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은 지난 5월 1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지 9일 만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바 있다. 이 후 이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중단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13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석을 둘러싸고 여야 간 논쟁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전체회의에서 “법사위는 그동안 지속해서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해명할 기회와 답변을 요구해 왔으나 시원한 의혹 해소는 없었다. 해명자료 또한 낸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국민을 대변해 이를 묻는 곳"이라며 “대법원장이 관례를 책임 회피 방패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국정감사장에 나온 조 대법원장은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은 대법원장으로서 국감의 시작과 종료 시 인사 말씀과 마무리 말씀을 했던 종전 관례에 따른 것”이라며 “삼권분립 체제를 갖고 있는 법치국가에서 재판 상황에 대해 법관을 감사, 청문의 대상으로 삼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을 마친 뒤 통상 관례에 따라 법사위원장 및 위원들의 양해를 구해 이석할 예정이었으나, 추미애 위원장이 이를 불허함에 따라 국감장에 계속 남아 위원들의 질의 및 의사진행 발언을 들었다.
야당 몫 법사위 간사로 내정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위원장 논리대로 한다면 대통령도 상임위 국감에 나와야 하고, 국무총리도 나와야 하고, 국회의장도 나와야 한다”며 “국회 법사위에서 헌정사상 전대미문의 기괴한 국감을 진행하지 말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했다.
같은 당 조배숙 의원은 “대법원장 이석하게 해 달라, 참고인도 본인이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고, 신동욱 의원은 “법원행정처장까지 나서서 이석을 요청하는데도 국회가 대법원장을 감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 법사위 간사인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여전히 내란을 극복하고 있는 과정에서 당연히 필요한 것들은 국회가 물어볼 수 있다”며 “왜 대법원이 대선에 개입했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하면 거기에 대해서 답할 의무가 있고 그것이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도 “판결에 유무죄 당위성을 묻는 게 아니다”라며 “이재명 (당시) 후보는 사회자 질문에 소극적으로 답한 거지 고의로 답한 게 아니라 기존 대법원, 헌법재판소 판례에 의해 명백한 무죄임에도 유죄 판결을 했다”고 지적했다.

조 대법원장은 서영교 의원이 “윤석열과 만난 적 있느냐, 한덕수와 만난 적 있느냐”고 묻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30년 전 87헌법이 성립되고 나선 대법원장이 나와 일문일답을 한 적은 없다”며 대법원장 이석 허가를 요청했다.
7명의 질의가 끝난 뒤 감사가 중지되자 조 대법원장은 “마무리 말씀 때 필요한 부분은 답변하도록 하겠다”고 하고 국감장을 나갔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대법원 등에 대한 법사위 국감에 약 1시간 30분간 자리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감에 성실히 임하여 삼권분립과 민주주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문대림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에서 “대법원 국정감사는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면서 “헌법과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지난 내란 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일, 그것이 사법개혁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희대 대법원장은 그동안 ‘비상계엄’, ‘법원 폭동’, ‘내란 주범 석방’ 등 국민적 공분을 산 사태에 대해 단 한 번도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며 “사법부의 수장이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그것은 독립이 아니라 회피이며 책임의 포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독립은 권위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판결이 헌법과 양심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 국민이 믿을 때, 비로소 사법의 권위가 세워진다”면서 “지금 국민의 시선은 냉담합니다. ‘양심의 독립’은커녕 ‘권력의 하청’처럼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조 대법원장은 오늘 국정감사장에서 끝내 이석을 택했다. 이는 국민의 대표 앞에 답해야 할 책임을 저버린 것이자, 사법부 스스로 개혁의 기회를 걷어찬 행위”라며 “국회와 국민을 모욕하고, 삼권분립의 정신을 왜곡한 무책임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 대변인은 “조 대법원장은 스스로 만든 불신의 벽 앞에서 더 이상 뒤로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면서 “오늘 국정감사는 사법부가 스스로 개혁의 문을 열 마지막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부요인에 대한 존중은 곧 삼권분립에 대한 존중이고, 헌법에 대한 존중”이라면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감의 증인으로 나와야 된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대통령실 국감에 나와야 될 것이고, 우원식 국회의장도 국회 사무처 증인으로 나와야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