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 고운식물원

2012.08.30 17:54:03

야생화ᆞ희귀식물 만발한 에코힐링의 숲

지루하리만치 길었던 여름도 물러갔다. 그동안 반복되는 일상과 무더위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몸과 마음의 충전 및 휴식이 간절하게 느껴진다면 청양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힐링’이란 키워드에 딱 들어맞고 8,000여종의 식물과 30여개의 크고 작은 정원이 어우러진 대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진정한 치유와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청양 ‘고운식물원’(www.kohwun.or.kr)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야생화·희귀식물을 보유한 고운식물원(원장 이주호)은 칠갑산과 청양고추로 유명한 충남 청양군 청양읍의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2003년 4월에 개원한 고운식물원은 국내 최고의 조경업체로 고운조경을 이끌어 온 국내 1세대 조경전문가, 이주호 원장의 땀과 꿈으로 일궈낸 결실이다.

원예학을 전공하고 1971년부터 42년간 고운조경 대표였던 이 원장은 1990년부터 평당 5,000원의 매입가로 식물원 부지를 마련했다. 그리고 13년이라는 기간 동안 사업을 병행하며 식물원 조성에 매달렸다. 손수 돌을 골라내고 식물들이 골고루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전 세계의 다양한 식물들을 구입하여 식재작업을 한 끝에 비로소 식물원을 열 수 있었다. 전국 조경업체 실적 1위를 달리던 고운조경을 이랜드에 매각하고 현재 이 원장은 오직 식물원 운영에만 전념한다.

올해로 개원 10주년을 맞은 고운식물원은 경사가 가파르고 해발고도가 평균 250m이상이다. 지형을 변형시키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어우러지도록 꾸민 친환경적인 식물원이 조성된 곳이다 보니 배수가 잘된다. 물이 풍부하긴 하지만 표토 층이 빈약한 토양의 특성 등을 고려해서 이 원장은 자연 그대로의 식생은 살리고 부족한 품종들은 해외에서 수입하여 다양함이 공존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긴 세월을 공들여 조성한 식물원답게 식재 면적이 11만 3,000평(약 373553.719㎡)으로 국내 최대 규모로 보유 식물만 약 8,000여종에 이른다. 소원(小園))이 30여 곳이나 조성되어 있다 보니 산책로를 따라 둘러보는 데만 보통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휴식삼아 쉬엄쉬엄 찬찬히 들여다보면 족히 반나절 이상은 소요될 듯한  식물원의 규모는 개인이 조성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현재 고운식물원에는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가장 많은 수종은 단풍나무로 390여 종과 작약·목단 540여 종, 비비추류 300종, 장미 230여 종, 무궁화 260여 종과 소나무, 벚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개옻나무, 병꽃나무, 누리장나무, 생강나무 등 온갖 침엽수와 활엽수 등이다. 평소 도심 속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금낭화, 붓꽃, 하늘매발톱, 앵초, 개족도리, 노루귀 등 200여종이 넘는 세계 각국의 야생화도 고운식물원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늦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이맘때에는 화사한 색과 풍성한 겹꽃 형태를 자랑하는 다양한 종류의 다알리아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상당한 매력이다.

정부가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로 지정하고 있는 미선나무와 가시연꽃, 히어리, 독미나리, 삼백초 등 15종도 증식·관리하고 있다.

고운식물원은 2010년 9월부터 환경부로부터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되어 멸종위기식물 보전을 위한 지원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 원장은 “앞으로도 멸종위기식물의 자생지 및 식생상태 연구를 통해 자연복원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자연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 스릴만점의 S자 슬라이드까지

30여개의 정원을 갖추고 있는 고운식물원은 테마별로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야생화와 다양한 조각상들이 어우러져 사색하는 공간으로 알맞은 ‘야생화원 및 조각공원’, 기존에 형성되어 있던 습지공간을 활용해 부처꽃, 낙지다리 등의 습지식물을 식재하고 도롱뇽과 개구리까지 서식할 수 있는 완벽한 생태계로 꾸민 ‘습지원’, 잎에 꽃이나 무늬가 들어가 있는 식물로 구성된 ‘무늬원’, 가족과 어린이 야외활동 공간인 ‘잔디광장’, 그밖에도 ‘단풍나무원’, ‘무궁화원’, ‘수국원’ 등의 테마공원을 구성하고 있다.

여러 정원 중에서 백미를 꼽는다면 역시 식물원 상부에 위치한 팔각정 전망대이다. 탁 트인 식물원 전경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우리나라 식물원 전망대 중 최고라고 자부할만하다. 전망대를 관람하고 내려올 때는 S자 슬라이드를 타고 230m를 미끄러져 내려오다 보면 발밑으로 피어있는 크고 작은 꽃들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시원한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면서 일상의 스트레스까지 날려버리는 이색경험을 할 수 있다.

자연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체험학습 프로그램

최근에는 가족 단위로 찾아오는 관람객과 학생 단체 관람객들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유료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손수건 꽃물들이기, 허브비누 만들기, 나무곤충 만들기, 압화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야생화 등 꽃과 잎, 줄기를 눌러 말리는 방식인 압화만들기는 가방걸이 및 열쇠고리 등을 만들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고운식물원은 압화예술 발전과 관심 확대를 위해 삼림청과 원광대학교 등의 후원을 받아 ‘제1회 고운압화대전’을 개최한다. 출품작은 시상을 통해 오는 9월 25일부터 10월 14일까지 전시할 계획이다. 

단체 예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 코디네이터가 직접 식물에 대해 설명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매년 여름이면 방학을 맞아 어린이들이 식물들을 관찰하고 숲을 체험할 수 있는 1박2일 과정의 생태체험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1시간 30분~50분 소요로 구성해놓은 산책코스도 식물원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다. 산책로를 따라 이어진 오솔길을 걸으면 몸과 마음이 정화되고 있음을 스스로가 느낄 수 있다. 다양한 관람객들의 재미를 고려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달곰과 일본원숭이, 염소, 사슴 등 다양한 동물들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미술관에 온 것처럼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조각품들은 공원의 운치를 더해준다.

그밖에도 어린이 놀이터, 민속놀이 체험장, 방갈로 같은 숙박시설 등이 마련되어 있고, 식물원을 둘러본 후에는 식물원 내에 있는 식당에서 보리밥과 함께 칠갑산 자생 고사리, 버섯, 도토리 묵 등도 맛볼 수 있다.

‘LED축제’ 등 새로운 볼거리 기획하며 끊임없이 투자

“꽃 피는 봄과 가을 만큼 눈 덮힌 식물원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이들과 느끼고, 나누고 싶어 올 겨울에는 LED축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늘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물원 일은 계절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경영쪽의 기복이 심해요. 특히 겨울 동안에는 방문객이 뜸하고 외진 곳이다 보니 10여 동안 식물원을 운영하면서 큰 수익을 기대하는 것도 어렵고요. 장마나 집중호우, 산사태도 대비해야하고 곳곳에 사람 손길이 닿아야 하는데 17명 정도의 직원으로 모든 일을 감당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거든요. 그동안 식물원운영을 해온 것은 사업을 하면서 번 돈으로 충당했습니다만, 올 겨울은 ‘LED축제’를 기획해서 겨울이면 활기를 잃고 동면과도 같은 식물원의 단점을 극복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 원장은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는 겨울철동안 나무와 정원 곳곳을 비출 수 있도록 LED조명을 설치하여 멋진 야경을 연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적자 운영인 식물원을 최근의 트렌드에 맞춰서 변화를 시도하고 공간을 연출하여 관람객 수를 증가시키겠다는 것. 이 원장은 내년 2013년부터는 연간 관람객 18~20만 명을 달성하여 흑자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친 현대인들 치유해 줄 ‘에코힐링의 숲’ 조성할 계획

전 세계적으로 숲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 이 원장은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에코힐링’을 위한 숲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소득이 높은 국가일수록 식물원이 활성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식물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 같지만 국민소득 2만 불 시대를 맞아 먹고 사는 걱정이 줄면서 자연과 환경에 대한 인식이 시작됐습니다. 앞으로는 자연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려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원장은 환갑을 넘긴 나이임에도 시대의 흐름을 통찰하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가고 있었다. 많은 현대인들이 스트레스와 비만, 각종 정신질환 혹은 아토피 등으로부터 치유되기를 바라고 있는 만큼 이들을 위한 ‘에코힐링숲’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식물원 바로 옆에 약 7만5,000평 규모의 부지를 마련하고 에코힐링을 위한 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현재 관할 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는 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현대의학에서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숲을 통해 치유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숲이 주는 건강한 에너지와 마음의 평안을 많은 이들이 함께 체험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힌 이 원장은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이용하고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공익성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서 사회적으로도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거기에 ‘에코 힐링숲’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를 직접 심고 가꾸고, 자신이 가꾼 나무 아래 묻히면서 한 개인의 일생을 자연에 담을 수 있는 콘셉까지도 구상한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숲에서 생을 마감하는 일이야말로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에코힐링숲을 조성하면서 수목 장을 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해볼까 하는데요. 앞으로 사회지도층들이 수목장문화에 적극 참여해준다면 관심이 높아질 것 같습니다.”
꽃과 나무, 풀이 좋아 식물원을 만들게 되었다는 이주호 원장은 비록 검게 그을렸지만 자신이 꿈꾸던 바를 이룬 그의 모습은 누구보다도 밝고 행복해보였다. 지금 몸과 마음이 지쳐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이가 있다면 청양 ‘고운식물원’을 찾아가보자. 형형색색 곱고 푸른 자연이 당신의 주치의가 되어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 넣어 줄지 모를 일이다.

김준현 기자 기자 meconomy@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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