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은 지난 10월 10일에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을 비가 내리는 늦인 밤에 김일성 광장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히 거행했다. 지난 9월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행사와 매우 닮은 꼴의 행사였다.
북한의 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은 형식 면에서 중국 전승절 행사와 매우 닮았다. 몇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 시진핑 주석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좌우에 나란히 등장하게 함으로써 북·중·러 삼각 연대를 과시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역시 자신을 중심으로 중·러 2인자 와 멕시코·베네수엘라·이란·베트남 등 다수의 대표단을 대동해 열병식에 나타남으로써 국제적 지위를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둘째, 중국과 북한 모두 망루 외교로 북·중·러 연대의 초석을 달성하고 높은 망루 행사를 통해 그들 권위에 대한 최고의 위상을 높이고자 했다. 셋째, 양국 모두 공세적 현실주의 정책화를 내세우며 대거 공격용 무기를 등장하였다는 점도 유사하다.
중국은 2개의 항공모함 전투단를 동시에 무력 전시하고, 둥펑이 ICBM, 초대형 무인 잠수정 등 공격용 무기체계를 등장시켰다. 북한도 이번 열병식에서 화성-20 ICBM, 극초음속 미사일, 개량형 재래식 무기 등 공격형 신형 무기를 등장시켜 그들의 핵무장 능력과 미국에 대한 타격 능력을 과시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 북한 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무기체계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체계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20형’ ICBM의 등장이다. 김 위원장은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위해 베이징으로 출발 전 ICBM 연구소를 방문해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활용한 신형 고체연료 엔진의 최대 주력인 ‘화성-19형’과 차세대 ICBM인 ‘화성-20형’ 활용을 지시한 바 있다.
이후 한 달여 만에 대형 핵탄두로 미국을 겨냥한 ‘화성-20’을 등장시켰다. 화성-20은 화성-19보다 사거리가 긴 1만 5000Km 이상이며, 탄두부를 늘려 전술핵 탄두 적재량을 증가시켜 파괴 능력을 향상 시켰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신형 ICBM이 실험 단계를 거친다면 미국 본토를 향해 핵무기를 공격할 능력을 갖춘 나라로 중국, 러시아와 대등한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다음은 단거리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화성-11마’ 등장이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신무기로 평가받는 ‘화성-11마’는, 극초음속 탄두를 장착한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저공 비행하면서 대공 방어망을 무력화해 주요 표적 타격이 가능한 신형 무기이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남한을 겨냥한 재래식 첨단무기 대거 등장으로 전력을 현대화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했다. 핵과 재래식 무기 통합전략으로 재래식 무기를 현대화하고 있는 북한의 대표적인 무기가 신형 전차 ‘천마-20’이다. 이는 상대방의 대전차 무기가 접근하면 자동으로 반응해 요격하는 ‘하드킬’ 능동방어체계 탑재는 물론, 이미 요격 시험까지 선보였다는 점이다.
또한 신형 155mm 자주포의 현대화이다. 보다 더 장거리화하고 기동성 강화로 남한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켰다. 이번에 첫선을 보인 무인기 발사대는 러시아 란셋-3 발사대를 새롭게 개조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심대한 피해를 극복하려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특이한 복장은 길리슈트 무장 복장이다. 러시아 파병 경험으로 자기 몸을 보호하거나 은신하기 위해 나뭇잎 등 자연물을 의류에 붙이는 방법인데, 드론 등 열열상 장비로부터 식별을 제한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속수무책으로 노출되었던 북한 병사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한국전에서 드론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볼 수 있다.
◇ 북한이 열병식을 통하여 노리는 전략
북한이 열병식을 통하여 노리는 전략은 무엇일까? 북한 김정은은 중국 전승절 참가와 중·러 2인자를 대동해 북한 당 창건 행사로 자신의 국제적 이미지를 부각했다.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도 세계 언론으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행동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열병식에서는 고체연료의 화성-20형을 등장시키며 미국 본토까지 타격 능력을 보여주고자 했으며 극초음속 미사일을 대거 등장시켜 앞으로의 미·북 협상 전에 몸값 올리기 전략을 추구했다.
또 남한에 대해서는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강조하면서 남한 타격에 위협적인 화성-11마 및 현대화되고 개량화 된 재래식 무기를 내세워 대내 단결 도모 및 대화의 상대로 남한보다는 미국을 직접 겨냥한 전략을 모색했다.
비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야간에 강한 조명을 동원해 극적인 열병식 효과를 나타냄으로써 김정은의 강한 지도자상을 부각하고자 했다. 또한 최근 러시아의 파병부대와 북·러 국기를 동시에 열병하는 등 파병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북·러 밀착을 과시하고자 했다. 드론 등으로 현대화된 우크라이나 전투에 참가한 실전을 경험한 군대임을 남한 등에 과시하려는 저의도 있다고 본다.
◇ 북한의 열병식 함의
북한이 이번 열병식을 통해 우리에게 주는 함의는 첫째, 미국과 한국에 대해 대대적인 핵무기를 공개함으로써 한국과 미국의 국내 정치 변화에 따른 과도기에 무력을 시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원하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시사한 행동으로 해석된다.
둘째, 북한은 핵무기 열병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는 인상을 남겼다고 평가된다. 이는 지난 10월 9일 러시아 블라디미르 야큐세프 통합러시아 사무총장과 리히용 조선노동당 비서가 ‘통합러시아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지도부가 국방력 강화를 위해 취하는 조치들에 확고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내용에 합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합의문에 포함된 ’북한의 국방력 강화를 지지한다‘는 표현은 러시아가 사실상 북한의 핵 개발을 용인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셋째,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군사기술 지원을 받아 군사적 위협 수준을 높이며 미국과 한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전략을 추진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해방 군사작전’에 참가하고, 그 대가로 5,000톤급 최현급 구축함과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등 군사력 증강이 가능해졌다. 북한은 이를 통해 북·러 간 한층 강화된 군사 협력을 이번 열병식에서 과시했다고 볼 수 있다.
종합해 보면, 이번 군사 열병식은 지난 9월 11일부터 15일까지 한·미 핵협의그룹과 재래식-핵전력 융합 연습인 ’아이언 메이스(Iron Mace) 훈련과 마찬가지로 북한 역시 재래식 전력을 현대화하면서 기존 핵무기와 통합하는 북한식 재래식-핵융합(CNI) 역량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즉 이번 열병식을 통해 미국과 한국에 동시에 군사적 압박을 과시하고, 그들의 국제적 지위를 높이는 등 김정은 위원장이 추구하고자 했던 목적을 대부분 달성한 열병식이었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