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베트남, 30년 교역 성장 넘어 ‘포괄적 에너지 동반자’로

  • 등록 2025.08.23 1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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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 강국 베트남, 전력량 급증 및 탄소중립 새로운 과제
럼 베트남 서기장 국빈 방한...에너지·원전·핵심광물 협력
한전·한수원·두산에너빌리티 등 韓기업 베트남 진출 확대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수교 이후 불과 30여 년 만에 서로의 3대 교역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수교 당시 5억 달러에 불과했던 교역 규모는 현재 150배 이상 증가해 8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양국의 무역 품목은 직물·의류 같은 노동집약적 상품에서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 품목으로 고도화됐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양국 간 경제 협력은 제조업을 넘어 공급망·디지털·청정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 11일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국빈 자격으로 방한했다. 베트남에서 국가 최고 권력을 가진 인물이 방문한 사례는 2014년 이후 11년 만으로, 럼 서기장의 이번 방문은 한국과 베트남 관계를 전략적으로 심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 정상 간 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는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주년을 맞이한 해”라며 “양국은 2030년까지 교역 규모 1,500억 달러 달성을 위해 더욱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과 베트남은 교역 확대뿐 아니라 에너지·원전·핵심광물 분야에서 본격적인 협력을 선언했다.

 

 

◇베트남 경제 성장과 폭발적 전력 수요

 

베트남은 2023년 인구 1억명을 돌파한 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로 성장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GDP 성장률은 7.52%, 최근 15년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세계은행과 IMF는 연 6%대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앞서 베트남은 올해 4월 제8차 전력 개발계획 수정안을 통해 신규 원전 도입 및 재생에너지 확대 추진 방침을 밝혔다. 2035년까지 원전 4기를 가동하고, 지난 2023년 55% 수준이던 재생에너지 용량 비중을 2030년까지 62%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동안 베트남 경제의 고성장은 전력 수요 폭증으로 이어져 왔다. 베트남은 연간 전력소비 증가율은 10%에 달하지만, 전체 전력의 50% 이상을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베트남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LNG 도입, 원전 개발 등 대규모 에너지 시설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1만여 개 우리 기업들도 베트남에서 기업 활동에 한창인 가운데, 에너지 기업들은 현지에서 다양한 에너지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화에너지는 23억 달러 규모의 하이랑 LNG발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와 SK E&S 등 SK그룹은 베트남 현지에서 300MW 규모의 옥상 태양광 발전, 북부 지방의 200MW 규모 육상 풍력 발전 등을 추진 중이며, 한국전력은 지난해 기준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를 포함한 북부 지방 등에서 총 2400MW 규모 발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베트남 재생에너지·원전·핵심광물 협력의 3축

 

럼 서기장의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국과 베트남은 태양광·풍력·ESS 중심의 재생에너지 협력 MOU를 체결했다. 원전 분야는 양국이 전문 인력을 공동으로 양성하기로 했고, 올해부터 한-베트남 핵심광물 공급망 센터를 중심으로 협력한다.

 

특히 원전 분야는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원천기술과 지식재산권 관련 협약을 맺으며 북미, 유럽, 일본 등에서 단독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됐다. 또한 한전과 한수원이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에 1조원 규모 기술 사용료도 내야 하는 불평등 조항도 이번 협약에 포함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전은 베트남 닌투언2 원전 사업자인 베트남 국가에너지산업공사(PVN)와 경영진 면담을 시작으로, 공동 실무그룹 구성과 인력 양성 프로그램 공동 운영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과 베트남 간 원전 전문 인력 확보를 추진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양국은 태양광·풍력·ESS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베트남 해안은 아시아 최고 수준의 풍력 잠재력을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한국의 자본과 발전소 운영 경험이 결합하면 대형 프로젝트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희토류 등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베트남 광업제련과학기술연구소가 공동 협력센터 설립에 합의했으며, 2025~2029년까지 166억원 규모의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이 추진된다. 이는 재생에너지 장비, 2차전지, 반도체 산업 등 미래 첨단산업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직결된다.

 

이번 정상외교를 계기로 한전,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LS전선 등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베트남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베트남 응이손2와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지분에 투자한 한전은 올해 7월 호치민에서 열린 ‘‘ELECS VIETNAM 2025’에서 전력 중소기업들과 참여하고 같은 달 말에는 양국 간 원전 협력 워크숍을 통해 현지 수주 가능성을 타진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달 20일 호치민시 인근 껀터시에서 1155MW 규모의 오몬 IV 가스복합발전소 착공식을 가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베트남 설계컨설팅기업인 PECC2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이번 프로젝트에서 최신 세대 복합 사이클 가스터빈 기술을 적용하여 높은 효율과 연료 절감, 친환경 공정 실현에 나설 예정이다.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는 이날 착공식에서 “오몬 IV 가스복합발전소 프로젝트는 베트남이 석탄에서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이니셔티브”라며 “이 프로젝트는 베트남 내 자원, 예컨대 가스전을 활용하여 에너지 자급 능력을 강화하는 데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1992년 수교 이후 양국은 교역을 통해 ‘경제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면, 이제는 에너지·공급망·청정기술을 아우르는 전략적 동맹으로 확장되는 단계다. 럼 서기장의 방한으로 양국 관계의 질적 도약은 상징한다. 앞으로 한-베트남 협력은 단순한 무역 확대를 넘어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안보를 함께 풀어가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조승범 기자 jsb21@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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