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의 후손, 왜가리가 청계천에 다시 나타난 까닭은?

  • 등록 2025.12.05 11: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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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인 지난해 10월, 미국 오리건주 남부와 캘리포니아주 북부에 있는 클래머스 강을 막았던 4개의 댐 중 마지막 댐이 철거됐다. 그러자 100년이 넘게 회귀의 길을 잃어버렸던 수백 마리의 연어가 누군가의 신호를 받은 듯이 상류로 힘차게 헤엄쳐 올라갔다.

 

인간이 막아 놓은 흐름을 인간의 손으로 거둬냈을 뿐인데 사라졌다고 여겼던 생명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되돌아온 것이다.

 

이는 우리가 약간의 공간만 되돌려 줘도 많은 종과 생태계가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준 증거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섬세한 생태계의 한 부분만 제거해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이야기만 끊임없이 들어왔다. 거의 모든 자연 다큐멘터리가 그랬다. 게다가 개구리에서부터 새까지, 종의 감소를 우려하는 과학 보고서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이 가운데 우리가 평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여섯 번째 대량 멸종"에 직면해 있다느니, 이미 멸종의 단계로 들어갔다는 메시지도 들어있다.

 

물론 일부 종은 보존을 위해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뉴질랜드의 날지 못하는 매력적인 녹색의 앵무새 카카포는 포식자에게서 벗어난 섬에서 보호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다. 그리고 기후 변화가 핵심 원인인 멸종 위기종 약 16%를 구하는 일은 꽤 복잡하고 전 세계적인 싸움이다.

 

하지만 많은 종과 생태계는 수많은 과학 보고서에서 주장하는 바와 달리 우리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비교적 간단한 조치만 취하더라도 회복될 수 있다. 이를테면 돌아온 연어처럼 들소, 코끼리, 혹등고래, 왜가리, 흰머리독수리 등 많은 종이 자연생태계가 좋아지면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또한, 곤충 개체수 감소에 대한 온갖 우려가 넘치지만, 많은 곤충이 매년 수천 개의 알을 낳는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신중한 살충제 관리와 서식지 복원-농부들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은 곤충 개체수를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생태계 전체도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 2009년 생태학자 홀리 존스와 오스월드 슈미츠는 생태계의 3분의 2가 심각한 교란으로부터 적어도 10년 안에 부분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인간이 벌목, 트롤 어업, 오염과 같은 활동을 중단하면 예전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어도 수생태계는 즉시 생명으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농업과 목재를 위해 벌목되었던 미국 북동부의 광활한 숲은 농부들이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밤나무는 사라지고 늑대 대신 코요테의 서식지가 되어 예전의 숲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생명으로 가득하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도시로 인구가 이동하면서 경상북도의 산림은 원시림처럼 깊어졌다.

 

자연은 단순히 반복하는 일만 하지는 않는다. 생명이 있는 모든 유기체가 어디에서 살고, 뭘 먹고, 누구와 짝짓기할 것인지, 선택하며 적응하고 변화하니까. 그러니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 풍경이 그 옛날 모습과 다르다 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그저 풍경은 지금 만들어진 환경 조건에 딱 맞는 활력과 지성을 반영하는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최근 나는 유튜브에서 서울 한복판에 있는 청계천으로 공룡의 직계 후손이라는 왜가리들이 날아와 물고기를 눈 깜짝할 새에 사냥하는 영상을 자주 보았다.

 

청계천 복원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든 어쨌든, 조선 태종 때 인공적으로 조성한 청계천의 모습이 아니든 말든, 그 영상은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자연이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인간 세계에 이룩한 자유와 번영을 지속하고 싶다면 더 많은 아파트, 더 많은 도로, 더 많은 댐을 건설할 게 아니라 강을 강답게 산을 산답게 만들어 인간이 살지 않는 야생의 세계에도 자유와 번영을 누리게 해야 한다. 그래야 댐이 사라지자 나타난 연어처럼, 청계천으로 날아온 왜가리처럼, 자연은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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