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초부터 시작된 전 세계적인 폭염으로 농산물과 축산물의 수확량이 줄고 덩달아 가격이 오르면서 일반인들의 밥상을 위협하고 있다.
인류가 에어컨에 적응해 가는 사이 토치에서 나오는 열기와 같은 뜨거움에 노출된 밭과 목장, 가축 사육장, 바다 등에 사는 농산물과 동식물, 그리고 가축들이 폐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행정안전부 국민안전관리 일일상황보고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국내에서 폐사된 가축은 총 103만 5859마리로, 전년 동기(16만 5654마리)보다 6.3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돼지는 5만 1372마리, 가금류는 98만 4487마리였다.
가축은 체온이 오르면 사료 섭취량이 줄어들고 폐사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 닭은 자체 체온 조절 기능이 없어 폭염이 발생하면 폐사가 급증한다.
이에 따라 축산물 가격도 오름세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28일 기준 삼겹살 가격(100g·대형마트)은 3,117원으로,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5월 28일(2338원)과 비교해 두 달 만에 33% 뛰었다. 이날 기준 육계 가격(1kg·대형마트)도 7093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24% 올랐다.
기록적인 무더위로 우유 등 유제품 생산량도 감소했다. 젖소는 고온(27도 이상)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생산성이 감소하고 우유 생산량도 줄어든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우유 원유 생산량은 폭염 발생 전보다 5~1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폭염과 이어진 폭우로 인해 채소와 여름 과일도 가격 급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9일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5445원으로, 이달 초인 3일(3320원)과 비교해 4주 만에 64%의 급등세를 보였다.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1통)도 이날 기준 2만 9073원으로 같은 기간 26% 올랐고, 참외(10개)는 47% 오른 1만 9234원이 됐다.
문제는 폭염이 아직 '절정'에 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이번 폭염이 오는 3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후 며칠간 다소 흐린 날씨가 이어지겠지만 8월 초부터 다시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주요 농축산물의 가격이 더 오를 것은 뻔하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미국은 펄펄 끓고 있다. 7월 뉴욕과 워싱턴은 38.3도를 기록했다. 뉴욕보다 위에 있는 보스턴은 38.9도, 휴양도시로 유명한 팜스프링은 47.8도까지 올랐다. 이건 완전히 펄펄 끓고 있다고 할 만하다. 이런 고온에 닭과 소 등의 가축이 버틸 수 없다. 이미 올해 60만 마리의 소가 폐사했고 농작물이 자라는 밭이 타들어 갔다. 옥수수, 밀의 수확량이 20%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우리는 올해 가장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내년에 더 덥고 내후년에 더 더운 지옥 같은 폭염이 이어질 테니까 말이다. 얼마나 지구 온도가 뜨거우면 북극과 적도 사이의 온도 차가 줄어서 상공을 빠르게 돌던 제트 기류의 흐름이 늦어지는, 이른바 열돔(heat dome) 현상이 일어나겠는가? 이 때문에 뜨거운 공기가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 머물러 폭염을 쏟아낸다.
지금 지구는 매년 기록적인 여름을 갱신하며 식량 생산의 기반을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무너뜨리고 있다. 기후 위기는 단순한 기온 상승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생명의 근원인 물의 문제이고 흙의 문제이며 식량의 문제, 곧 사람이 생존하느냐 멸종하느냐의 문제다.
기후가 불안해 지면 농사는 도박이 된다. 예측할 수 없는 가뭄과 폭염, 병충해는 수확량을 줄이고 줄어든 식량은 식량 부족과 분쟁과 전쟁을 불러와 국경은 식량을 지키기 위한 전선이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여름’이 아닌 ‘생존’을 가르쳐야 하는 시대가 오기 전에, 그리고 굶주림의 미래가 오기 전에, 지구를 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소멸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