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군 서광농협 김영하 상무

2013.04.05 09:45:26

농산품을 가공해 농가소득 높이는 농협 만들어낸다

최근 몇 년 사이 ‘웰빙’바람이 불면서 우리땅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질병의 치료방법도 예전에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찬밥취급을 받았던 민간요법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웰빙 먹거리로 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 농작물이나 민간요법에 사용되는 약재 모두 우리나라의 농민들의 손을 거쳐야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그 농작물을 재배하는 손길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농업은 이러한 현상이 이어지면,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반면, 공급여력은 한계에 직면해 장기적으로는 농산물이 부족한 ‘불충분’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신흥국의 경제성장과 곡물의 바이오 연료 활용 확대 등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에 도시화·사막화 등에 따른 경작지 축소로 공급확대의 한계는 예상보다 일찍 도래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농산물의 실질 가격이 향후 40년간 2배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하고 있다.

이렇듯 농민들이 쉽지 않은 환경에 맞닥뜨리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 양양군에 위치한 서광농협(조합장 박철수)은 자체적인 가공공장을 만들어 농가소득 증대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많은 농협들이 이곳을 벤치마킹 할 정도로 좋은 결과물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서광농협의 공장장인 김영하 상무는 이 지역 토박이로서 남들보다 한층 더 깊은 애정을 갖고 지역 농민들의 수익 증대를 위해 계속해서 골몰한 결과 지역 특산물의 가공한 상품으로 지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인진쑥’으로 대박 낸 서광농협
서광농협이 자리잡은 강원도 양양군의 특산물로는 송이버섯과 인진쑥, 산나물, 연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산나물이나 송이버섯, 인진쑥 모두 자연의 것을 그대로 채취해서 파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농가수익 증대에 큰 힘이 되지는 못하는 상황이었다.

김영하 상무 역시 이 지역에서 어린 시절부터 살아오면서 이웃들이 좀 더 부유한 삶을 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품고 있었고, 성인이 된 후에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나날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지역주민과 농가의 소득 증대를 위해 노심초사하던 김 상무는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지역주민들이 동네에 지천으로 널려있던 인진쑥을 가지고 복통이나 간질환, 수족냉증을 치료했던 것을 떠올리고 인진쑥을 가공한 상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인진쑥을 이용한 상품개발을 하자는 김 상무의 생각은 1994년 11월에 현실화됐다. 서광농협은 가공공장을 설립하고 인진쑥엿을 비롯해 인진쑥환·인진쑥차·인진쑥 추출액 등 10여 개 품목을 생산했다.

소비자 반응은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인진쑥이 예부터 민간요법에서 간 질환과 부인과 질병을 치료하는 데 ‘명약’으로 알려진데다 설악산 청정지역에서 생산한 것만을 원료로 사용한다는 소문이 퍼지며 첫해 1억 5천만 원이던 매출액이 금세 20억 원으로 오르는 등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김 상무는 “지금이야 다른 농협에서도 비슷한 인진쑥 제품을 만들면서 매출이 예전만큼 나오지는 않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인진쑥 제품은 다른 농협에서도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대단했던 제품”이라며, “인진쑥 제품이 잘 나갈 때에는 조합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비중이 5대5를 이룰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라고 말했다.

“인진쑥을 먹고 나서 효과를 본 분들이 농협으로 전화를 걸어서 ‘간이 좋아졌다’, ‘몸이 따뜻해졌다’, ‘입맛이 돌기 시작했다’ 등의 반응을 보이곤 한다”고 밝힌 김 상무는 “과거에는 야생에 있는 그대로의 인진쑥을 채취해서 가공하다가 수요가 감당이 안 돼서 인근 산과 밭에 옮겨 심었는데 이제는 과잉이 돼서 전량수매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최근 서광농협에서 팔던 인진쑥을 다른 농협에서도 판매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가공상품의 다양화를 위해 노력한 끝에 지역 특산물인 산나물과 도라지, 감 등을 활용한 가공상품을 시장에 출시하려 하고 있다.

특히 감의 경우 ‘동출감’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서 감 푸딩 등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서 학교 등 대형 급식처에 납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중에는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학교급식은 현재 업체와 논의 중인데 단시간에 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상반기에는 홍보 위주로 하고 하반기에 본격적인 납품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김 상무는 “본 업체가 샘플 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앞으로 감 푸딩은 물론 아이스 감, 감 말랭이 등을 출시할 계획이며, 웰빙 바람을 타고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천연 조미료도 개발을 의뢰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현재 서광농협에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비중은 7대3정도로 신용사업이 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쟁업체가 난립하면서 과거에 비해 경제사업의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김 상무는 조만간 경제사업의 규모를 키워 조합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상무는 “감 상품의 경우 양양군청에서 농가에 나무를 많이 보급하면서 우리 농협에 수매를 부탁해와서 수매를 맡는 대신 감 가공상품을 만들 수 있는 건물과 기계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며, “다행히 양양군청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군청의 지원을 받아 감 가공사업을 시행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서광농협은 연 매출 30억 원을 달성했으며 올해는 연초에 수익이 높아서 지난해보다 10억 원 더 높은 40억 원의 연매출을 목표로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정진하고 있다.

농협의 존재 이유는 농가소득 증대
농협에 몸을 담기 이전부터 김 상무가 갖고 있던 단 하나의 목표는 ‘농가의 소득증대’였고 농협에 몸을 담은 지금은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좀 더 현실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조합원 1160명에 자본금이 550억 원 가량, 예수금 380억 원 정도의 적지 않는 규모의 농협의 살림을 맡고 있는 김 상무는 1160명의 조합원들에게 경제적인 이익을 최대한 만들어주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농민들을 위한 지원의 경우 비슷한 규모의 다른 농협에 비해서도 지원의 폭이 큰 편에 속한다는 것이 김 상무의 설명이다.

“일단 비료값의 50%, 농약값의 30%를 지원하고 차량도 무료로 운행하고 있다”고 언급한 김 상무는 “농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일단 농촌과 농업이 옛날 농업에서 탈피해야 하고 이를 위해 농협에서는 소득이 높은 작목을 권장해 소득을 올리고 소득을 올린 작목을 농협이 팔아주고 이를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으로 농업 자체가 전환이 돼야 농가소득이 올라갈 것”이라고 힘주어 주장했다.

이러한 김 상무의 의지가 반영이 된 탓인지 현재 영동지방에 있는 농협 중 서광농협처럼 가공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2~3곳 정도가 있지만, 서광농협정도로 안정된 규모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내는 곳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이러한 평가는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농협 100여 곳을 대상으로 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듯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서광농협이지만 원료를 생산하는 농민들이 점점 고령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큰 문제이다.

“주 원료를 공급하는 농가의 영농규모가 영세하고 농민의 연령이 높아져 문제가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젊은 세대들을 대상으로 작목과를 구성해 단위를 키우고 집중교육을 하면서 지도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김 상무는 “관내에서 나오지 않는 원료는 전국의 농협을 통해 일단 구입하지만 이를 실제 소득으로 이뤄지려면 이 지역에서 원료가 나와야 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김 상무는 “농촌과 농협이 모두 어려운데 이 어려움을 탈피해 우리나라에서 1등 가는 농협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이어 “농협이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찾게끔 해야 하는데 지금은 농협매장에서만 물품을 구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언론이나 정부에서 농촌을 좀 더 부각시켜줘야 홍보가 된다”고 당부했다.

김준현 기자 기자 kjh@mbc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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