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시대, 한국 자동차산업 준비됐나

  • 등록 2024.10.25 07: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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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29일 애플 아이폰이 처음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혁명이 시작됐다. 

 

이제 스마트폰 혁명에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의 대변혁을 몰고올 자율주행차 혁명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자동차는 운전자의 두 눈과 감각에 의한 동작으로 움직인다. 자율주행차는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 등 세 종류의 센서를 이용함으로 인간의 두 눈보다 많은 센서를 가지고 인간의 눈으로 보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충분히 감지하고 있다.

 

조만간 현대 아이오닉 5에 적용될 구글 웨이모 자율주행차는 13대의 카메라와 4대의 라이다, 6대의 레이더가 장착돼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동차 주변의 소리도 감지하는 오디오 센서도 부착된다. 이번에 선보일 6세대 웨이모는 자동차의 전후방과 좌우 500미터를 밤과 낮 가리지 않고 날씨 변화에도 불구하고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주행 중에 입력되는 데이트를 AI로 학습하고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운전자의 감각 신경의 수준을 따라잡고 있다. 아마도 현재의 자율주행차의 사고율만으로도 인간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율에 비해 훨씬 낮을 것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자율주행차 기술 선도국인 미국의 교통당국이 만약 자율주행차의 운행 제한규정을 완화해 상업적 이용의 폭을 넓히는 조치를 취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획기적인 보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당국으로하여금 규제 완화를 취할 수 있는 만큼 기술 진보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일론 머스크는 내년말쯤이면 그와 같은 수준의 기술 진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웨이모도 비슷한 시기를 말하고 있다.

 

레벨 5수준의 완전자율주행차가 된다고 해도 사고가 100% 사라진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인간 운전자의 사고율보다 현저하게 낮다는 과학적 데이터가 확보되고 합리적인 기준이 설정된다면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 유럽, 일본, 한국 등 전 세계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이 현재 활발히 진행중에 있다. 한국도 상당한 기술 수준에 올라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규제 수준이 정해져서 시행되는 시점부터 전 세계로의 확산은 급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의 사이버캡 시사점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는 지난 10월 10일 완전자율차(FSD)인 로보택시, 사이버캡을 공개했다. 로스앤젤레스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공개 행사에서 로보택시와 함께, 20인승 로보밴과 휴먼로봇인 옵티머스도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로보택시와 로보밴에는 운전핸들과 페달이 없었다. 로보택시의 개념은 운전자가 필요 없으므로 2인승이 실제로 많이 이용될 것이며, 차량의 나머지 공간은 더 많은 물건을 적재할 수 있게 설계했다는 것이다. 원래 8월에 공개하기로 했던 것을 두 달 연기한 뒤에 공개 행사를 가졌다.

 

머스크가 그리는 자율차의 세상은 소유가 아니라 렌트의 개념이다. 마치 우리가 기차와 비행기를 이용하듯이 자동차도 운전에서 해방될 경우 렌트 사용비를 내고 이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자율차 메이커들은 우버 등과 제휴를 맺으며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의 택시회사와 버스회사도 자율차 시대에 자율차 렌트사로 탈바꿈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테슬라 자율차 개발 방식

 

테슬라의 강점은 기본적으로 자동차를 컴퓨터로 보고 그 자동차를 컴퓨터 SW로 움직이게 한다는 발상이다. 테슬라는 전기치를 만들 때부터 이런 개념으로 설계하고 제작했기 때문에 후속 자율차도 이 개념으로 시작한 것이다. SW프로그램은 미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테슬라든 웨이모이든 미국 자율자동차들이 가장 앞서 갈 것이다.

 

테슬라는 다른 자율차들이 운영하고 있는 레이더와 라이다를 이용하지 않고 카메라만 이용하므로 코스트 면에서 크게 유리하다. 다른 자율차들이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를 모두 이용하는 데에 대해, AI를 이용해 기존 차량으로부터 수집되는 엄청난 운전 데이터를 학습하면 충분하다는 콘셉트로 자율 레벨을 높여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AI 기술이 어떻게 변하고 진화할지를 완벽히 아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실제로 AI를 자율차에 적용하고 있는 테슬라의 엔지니어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사실 그들도 개발하면서 난관에 부딪치기도 하고 또 극복하기도 하기 때문에 완전히 개발되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고 봐야 한다.

 

작년에 애리조나에서 테슬라 자율주행차 사고로 1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테슬라 자율주행차의 기술 업그레이드 진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웨이모와 현대차의 제휴의 의미

 

구글 웨이모는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차 시험모델로서 가장 오래 시험한 만큼 기술도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웨이모는 현재 피닉스, 샌프랜시스코, LA 등에서 차량호출서비스를 이용한 사업과 데이터 수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에는 차량호출 서비스와 시험 주행을 오스틴과 아틀랜타 시로 확장한다.

 

웨이모는 현대차와 제휴를 맺기 두 달전에 6세대 자율주행차를 발표한 바 있다. 6세대는 날씨 변화의 악조건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으면서 코스트를 절감한 센서통합을 이룩한 것이라고 웨이모측은 밝혔다. 웨이모의 로보택시는 700대의 운행차량에서 일주일에 평균 10만명의 유료승객을 운송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글 웨이모와 현대차는 지난 10월 4일 양사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선언하고 제6세대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웨이모는 내년 말 6세대 기술을 현대의 아이오닉 5에 적용하고 그 다음 해인 2026년에 상용 서비스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웨이모가 현대차를 파트너로 선택한 배경에는 중국차의 급부상과 안보 이슈가 걸려 있다. 중국차의 급격한 성장은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엄청난 위기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은 막대한 중국 정부 보조금을 이유로 중국차에 대해 최고 45%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미국은 트럼프 전 행정부시절부터 중국차에 관세를 부과했으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까지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이에 더하여 미국 상무성은 지난 달 중국산과 러시아산 자율주행차 부품과 소프트웨어 제품 수입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유는 이들 중국산과 러시아산 자동화 부품과 소프트웨어가 미국의 각종 지리정보를 수집해 자국으로 빼돌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웨이모는 지난 2021년 중국 지리자동차의 자회사인 지커 전기차와 파트너를 맺은 바 있다. 그 후, 미-중간 갈등이 깊어지고, 안보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웨이모는 현대를 선택지의 하나로 이번에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웨이모는 아직 지커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중국 지리 자동차가 소유하고 있는 지커는 스웨덴에 디자인 센터와 연구개발시설을 가지고 있다. 지리 자동차는 스웨덴 자동차 메이커인 볼보와 폴스타를 소유하고 있다.

 

웨이모의 모회사인 구글은 자동차를 직접 제작하지 않는다. 구글은 우버와 같은 차량호출회사를 운영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차는 구글에게 웨이모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한 자율차를 제작해 공급할 수 있다. 아마도 구글은 제조를 당초 중국 지리자동차에게 위탁할 생각을 갖고 있다가 정부의 보안 이슈로 인해 전격적으로 현대차와 제휴를 맺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글은 여전히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어서 지커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현대차는 현재 아이오닉 5 자율차를 라스베가스 등에서 운행 시험 중에 있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 2020년 미국 앱티브사와 자율주행사 개발사인 모셔널을 설립하고 순수 전기차를 기반으로 운전자 없이 안전 운행이 가능한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했다.

 

 

그러나 모셔널은 다른 자율자동차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자금과 기술인력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불투명한 수익 전망과 자금압박 등의 이유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직원들을 대폭 축소하고 오랫동안 회사를 이끌었던 CEO가 떠났다.

 

◇ 현대차 그룹, 자율주행차 사업 본격 뛰어드나

 

당초 기대와 달리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늦어짐에 따라 앱티브사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으나 현대차는 자율주행차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셔널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85%로 대폭 높임으로써 대주주가 됐다. 이로써 새로운 취임한 모셔널 CEO를 통해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위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웨이모와 협력도 같은 시기에 이뤄진 점도 주목할 만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왕성하게 글로벌 사업을 펼치고 있는 기업이 현대차그룹이다. 인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IPO를 함으로써 실탄도 확보했다. 정의선 체제의 자율주행차 사업은 자동차 반도체 사업과 로봇 사업과 함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다. 현대차는 삼성전자와도 자동차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며 미래 먹거리인 자동차 반도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테슬라의 사이버캡과 웨이모를 보면서, 자율주행차는 이제 기술의 영역에서 당국의 허가 방향과 규제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 허가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몰빵’하는 모습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애플의 아이폰이 첫 선을 보이자 마자 삼성전자가 바로 동일한 수준의 스마트폰을 내놓음으써 스마트폰 혁명을 열었다. 그 덕분에 한국경제는 큰 수혜를 입었다. 점점 가시권에 들어오는 자율주행차 혁명에 현대차와 삼성, LG,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제조업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기대한다.

 

 

 

 

 

이상용 기자 media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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