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100년의 종말인가? 진화인가?

  • 등록 2026.02.16 14: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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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로 예정된 워너브러더스(이하 워너) 주주총 회는 단순한 기업 이벤트가 아니다. 이 총회는 영화를 누가 만들고 누가 지배하는가? 라는 질문이다. 만약 넷플릭스가 주도하는 워너 인수가 현실화한다면 할리우드의 제작 구조가 송두리째 바뀌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과연 영화는 산업인가? 문화인가? 할리우드의 100년 역사의 분수령이 될 인수합병 시나리오를 통해 할리우드의 미래를 앞당겨보고자 한다. 인수 가능성이 높은 3가지 이유 현재 시장 데이터와 업계의 기류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넷플릭스의 인수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우선 넷플릭스는 최근 인수 자금 827억 달러(121조6500 억원)에 인수하되 ‘100% 전액 현금’으로 하겠다고 제안해 주주들의 불안을 완전히 해소했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에 노출되지 않고 주당 27.75달러를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데 이는 기존 투자자들에게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두 번째, 워너 이사회는 이미 만장일치로 넷플릭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경쟁사인 파라마운트의 제안을 “위험하고 충분하지 않다”면서 넷플릭스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세 번째, 주주들은 현금을 받을 뿐만 아니라, 분사(分社) 되는 CNN·디스커버리 채널의 주식을 챙길 수 있다. '현금 대박'과 돈이 되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새 회사 지분'을 동시에 챙기는 구조라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 그렇지만 긴장을 늦출 상황도 아니다. 넷플릭스와 인수전 에 뛰어든 파라마운트사가 스카이댄스와 연합해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 우호적인 지금의 워너 이사진을 갈아치우고, 자신들의 입 맛에 맞는 이사들을 앉히려 하고 있다. 동시에 “넷플릭스 가 워너를 인수하면 할리우드의 창의성이 죽는다”는 논리로 소액 주주들과 창작자들의 감성을 공략하고 있다. 문제는 4월 주주총회 이후다. 규제 당국인 미 법무부는 지난 16일, 이번 인수에 대한 심층 조사에 착수했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시장을 독점하고 구독료를 올릴 것을 우려하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인수를 허가하되 특정 자산(예를 들어 HBO Max 일부 서비스 등)의 매각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거래의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 왜 하필 워너브러더스인가?

 

워너브러더스는 단순한 스튜디오가 아니다. 할리우드의 역사다. 《카사블랑카》에서 《대부》, 《해리포터》, 《다크 나이트》에 이르기까지 영화란 무엇인가를 규정해 왔다. 또한, 극장 중심의 배급, 스타시스템, 감독 중심의 제작 문화를 제도화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이 모든 질서를 우회해 성장했다. 극장을 거치지 않고 편성표 없이 시청자의 선택과 데이터에 따라 콘텐츠를 공급했다. 넷플릭스가 워너를 인수한다는 것은 할리우드의 오래된 엔진에 새로운 운영체제를 이식하는 일이다.

 

◇ 넷플릭스의 진짜 목표

 

이번 인수의 핵심은 극장도, 제작 인력도 아니다. 지식재산 권(IP)이다. 워너가 보유한 방대한 라이브러리(DC 유니버스, 해리포터 세계관, 클래식 영화 아카이브)는 넷플릭스가 갈망하는 자산이다. 지금까지 넷플릭스의 약점은 분명했다. 히트작은 많았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신화가 부족했다. 그래서 넷플릭스가 워너를 품는 순간 콘텐츠 경쟁은 누가 더 많이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세계관을 소유하느냐의 싸움으로 이동한 다.

 

◇ 파라마운트의 방어적 인수 시나리오

 

이 인수가 현실이 될 때 가장 먼저 흔들릴 곳은 파라마운트사다. 이미 시장에서는 적대적 인수를 막기 위해 파라 마운트가 다른 스튜디오, 혹은 빅테크와 결합하는 등 선제적 합병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규모를 키우지 않으면 워너 다음으로 인수합병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할리우드는 소수의 초거대 콘텐츠 연합체로 재편하는 도미노가 시작되는 곳이 될 수 있다. 디즈니, 넷플릭스-워너, 또 하나의 연합. 자연히 중견 스튜디오의 설 자리는 좁아진다.

 

◇ 규제 당국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규제 당국이 우려하는 지점은 독점인가 아닌가다. 단순히 영화 회사 하나가 더 커지는 것이 아니라, 문화 소비의 선택지를 알고리즘이 독점하는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넷플릭스는 이미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여기에 워너의 제작, 배급 IP까지 결합한다면 콘텐츠의 생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이 하나의 플랫폼에 종속될 수밖에 없어 창작의 다양성, 지역 콘텐츠의 생존, 극장 산업의 존속이 위태하게 될 수 있다.

 

◇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

 

이번 인수는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모호하다. 재무적으로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 IP 결합과 글로벌 구독자 증가는 수익 확대로 연결될 것이니까. 그러나 문화적으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워너가 넷플릭스의 제작 공정에 완전히 흡수된다면 영화는 점점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시청 데이터를 최적화한 콘텐츠 패키지로 변한다.

 

이는 할리우드가 자부해 온 영화적 상상력에 결정타를 가할 수 있다. 반대로 전통 스튜디오의 제작 철학이 넷플릭스의 기술을 제어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영화산업의 진화로 이어 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할리우드는 서버와 데이터센터, 알고리즘이 새로운 스튜디오가 된다.

 

넷플릭스의 공동 최고경영자인 ‘테드 사란도스’는 최근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극장 영화 사업에 뛰어 들지 않은 것은 그 사업을 싫어해서가 아닙니다. 우리 사업이 너무 잘 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워너를 계속 운영하면서 기존처럼 극장에서 영화를 개봉하는 방식을 유지하는 인수자가 될 것”이라면서 “HBO는 완전히 그대로 유지되고, 워너 텔레비전은 계속 해서 TV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일자리도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할리우드는 이미 돌아설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좋든 싫든 할리우드의 다음 100년은 스크린이 아닌 선택 알고리즘에 의해 시작될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시나리오의 힘을 믿고, 왜 이 이야기가 영화여야 하는가의 분명한 이유가 있고, 마음에 오래 남아 생각나고 말하게 되고 다시 떠올리게 하는 영화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알고리즘이 백번 추천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영화는 살아남지 못하니까 말이다.

 

 

김소영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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