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논란’의 한강버스 직접 타보니...‘기우’로 그치길 ‘바람’

  • 등록 2025.11.11 18: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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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몰린 선착장 대합실 북적...출·퇴근 운항 시 혼잡 우려
운항 중 선수 갑판에 나간 시민들...‘뷰’ 좋지만 ‘안전’은?
비판적 시각에 불편한 서울시...“출퇴근 운항 전 보완 지속 할 것”

 

지난 1일 서울시는 한강버스 운항을 재개했다. 앞서 9월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지만 10일만에 잦은 사고로 운항을 중단하고 한 달 간 무승객 시범 운항을 거쳤다. 서울시와 언론보도에 따르면 운항 선박이 인도되기 시작한 직후인 3월부터 10월까지 총 16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정치권에서는 잦은 한강버스 관련 사고에 대해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로 운항을 시작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치적 쌓기’ 아니냐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운행 재개 사흘째인 지난 3일에도 여의도 선착장에 접안 중이던 한강버스가 선착장을 들이받아 선착장 내 커피숍이 정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음 날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안전사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데도 서울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계속되는 땜질식 대응으로 시민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면서 “오 시장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한 채 한강버스를 ‘한강 르네상스의 정점’이라고 홍보하며 본인의 치적 쌓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M이코노미뉴스는 한강버스를 직접 타보고 논란의 실체를 점검해보기로 했다.

 

 

◇ 좁은 대합실·개찰구 앞 여유공간 협소 등 인파 몰리면 위험

 

현재 한강버스는 매일 ‘마곡→잠실’, ‘잠실→마곡’ 양 방향 각각 8회씩 총 16회 운항하고 있다. 선착장은 마곡, 망원, 여의도, 압구정, 옥수, 뚝섬, 잠실 등 7곳이다. 마곡·잠실 구간 운항 소요 시간은 2시간 7분이다. 오전 9시부터 1시간 3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마지막 도착 시간은 오후 9시 37분이다.

 

운임은 3000원이다. 교통카드로 결제할 수 있으며 티켓을 구매해 이용할 수도 있다. 기자는 지난 6일 목요일 여의도 선착장에서 오후 5시 17분 잠실 방향 한강버스에 탑승했다.

 

여의도 선착장은 5호선 여의나루역과 인근 여러 버스 승강장에서 도보로 갈 수 있다. 과거 여의도 한강공원 매점이 있던 자리다. 출퇴근 시간 운항이 개시되면 많은 나들이객들이 합류해 이용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총 3층 건물로 1층은 타는 곳과 편의점, 2층에는 BBQ 치킨, 3층에는 스타벅스 매장이 자리하고 있다. 옥상은 피크닉존으로 조성됐다. 전체 건물의 규모는 크지 않다. 바로 옆 한강유람선 선착장과 비교해 매우 작게 느껴졌다.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경이다. 대합실에는 탑승을 기다리는 이용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대합실이 너무 좁게 느껴졌다. 개찰구 앞 여유 공간도 넓지 않은 점도 문제였다. 서울시는 내년 3월부터 출퇴근 시간대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현재와 같은 규모에 인파가 몰리면 큰 혼잡이 예상된다.

 

 

◇ 매끄러운 접안 과정...선체·선착장 간 충돌 없어

 

이내 배가 도착했다. 사흘 전 이곳에서 발생한 충돌 사고를 인지하고 있었던 기자는 배가 선착장에 접안하는 과정을 유심히 관찰했다.

 

배를 타고 내리는 곳까지 천천히 접근한 배에서 안전요원이 선착장 안으로 밧줄을 던졌고 대기 중이던 직원이 밧줄을 볼라드(낮은 높이 쇠기둥)에 묶었다. 이후 배는 선착장과 평행을 맞추고 완전히 멈추는 과정을 무리 없이 진행했다.

 

서울시는 무승객 시범 운항 기간 신임 선장을 대상으로 운항 훈련을 실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시범운항 기간 망원 선착장 부표 충돌 사고와 관련해 서울시가 당시 상황을 설명한 자료에서 밝힌 내용이다. 여의도 선착장 충돌 사고도 선장의 운행 미숙으로 일어났을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목격한 한강버스 접안 과정은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서울시는 여의도 선착장 사고에 대해 충돌 방지 페더가 선착장에 닿는 수준으로 사고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접안 과정을 지켜본 결과 패더의 '부딪힘' 조차도 느낄 수 없을 만큼 안정적이었다.

 

 

◇ 갑판 위 승객 나와 수변 풍경 구경...안전 펜스 있지만 불안감 있어

 

안심하고 배에 올랐다. 한강버스는 199인승·155인승 규모다. 길이 35.5m, 폭 9.5m, 무게 169톤이다. 선 내부는 비행기 좌석과 비슷한 구조로 배치돼 있으며 각 좌석마다 구명조끼가 비치돼 있었다. 좌석 간 통로는 비교적 넓은 편이며 화장실도 있다. 내부 카페테리아가 설치돼 있었지만 운영은 안 한 상태다.

 

여의도 선착장을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승객들이 선내를 나와 선수 갑판에 모여들었다. 한강을 재대로 즐기고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한 서울시의 배려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운항 중 선수에 나가는 것은 애초 계획에 없었다. 하지만 승객들의 요구가 있어 배려 차원에서 허락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강바람을 쐴 수 있고 한강 수면 위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경은 꽤 괜찮았다. 평소 가지기 어려운 시각으로 주변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승객들은 다음 정착지인 압구정 선착장 도착 전까지 바깥에 오래 머물렀다.

 

탑승한 승무원들이 끊임없이 안전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한강버스에는 두 명의 안전요원이 배치됐다.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선수가 강과 매우 가깝게 느껴져 다소 불안했다는 점이다. 추가로 투명 펜스를 선수 끝에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안전 요원의 구두 당부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또 한 가지는 선수에 나가기 위해서는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싶었다.

 

 

시 관계자는 추가 안전 펜스 설치에 대해 “운항 중 갑자기 배가 멈춘다든지 사고가 발생할 경우 닻을 내리거나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는데 선수에 구조물이 있게 되면 작업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박 규모나 구조를 감안하면 추가 설치가 어려운 부분일 수도 있겠다.

 

한강버스는 압구정 선착장에 한차례 멈춘 후 옥수 선착장으로 향했다. 옥수 선착장으로 향할 때는 선수로 나가는 게 허락되지 않았다. 옥수역 선착장은 1층 규모로 편의점만 자리잡고 있었다. 평소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이라 추가 입점은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 서울시 "16건 모두 조치 완료...재발 방지 대책도 세워"

 

서울시는 내년 3월부터 출·퇴근 급행 노선(15분 간격) 포함 7시부터 22시 30분까지 총 32회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이민재 서울시 수상교통사업과 과장은 M이코노미뉴스와 통화에서 “확대 운영 전까지 지속적인 점검을 통해 필요한 부분은 추가하며 안전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협소한 선착장 대기실과 관련한 질문에는 “현재는 총 16회 운항으로 비교적 항차(운행 횟수) 적어 인파가 몰리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 “출퇴근 시간 확대 운행 할 때도 병목 현상이 나타나면 구조변경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연일 이어지는 정치권과 언론의 비판적 시각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고 있다. 시가 사고를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도 있었고 행정안전부 안전 점검 결과 안전관리 미비로 지적된 건수가 23건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었다.

 

시는 이 같은 비판에 대해 해명자료(사고 건수 총 16건 관련 MBC 보도)에서 “사고 원인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선체 이상 문제가 아닌 운전미숙 및 안내 미흡 등 외부 요인이 대부분”이라거나 “민간기업(주식회사 한강버스)의 시운전·운항 중 발생한 사항은 원칙적으로 공개 대상이 아니며, 각 사고 사례를 확대해석할 경우 기업 이미지 손상 및 안전 관련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한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전사고는 일어나서 안 되기 때문에 예방이 가장 중요하고 비판적 시각은 반드시 필요하다. 시는 “현재 16건의 사고보고서를 국회의원실 등에 제출해 모두 공개됐고 모두 조치완료 및 재발 장지 대책이 수립됐다”면서도 “더 이상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시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노철중 기자 almadore75@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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