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무역 재협상과 고율 관세 정책이 한국산 화장품 산업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자외선 차단제와 한국식 10단계 스킨케어 루틴에 의존하는 미국 소비자들은 ‘대체재가 없다’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CNN은 9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한국산 화장품이 미국에서 더는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없는 시대가 올 수 있다”며 “한국산 자외선 차단제와 페이스 세럼 등 주요 품목들이 관세와 규제 강화로 인해 가격 인상과 품절 사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뉴욕 맨해튼 코리아타운의 한 K-뷰티 매장 직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인기 자외선 차단제 중 일부는 미국 생산으로 제형이 변경됐고, 다른 제품은 몇 주째 품절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 상태나, 향후 관세 전면 시행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화장품을 무관세로 수출해왔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정책은 이를 뒤엎을 수 있는 위협이 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미국은 2024년 기준 약 17억 달러 규모의 한국 화장품을 수입했으며, 이는 프랑스를 앞서는 수준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2024년 미국 내 매출이 처음으로 중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K-뷰티 브랜드들은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제형 변경 또한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기존 한국 제품에서 사용되던 특정 성분이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레이브뷰티의 리아 유 대표는 CNN에 “지난 7년간 제품 가격을 28달러 이하로 유지했지만, 앞으로는 불가피하게 인상될 수밖에 없다”며 “탐욕 때문이 아니라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K-뷰티 산업이 자동차, 반도체 등과 비교할 때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은 아니지만, 문화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한 수출 다변화 전략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앤드류 여(Andrew Yeo) 선임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젊은층의 높은 브랜드 충성도는 큰 기회인 동시에 가격 민감성으로 인한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차라리 한국행 항공권을 사겠다”, “스킨케어 캐비닛을 다시 정리하며 재고 파악 중”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등 불안한 심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UC샌디에이고 이문섭 조교수는 CNN에 “미국 소비자들은 가격이 오르더라도 관세를 감수하며 한국 제품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