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개정 노조법 시행...원·하청 사용자성 확대와 손배 제한으로 노사관계 큰 변화

  • 등록 2026.03.10 1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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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 가동해 사용자성 판단·교섭 쟁점 신속 지원
현장 혼선 최소화 위해 유권해석 공개·노동포털 질의 창구도 신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하 노동조합법)이 10일 시행됐다. 핵심은 원·하청 구조에서 실질적 사용자에게 교섭 책임을 지우고, 정당한 노조 활동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며, 노동쟁의의 범위를 현실에 맞게 넓힌 것이다. 하청 노동자도 자신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청 기업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됐으며,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도 제한되는 만큼 노사관계에 있어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 대상 확대, 손해배상 책임 제한(일명 노란봉투법) 등을 중심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이뤄진다.

 

◇사용자 범위 및 노동쟁의 대상 확대..법 해석지침 확정


먼저 가장 큰 변화는 ‘사용자의 정의가 확대’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행정예고한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을 확정했다. 행정예고된 지침(안)에서 정비된 주요 사항으로는 법 개정으로 확대된 사용자를 판단하는 핵심 고려 요소인 ‘구조적 통제’가 ‘불법파견’과 같이 엄격한 요건 하에서 인정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구조적 통제’와 ‘불법파견’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도록 설명 문구를 추가해 불필요한 오해를 줄였다.


제2조제5호 노동쟁의와 관련한 부분에서는 노동쟁의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 ‘배치전환’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배치전환이 아닌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임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현장의 혼선을 예방했다.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원청도 사용자로 인정된다. 하청노조는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된다. 원청이 생산계획·근로시간·안전관리·임금구조 등에 구조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면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높다. 이 변화는 원·하청 구조에서 책임 공백을 해소하고, 실질적 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둘째는 ‘노동쟁의 대상 확대’다. 노동쟁의의 범위가 기존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정리해고,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 △근로자 지위 결정에 관한 분쟁(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준, 징계·승진 기준 변경)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 등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질적 근로조건 변화가 교섭·쟁의의 대상이 되어, 노조가 사전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셋째는 ‘손해배상 책임 제한(노란봉투법)’이다. 노동조합법 제3조 개정으로 쟁의행위 등 정당한 노조 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된다. 사용자는 단체교섭·쟁의행위·정당한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원칙적으로 배상 청구가 불가하다. 법원이 조합원 개인에게 책임을 인정하더라도 개별 책임비율을 합리적으로 산정해야 한다. 노조를 포함한 근로자는 배상액 감면을 청구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목적의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 이 조항은 과거 ‘손배·가압류’로 인해 노조 활동이 위축되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마련된 것이다.


이에 더해 그동안 노동조합 설립 신고 반려 사유였던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 허용’ 조항 삭제돼 노조 설립의 문턱이 낮아지고 단결권이 강화됐다.

 

 

◇정부,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 통해 현장 혼선 최소화 나서


정부는 지난달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현장의 사용자성 판단과 교섭 쟁점 해소를 지원하기 위한 공식 자문기구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는 법 시행 초기 발생할 수 있는 해석 혼선을 줄이고, 노사 모두가 참고할 수 있는 일관된 기준과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지침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개별·구체적 사례에 대해 노사가 참고할 수 있도록 전문가 중심의 유권해석 체계를 마련했다. 위원회는 노동법 학계, 현장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며, 원·하청 관계에서의 사용자성 여부 등 실제 교섭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쟁점에 대해 심층적인 판단을 제공한다. 정부는 다수 의견을 중심으로 판단을 제시하되, 소수 의견도 함께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또 정부는 자문사례를 지속해서 축적·정리해 정기적으로 공개함으로써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유사 사례에서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24일 관련 훈령을 제정해 위원회 운영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아울러 노동부는 사용자성 여부 등과 관련한 해석 요청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노동포털 내 별도 질의 창구를 신설했다. 노사는 2월 25일부터 온라인 또는 서면을 통해 공식적으로 해석을 요청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반복되는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교섭 촉진과 현장 안정화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노동부 관계자는 “개정법 시행으로 원·하청 간 교섭 구조가 크게 변화하는 만큼, 현장에서 혼선이 없도록 일관된 해석과 신속한 지원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위원회 운영을 통해 노사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명 기자 paulkim@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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