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약10시간 동안 발생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 현상'에 대해 이상 기후에 의한 전력망 차단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각에선 우리나라 제주도 지역도 전력생산 과부하 등으로 인한 정전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지난 28일부터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로 반나절 동안 스페인 전역의 교통과 업무 시스템이 마비됐다. 포루투갈 수도 리스본과 프랑스 일부 지역도 비슷한 현상으로 지하철이 멈췄고, 교통 신호등이 꺼지는 등 수많은 시민들이 혼란을 겪었다. 하루 만에 끝난 이번 정전 사태에 대해 스페인 주요 기업 연합회인 CEOE는 약2조6천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추산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력 회사들은 이상 기후 현상에 따른 대규모 재생에너지 손실이 블랙아웃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고 밝혔다. 스페인 내륙 지역에서 극심한 온도 차가 발생하며, 초고압 전력선에서 이상 진동이 발생했고, 이 현상으로 스페인-포르투갈 전력시스템 간 신호 전달 등이 이뤄지지 않아 블랙아웃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현재 두 나라는 전체 전력의 약 80%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 전력망 과부하가 자주 걸리는 제주도에 대한 전력 당국의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제주도의 경우 2030년까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발전으로 전력 수요를 100% 충족시키겠다는 계획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시간대에 태양광·풍력 발전시설에서 전력 공급이 급격히 증가하면, 제주 지역의 다른 발전 시설의 출력을 최소로 낮춰도 제주도 전체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려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제주도에서 자체 생산된 태양광·풍력의 남는 전력은 타 지역(3연계선)으로 송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거래소 한 관계자는 “전력거래소는 ESS경쟁입찰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전력계통) 안정화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상 기후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책이나 제주도 지역만을 위한 관련 정책을 펴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신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스페인 대정전과 간은 현상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며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겨우 10%이다. 기후 문제 극복을 위한 정책이 너무 소극적인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