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포인트로 여는 중소기업 동반성장

  • 등록 2026.04.15 08: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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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의 애로

 

중소상공인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기술도 품질도 아닌 판로의 부재다. 수많은 지원사업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목소리는 분명하다. 생산은 가능하지만, 매출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중소기업이 직면한 애로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고물가와 금리 상승 속에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면서 소비가 전반적으로 줄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선택적 소비 영역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 제품이 가장 먼저 배제되고 있다.

 

둘째, 플랫폼 중심 유통 구조의 고착화다. 온라인 시장은 확대되고 있지만, 광고비·수수료·노출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중소기업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입점은 가능하지만,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 ‘보이지 않는 시장’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셋째, 공공과 민간 수요의 단절이다. 공공기관, 기업 복지, 각종 단체 구매 등 막대한 수요는 존재하지만, 이 수요가 지역 중소기업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는 거의 설계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의 사무용품이나 생활 소모품은 대부분 기존 대형 유통사를 통해 일괄 구매된다. 지역 중소기업 제품이 있음에도 거래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기업 복지몰 역시 유사하다. 복지포인트가 지급되지만, 실제 소비는 대기업 유통망이나 브랜드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명절 선물 시장도 마찬가지다. 반복 구매 구조 속에서 지역 기업은 진입 자체가 어렵다.

 

◇기회 제공 vs. 매출 창출

 

이러한 구조 속에서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책은 디지털 전환, 판로 확대 모색, 수출 지원 등 다양한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한계가 존재한다. 바로 “판로를 열어주는 것”과 “매출을 만들어 주는 것”의 차이 때문이다. 온라인몰 입점, 마케팅 지원, 수출 바우처 등은 기회를 제공하지만, 실제 매출을 발생시키는 일은 여전히 기업의 몫이다. 시장 경쟁 속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지원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이제 정책은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수요를 설계하고, 매출을 만들어 주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외적으로는 공급망 불안, 보호무역 강화, 환율 변동성 확대가 지속되며 수출 의존 전략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인구 감소, 소비 양극화, 플랫폼 독점 심화로 내수 시장 역시 구조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수요 기반 시장이다.

 

◇복지포인트 활용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복지포인트다. 현재 기업들은 직원 복지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며, 선택적 복지제도를 통해 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이 복지비가 대부분 대기업 유통망으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그러나 복지포인트는 단순한 복지 수단이 아니다. 사용처를 설계할 수 있는 ‘목적형 소비 권한’이다. 이미 지자체에서는 이를 활용한 정책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이미 복지포인트를 활용한 정책을 선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청년 복지포인트’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청년에게 연간 일정 금액의 복지포인트를 지급하고, 이를 전용 복지몰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 복지몰은 건강관리, 문화생활, 자기 계발, 생활 소비 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금이 아닌 포인트 형태로 지급함으로써 소비의 방향을 정책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해당 제도는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청년의 장기 재직을 유도하고 중소기업 근무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인천시 역시 ‘재직청년 복지포인트’ 사업을 통해 인천 소재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청년들에게 복지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일정 기간 근속한 근로자를 중심으로 포인트를 지급함으로써 고용 안정과 복지 향상을 동시에 도모하고 있다. 이 역시 복지몰 기반 소비로 연결되며, 단순 현금 지원이 아닌 목적형 소비 구조를 취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복지포인트 정책은 점차 대상과 목적이 확대되는 추세다. 경기도는 청년 노동자뿐 아니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결혼 축하 복지포인트를 지급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등,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시점에 맞춘 지원 체계로 이를 발전시키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도 출산, 주거, 재직 안정 등과 연계된 포인트 정책을 검토하거나 도입하고 있어, 복지포인트는 청년 지원을 넘어 생애주기형 복지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이 보여주는 공통된 특징은 분명하다. 복지포인트는 현금처럼 자유롭게 쓰이는 지원이 아니라, 사용처를 특정 플랫폼이나 복지몰로 제한함으로써 정책 목적에 맞는 소비 유도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동시에 일회성이 아니라, 정기적인 지급이 이루어짐으로써 반복적인 소비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일정한 시장 수요를 형성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의 정책은 주로 청년 복지와 인구정책 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소비를 유도하는 기능은 있지만, 그 소비가 반드시 지역 중소기업의 매출로 이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미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 복지포인트 제도를 한 단계 발전시켜, 지역 중소기업의 판로를 창출하는 수요 설계 도구로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요 설계의 필요성

 

다시 말해 복지포인트를 단지 하나의 복지제도로 둘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살리는 수요 설계 장치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기업이 직원에게 복지포인트를 지급하고 지자체가 동일 금액을 매칭 지원하되, 사용처를 지역 중소기업 제품이 입점한 ‘중소상생몰’로 제한하면 복지의 흐름은 완전히 달라진다.

 

직원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지고, 지역 중소기업에는 안정적인 매출이 생성됨으로써, 이것이 지자체에는 지역 내 소비와 생산을 연결하는 경제 선순환의 기반이 된다. 복지비가 소모적인 비용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순환되면서 지역 기업을 키우는 투자로 바뀌는 것이다.

 

이 모델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제시한 ‘성장사다리 복원’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소상공인 활성화, 창업·벤처 성장, 제조 중소기업 혁신, 공정·상생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지는 정책들은 결국 하나의 목표로 수렴된다. 바로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책은 주로 생산과 기술, 창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제는 그 성과가 실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마지막 단계인 ‘판매 구조’를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복지포인트를 활용한 수요 설계 모델은 바로 이 공백을 메우며, 성장사다리를 완성하는 핵심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한유원 ‘동반성장몰’의 새로운 모색

 

이 모델의 실행 주체로는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이하, 한유원으로 약칭)을 상정할 수 있다. 한유원이 운영하는 ‘동반성장몰’은 이미 공공기관과 기업의 수요를 중소기업 제품과 연결하고, 구매가 곧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참여 기업과 상품은 확대된 반면, 매출은 이에 비례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인데, 이는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수요를 만들어내는 구조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플랫폼 위에 새로운 수요 장치를 결합해야 한다.

 

기업의 복지포인트와 지자체 재정을 연계하고 사용처를 ‘동반성장몰’ 중심으로 설계할 경우, 분산된 복지 소비를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할 수 있다. 이때 ‘동반성장몰’은 단순 유통 채널을 넘어 공공과 민간의 소비를 중소기업 매출로 전환하는 국가 차원의 상생 수요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 즉 수요 설계와 시장 형성을 통해 성장사다리 정책과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이것이 지역경제 회복의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한유원은 복지 꾸러미, 바우처, 공공플랫폼, 지역 유통망 등 분산된 공공 소비를 통합·연결하는 한편, 추천·선택·연계 구조와 함께 ‘중소기업 전용 트랙’을 통해 공공수요를 실제 매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와 협력하여 지역 소비를 지역 중소기업과 연결함으로써, 플랫폼을 수요 설계–구매–매출이 작동하는 공공유통 실행 체계로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구조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지자체는 단순한 재정 지원의 역할을 넘어, 지역경제를 설계하는 주체로서, 보다 적극적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지역 기업을 발굴하고 지역 특화 상품을 구성하며, 기업과 연계한 예산 매칭 구조를 설계하는 한편, 소비와 생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 발생한 소비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 기업의 매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상생 수요 플랫폼’의 완성

 

이 모델이 정착될 경우 기대효과는 분명하다. 중소기업 매출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지역경제는 소비의 내부 순환을 통해 활력을 회복하게 된다. 이와 함께 기업은 동일한 비용으로 더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할 수 있으며, 공공정책 역시 단순 보조금이 아닌 시장 창출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재정 효율성이 크게 높아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정책이 ‘지원’을 넘어 ‘시장 창출’에 역점을 둔 방식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구조는 경제학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복지포인트의 사용처를 재설계하는 것만으로 추가 재정 부담 없이 중소기업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전형적인 파레토 효율의 개선에 해당한다. 기존에 대기업 유통망으로 흘러가던 소비를 중소기업으로 전환함으로써, 누구의 효용도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전체 경제적 효용을 높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예산이 아니라 기존 수요를 재설계하는 정책적 전환이다. ‘동반성장몰’을 중심으로 공공과 민간의 소비를 연결하고, 그 흐름을 중소기업 매출로 전환할 수 있다면, 중소기업 정책은 지원을 넘어 시장 창출 정책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중소기업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 ‘상생 수요 플랫폼’의 완성책이다.


편집국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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