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 돼지, 그들이 바꿔놓을 세상 온다

  • 등록 2025.08.02 14: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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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주로 원숭이 등에 이식해 왔던 유전자 조작 돼지의 간을 곧바로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 시험이 시작된다. 최 근 미국 바이오기업인 이제네시스(eGenesis)와 영국의 의료기기 기업 오간옥스(OrgamOx)는 간부전 이종이식의 임 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종이식은 이번 임상뿐만 아니라 국내외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돼지 장기 를 활용한 심장·폐, 피부이식 등의 이식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데 유전자 조작 돼지 사육 현장을 보도한 뉴욕타임 스의 르포 기사를 간추려 소개한다.

 

 

유전자 조작 돼지, 크기는 작아도 큰 희망을 싣고 온다

 

2022년, 살아있는 사람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최초의 수술이 이루어졌다. 이듬해에 두 번째 수술이 이루어졌다. 두 번의 수술을 담당한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팀은 미국식 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 승인을 받아 말기 심장병 환자에게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의 심장을 이식했다. 하지 만 두 환자는 모두 2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숨졌다. 돼지와 인간 생체 구조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학계는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종 장기 이식 연 구를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월 일본 메이지대 산하 벤처기업 포르메드텍이 만든 인간 장기 이식용 미니 돼지다. 포르메드텍은 이종 장기 이식용 돼지의 난자에 세 포핵을 넣어 자궁에 이식했다. 이렇게 태어난 새끼 돼지 세 마리의 신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할 예정이다. 창업자인 나 가시마 히로시 메이지대 교수는 “이르면 내년, 돼지 신장을 인체에 이식하는 임상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제된 돼지로부터 얻은 장기 이식은 어느 날 일상화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렇더라도 윤리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게된다.

 

미국 위스콘신주 어느 시골의 어느 비밀 장소에 있는 300 에이커 규모의 농장은 크고 붉은 헛간이 점점이 박혀 있 는 들판과 야생의 푸른 치커리와 골든 로드가 경계를 이 루고 있으며, 세계에서 보살핌을 받는 데 있어서 손으로 꼽을 수 있는 돼지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들 돼지는 암퇘 지가 옮길 수 있는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제왕절개로 태어나고, 같은 이유로 모유 수유 대신 우유병으로 먹이를 먹는다.

 

생후 첫 며칠 동안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24시간 내내 모니터링을 받고, 장난감과 마시멜로를 간식으로 받 는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돼지들처럼 밖으로 나가 흙에서 놀 수가 없다. 복제품인 데다 체질적으로 약하며, 인간의 신체와 잘 맞는 신장, 심장, 간을 갖도록 유전적으로 조작 되었기 때문이다.

 

이 미니어처 돼지는 복제 및 유전자 편집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용해 수 세기 동안 꿈꿔왔던 이종이식(동물 의 신장, 심장, 간 및 기타 장기를 필요한 인간에게 이식 함)을 실현하기 위해 펼치는 대담한 과학 실험의 일부다. 만약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이 분야의 선두 주자인 미 매 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eGenesis」와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에 있는 「Revivicor(United Therapeutics Corporation 소유)」의 바이오테크 기업에 부를 안겨 줄 수 있다. 그런 장기를 필요한 수요가 엄청나니까 말이다.

 

약 1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장기기증 대기자 명단에 올라 와 있는데 대부분 신장이 필요하다. 매년 25,000개의 기증 된 신장만을 이용할 수 있어서 매일 평균 신장 대기자 목 록에 있는 미국인 12명이 사망한다. 과학자들은 먼저 유 전자를 조작한 돼지의 장기를 다른 동물에게 이식하고 난 다음 뇌사 상태의 환자에게 이식했다. 2022년에 연구자들 은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의 장기를 몇몇 중증 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고, 지난해 건강한 사람에게 이식했다.

 

"수천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살릴 수도 있는 뭔가를 우리 가 가지고 있는데 그들을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게 하여 죽음을 내버려 두는게 윤리적인 건가요?” 하버드에서 이 종이식을 연구하는 「eGenesis」의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KC 쿠퍼 박사가 물었다. 그는 대체 요법이 꽤 고무적인데도 사람들이 죽어가도록 내버려둔다는 건 윤리적으로 용 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이종 이식은 장기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오만하고, 허황한 기술 적 시도이며 더 간단한 해결책은 더 많은 장기 기증을 장 려하여 인간 장기의 공급을 확대하는 거라 말한다.

 

◇답이 없는 의문들로 가득 찬 이종이식

 

그러나 이종이식은 답이 없는 의문들로 가득차 있다. 돼 지는 인간에게서 살길을 찾을 수 있는 병원균을 운반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이식 환자에 게 나타나 퍼지면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니 그러한 증상이 관찰될 때까지 수년 또는 수십 년이 걸 릴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잠재적인 동물원성 감염의 전이 (zoonoic transference)는 이식 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따라서 영구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위험성이 작을 거 라고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제로(0)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써는 누구도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의 장기 가격이 얼마일지, 그리고 의료보험에서 이를 보장할 수 있을지 조차 모른다. 그러나 장기 부전으로 이틀에 한 번씩 4시간씩 투석기에 묶여 있는 많은 환자는 이 작은 돼지들에게 서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 한 투석 환자는 "이종이식에 대한 희망은 위험에 대한 두려움보 다 더 크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침팬지나 개코원숭이 대신 유전자 변형 돼지의 장기를 사용하기로 한 이유는 간 단하다. 돼지는 키우기가 쉽고 6개월 만에 성체가 되며 장 기 크기가 인간 성인의 그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eGenesis」의 과학자들은 먼저 돼지 신장을 마카크 원숭 이(macaque monkey)에게 이식했다. 하지만 인간에게도 효과가 있을까? 2021년 과학자들은 공상과학 소설에서 따온 듯한 급진적인 접근 방식으로 이를 알아내려고 했다. 연구자들은 가족의 동의를 얻어 뇌사 상태이고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한 다음 신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추적했다.

 

이 새로운 아이디어는 2017 년에 사망한 현대 이식의 아버지로 널리 알려진 토마스 스 타즐 박사의 아이디어로 여겨진다. 두 명의 선구적인 외과 의사가 이를 시도했지만, 서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아 무도 몰랐다.

 

한 사람은 뉴욕대학교 통합 학술 건강 시스템인 「NYU Langone」의 카리스마 넘치는 외과 의사인 로버트 몽고메리 박사다. 그는 자신이 심장 이식으로 생명을 건진 사람 이다. 그는 싱글 유전자 녹아웃(single gene knockout, 특별 한 유전자의 기능을 제거하거나 방해함으로써 해당 유전 자의 활동을 정지시키는 유전자 조작 기술의 하나임) 을 시키고 흉선 조직( ᅊᅨႁ჊, thymus gland tissue)을 붙인 「Revivicor」의 돼지 장기를 사용했다.

 

두 번째 외과의는 당시 버밍햄의 앨라배마 대학에 재직 중 이던 제이미 로크 박사다. 그는 몽고메리 박사 밑에서 수련 을 받았다. 로크 박사는 그녀의 논문이 의학 저널에 게재 될 때까지 기다리며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그녀는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6개의 인간 유전자를 추가하고 4 개의 유전자를 침묵시킨 돼지의 신장을 사용했다. 뇌사 환 자에게 돼지의 신장을 이식한 직후, 이 장기는 인간의 신장과 마찬가지로 기능하기 시작했다-소변을 만들고 혈액 의 노폐물, 소위 크레아티닌을 제거했다.

 

◇식인 상어에 먹힐 것인가? 해적에게 구출을 받을 것인가?

 

2022년초, 메릴랜드주의 57세 환자가 「Revivicor」에서 생산한 유전자 변형 돼지에서 적출된 심장을 이식받은 첫 번째 사람이 되었다. 그는 생명을 위협하는 부정맥을 앓았고 심폐 우회술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치료 옵션이 고갈 되었다.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병력 때문에 인간 기증 심장 대기자 명단에 오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메릴랜드 대학 의료 센터의 외과 의사인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가 돼지의 심장을 그에게 주겠다고 제안했을때 그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자 그는 "내가 꿀꿀거리는 돼지 소리를 내게 될까요?"라고 물었다. 새로운 심장은 이식된 후 펌핑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몸은 최소한 곧바로 이상징 후가 켜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의 면역 체계는 결국 매 우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해 약 2개월 후에 사망했다. 공식 사망의 원인은 심부전이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항 거부 약물(aniti-rejection drug) 을 사용할 수 없었다고 그리피스 박사와 그의 동료인 무하마드 모히우딘 박사가 말했다.

 

 

2023년 9월, 돼지 심장을 이식받기로 한 두 번째 환자가 나왔다. 메릴랜드주의 프레데릭의 로렌스 포셋은 진행성 심부전을 겪었다. 58세의 그는 수술 후 겨우 6주 동안만 살아남았지만, 그의 아내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건 마치 여러분이 바다 한가운데에서 상어에게 먹히느냐 아니면 해적에게 구출을 받을 것인지의 선택을 해야 하는 것 같은 상황입니다. 해적에게 구출을 받는 편이 최소 한살 기회를 얻는 게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사망은 일반 대중에게는 실패의 신호였을지 모르다. 하지만 이종이식 공동체에서는 낙관적인 신호다. 두 환자 모두 신체가 이식 된 장기를 공격하고 파괴하여 몇 시간, 심지어 몇 분 안에 검게 변하는 초 급성 거부 반응이라는 두려운 결과를 경 험하지 않았다는데 크게 고무됐다.

 

11월, 앨라배마주 가즈덴(Gadsden) 출신의 53세 토와나 루니는 투석 의자에 앉아 있을 때 수년 전 돼지 신장에 대한 뉴스 보도를 접한 이후로 계속 기다리던 전화를 받았 다. 그녀는 신부전증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 또한 장기 거 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항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기증된 인간 신장을 받을 수 없을 터였다. 로크 박 사는 돼지의 신장이 뉴욕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고 알 려주기 위해 전화했다. 박사는 “이게 당신이 받은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신장은 그녀의 삶을 바꿔 놓았다. 투석이 필요 없어졌고 다시 소변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혈압은 정상화 되었고 메스꺼움이 가라앉았으며, 식욕은 다시 살아났다. 도시의 9~10개 블록을 한 번에 걸을 수 있었다. 그녀는 3개월까지 버틴 첫 번째 환자였고, 지난달 앨라배마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투석은 제게서 너무 많은 것을 빼앗아 갔어요. 살기 위해 싸워야 할 것 같았어요"라며 "이제 제 목소리도, 에너지도 강하고, 다른 소리가 나요. 이게 윈윈이죠"라고 했다.

 

◇수억 마리의 돼지를 소비, 동물 복제는 비윤리적인가?

 

일부 비평가들은 장기를 얻기 위해 동물을 복제하는 행위를 비윤리적이라며 반대한다. 그런데도 미국은 매년 약 1억 5천만 마리의 돼지를 소비용으로 사육한다. 현재 위스콘신에 있는 「eGenesis」 시설 관리자들은 보살핌을 받는 돼지들이 최상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매우 사교적인 이 동물들은 항상 다른 돼지들과 코를 비비며 접촉한다. 그리고 그들은 종종 먹이를 먹지 못한 듯 보이 지만 충분히 먹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종 장기 이식 연구, 특히 돼지 장기 이식을 이용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9년 전, 국립축 산과학원과 건국대병원 윤익진 교수팀은 형질전환 돼지의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고, 이식 후 심장 기능이 최대 60일까지 유지되었다. 관련 연구를 선도하는 국가에서는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원숭이가 900여 일간 생존했던 사례도 있어서 우리나라는 아직 그 수준에 이르 지 못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이 초급성 면역 반응(이식 후 곧바로 일어나는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 형질 을 제거한 돼지를 2009년 최초로 개발하는 등 관련 연구 에서 가장 앞서 있다. 돼지의 장기·조직을 사람에게 이식하려면 돼지의 유전자에서 면역 반응(거부 반응)을 일으키 는 형질을 제거하거나 사람 유전자의 형질을 추가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9개의 유전자 형질을 변형한 돼지를 사용했다. 2016년 당시 국내에서 원숭이에게 한 이식 실험에서는 유전자 형질을 2개 변형한 돼지를 사용했다. 국립축산과 학원은 현재 유전자 형질을 5개 변형한 돼지를 개발하고 있는 단계다.

 

우리나라는 아직 사람에게 수술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또한, 생명윤리법상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 이식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인공지능을 활용한 바이오 기술의 눈부신 발전 속도에 맞추다 보면, 유전자 조작 돼지의 삶이 세상을 바꿀 그런 날의 도래도 그리 멀지 않았을 듯싶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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