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남은 지구촌 '기후위기 시계'... 역주행 美 눈치 볼 땐가

  • 등록 2025.04.11 18: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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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제적 역할·책임 회피하면서 '양자주의' 복귀 행보
한국, 배출권 가격 '톤당 8800원' 전 세계서 가장 낮아
"LNG, 청정에너지 대안 될 수 없어, 기업 솔선수범해야"

 

2기 트럼프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는 등 기후정책과 관련해 빠른 속도로 역주행을 하고 있는 가운데, 기후위기 시계는 빠르게 움직여 4년 100여 일을 남겨 놓고 있다. 기후위기 시계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하는 시점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주는 시계다. 지구 평균기온이 1.5℃ 상승하면 폭염은 8.6배, 가뭄은 2.4배, 강수량은 1.5배 증가하는 등 극단적인 기후변화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이제는 전 세계가 합심해 '기후 시계'를 멈춰야 한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대규모 탄소 제거 기술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하지만, 2025년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에 서명했다. 첫번째 대통령 임기에 이어 두번째 파리협정에서 탈퇴다. 이는 단순한 국제 협정 탈퇴를 넘어,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에 대한 미국의 철학 변화를 보여주는 결정이었다.

 

파리협정은 2016년 제23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195개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미국의 공식 탈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탄소 배출의 87%에 달하는 200여 개 국가가 협정을 이행중이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더 나아가 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약으로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스스로 정해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이 목표를 실천해야 하며, 국제사회는 그 이행에 대해서 공동으로 검증하게 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이 단기적인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후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민국 국회도 정부의 기후위기 대책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를 가동했다. 지난 10일 국회는 첫 전체회의를 열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과 이소영 민주당 의원을 간사로 선임했다. 한 위원장은 특위가 논의해야 할 핵심 과제로 ‘탄소중립법 헌법불합치 해소’를 들었다. 이어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립하고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법안과 예산을 실효성 있게 다룰 수 있도록 기후 특위의 적극적인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

 

 

◆ESG 공시의 큰 흐름과 방향성은 변하지 않을 것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열린 ‘트럼프 이후 기후정책 변화와 대응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은 “AI시대를 맞이해 트럼프 정부는 값싼 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지속되는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은 외면하고 오히려 국제적인 역할 및 책임을 회피하면서 양자주의로의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연철 총장은 “ESG 공시의 큰 흐름과 방향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ESG 대응이 미흡했던 국내 기업들은 지금부터라도 5~10년 장기적인 ESG 전략 수립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2012년 ‘생태문명 건설’이라는 정책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이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며, 근대 산업화 시대의 후발주자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해 새로운 국제 질서를 주도하고자 한다”면서 “중국이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설비 용량 및 발전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전기차 배터리나 태양광 모듈 관련된 기술에서도 상위에 올라 기후리더십의 공백을 채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중국의 환경리더십 강화가 이뤄질 것을 예측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기후 정책 방향으로 ‘탄소배출권 가격 상하한제’ 도입과 ‘전환부문 온실가스 유상할당 상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안영환 숙명여대 교수는 “부문간 유연성 확보 및 탄소가격 예측 가능성 제고를 위해 배출권 가격 상하한제 도입과 전환부문 유상할당 상향에 대해서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온실가스 감축은 단기적인 정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중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배출권 거래제 개편 등 단기적인 과제 수행하면서도 장기적인 감축 목표와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균형 있게 설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영향으로 LNG 수입이 늘어날 수 있다. 국내에서 석탄 발전을 좀 더 빠르게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방향으로도 생각이 가능하다”며 “UN기후변화협약(UNFCCC) 일정을 고려할 때 탄소중립을 향한 일관적 정책 수립 및 이행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기업, 브랜드 이미지 향상 위해 청정에너지 사용하게 될 것

 

탄소프리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선택해 준다면 기업들도 기꺼이 청정 에너지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좌장을 맡은 정내권 전 기후변화대사는 “실제로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총량은 감축 목표치<NDC>가 발표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3년 현재 414억 톤에 달하고 있다”며 “각국의 실질적인 에너지 전환이 없는 한 2030년까지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러한 사실은 감축 목표치를 발표했다고 해서 실제 배출량이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고, 즉 NDC를 어떻게 발표하였든 실제 이행 여부는 미지수”라며 “최근들어 소비자들의 인식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청정 에너지와 탄소프리 제품을 선호하고 추가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인식과 소비패턴의 변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 위기를 걱정하며 자신의 미래를 위해 청정 에너지와 탄소프리 제품 구입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자발적으로 추가 비용을 지불해 탄소배출 감축의 책임을 분담 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며 “(기업들)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 향상을 위해서도 청정에너지를 사용하게 될 것이며, 이미 진행되고 있는 RE100 운동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출권 가격, 톤당 8,800원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아

 

중국, 싱가포르, 중동 국가 등 새로운 파트너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부영 환경부 국제환경협약팀 팀장은 “트럼프는 1~2년 후면 레임덕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며 “레임덕이 본격화되면 미국 내에서도 반기후정책에 저항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다극 체제에 맞춰 중국, 싱가포르, 중동 국가 등 새로운 파트너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2022년에 배출권 때문에 다 죽는다 이야기 나왔다. 탄소 중립하고 싶은데 배출권 때문에 다 죽는다. 그때 가격이 얼마였냐면 (1톤 당) 2만5,000원이었다. 말하자면 프레임 싸움에 안타까움이 있고 왜 배출권 때문에 다 죽느냐 얘기하냐면 감축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조건 배출권으로 사서 메꾸려고 하다 보니 배출권 가격에 매달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배출권 가격은 톤당 8,800원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아, 제도 실효성 없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어진 토론에서 권경락 플랜 1.5 정책활동가는 “흔들림 없는 2035 감축목표 및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설정은 중장기 관점으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므로, 일관되지 못한 정부 정책 방향은 오히려 산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가”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보다 과감한 감축목표 설정을 통해 배출권거래제,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기준 등을 강화하고 올바른 탄소가격을 부과하게 되면 국내 산업계의 체질 개선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글로벌 IT 기업들의 Scope 3 감축 목표가 이미 50%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국내 반도체 기업의 전 과정 배출량을 줄일 수 있도록 규제 및 지원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했다. 떠, 반도체 RE100 달성을 위한 소규모 태양광 전원 조달 플랫폼 구축, 공정가스 무배출 R&D 지원 확대 등을 제시했다.

 

 

◆LNG는 탄소배출이 많은 에너지원으로, 탄소중립의 대안이 될 수 없어

 

한국이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 삼성 등 반도체 기업이 글로벌 탄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탄소중립 클러스터를 조성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그린피스는 10일 동아시아 지역의 전력망이 여전히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3년 기준 전력망 화석 연료 의존도는 대만 83.1%, 일본 68.6%, 한국 58.5%에 달한다. 그린피스는 각 지역별 탄소집약도를 바탕으로, AI 칩 제조 과정에서의 전력소비량을 적용해 2030년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1,680만 톤으로 추산했다. 이는 2023년 대비 약 170배 증가한 수치다.

 

지역별로 봐도 AI 칩 제조로 인한 탄소 배출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은 2023년 4만1,200톤에서 2024년 18만5,700톤으로, 일본은 2024년 기준 13만2,100톤의 배출량을 기록했다. 한국 역시 AI 칩 제조 과정에서의 전력 소비량이 2023년 134.6GWh에서 2024년 315.2GWh로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같은 기간 5만8,000톤에서 13만5,900톤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반도체, AI 산업 활성화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을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로 조달코자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 발전과 AI 붐에 따른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이를 충족하기 위해 LNG 발전 설비 용량(혼소 포함)을 2038년까지 2023년 43.2GW에서 2038년 69.2GW로 1.6배 확대하고, 신규 대형원전(2기) 및 SMR(1기)을 건설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정부 기조에 맞춰 용인 반도체 산단에 LNG 신규 발전소 건설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SK하이닉스의 용인 일반 산업단지에 1기가와트(GW) 규모의 LNG 열병합 발전소 건설이 승인됐다. 또한 인근 지역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시설이 들어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 3GW 규모의 LNG 발전소 6기 건설 계획이 추진 중이다.

 

양연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LNG는 탄소배출이 많은 에너지원으로, 탄소중립의 대안이 될 수 없기에 정부는 반도체 제조 시설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경우, LNG 발전 사업을 승인하기 전에 인근 지역의 재생에너지 잠재량과 개발 가능성을 최대한 검토하여 대안을 모색하는 절차를 실시해야 한다"며 "특정 지역에 전력 과부하를 막기 위해 필요 시,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풍부한 지역으로 에너지 집약적인 반도체 시설을 분산시켜 전력망 안정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동환 기자 photo7298@m-e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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