리는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비상경제본부는 기존 경제부총리 주재의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총리 주재로 격상·확대 개편한 조직이다. 회의는 당분간 주 2회 개최되며, 매주 1회는 총리가 직접 주재하고 나머지 1회는 경제부총리가 맡는다. 이를 통해 급변하는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부처 간 유기적 연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에는 별도로 ‘비상경제상황실’이 운영된다.


비상경제본부 산하에는 복합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5개 실무대응반이 운영된다. 먼저 △거시경제·물가대응반은 경제부총리가 반장을 맡아 거시지표 점검과 물가안정에 집중하며 △에너지수급반은 산업통상부 장관이 반장으로 유가 및 원자재 수급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이어 △금융안정반은 금융위원장이 반장을 맡아 금융시장 변동성을 24시간 감시하고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하며 △민생복지반은 보건복지부 장관 책임 하에 서민·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점검하고 지원책을 마련한다. 마지막으로 △외교·안보 연계반은 국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교적 협력과 안보 대응을 병행한다.


김 총리는 “정부는 비상경제 대응체계를 빈틈없이 가동해 국가적 위기상황을 반드시 극복해 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번 위기를 단순히 극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급망 경쟁력 강화, 자본시장 체질 개선, 에너지 구조 전환 등 중장기 과제를 신속히 추진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국 정부가 ‘비상경제체제’를 가동한 대표적 사례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두 차례다.


1997년 외환위기는 외환보유고 급감과 원화 가치 폭락으로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강력한 재정 긴축을 단행했다.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하고, 부실 금융기관을 정리하며 은행 시스템을 강화했다. 또 재벌의 무리한 확장을 억제하고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외환시장을 개방해 외국인 투자를 확대하는 조치도 병행됐다. 이 같은 대응은 경제 회복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실업률 급증과 중산층 붕괴라는 사회적 충격을 남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 불안이 원인이었다. 한국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대규모 경기 부양 자금을 투입하고,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며 은행 건전성을 강화했다. 동시에 글로벌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기업을 적극 지원했다. 이러한 조치 덕분에 한국은 비교적 빠른 회복을 달성했고, IT·벤처 산업 성장의 계기를 마련했다.


두 차례의 위기 대응은 모두 ‘비상경제체제’라는 이름으로 강력한 정책을 동원해 경제 붕괴를 막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당시 긴축과 구조조정은 사회적 고통을 수반했으며, 위기 극복 과정에서 안전망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과거 경험은 향후 위기 대응에서 경제 안정과 함께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정책 병행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과거 경험에 기반한 정부의 이번 비상경제본부의 전격 가동은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국가적 역량을 총결집하는 체계적 대응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단기적 충격 완화와 동시에 중장기적 경제 체질 개선을 병행하며,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위기를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김영명 기자 paulkim@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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