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을 ‘국민주권의 날’로 제정하자

  • 등록 2025.11.03 16:5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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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달이 지나면 12·3 내란이 일어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한밤중에 난데없는 계엄령이 선포되고, 7·80년대를 경험한 많은 이들이 유신과 5·18의 악몽에 시달렸다. 다행히 주권자 국민들의 용감한 행동과 국회의 발 빠른 행보로 불행으로 치닫는 것은 막았지만 다시 생각해도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었다. 계엄이 성공했다면, 남미의 국가들처럼 쿠데타와 사회갈등으로 끝모를 추락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한다. 

 

◇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한반도의 미래 

 

지난주에 APEC정상회의가 열렸다. 윤석열 시대에 세계 행사에서 보인 망신살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세계잼버리대회는 대회 중에 행사를 중도에 포기하는, 국제행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어났다. 또한 전날까지도 행사개최를 장담했던 2030세계박람회(엑스포)의 부산유치도 어처구니 없는 차이로 실패했다.

 

그런데, 1명의 리더를 바꾸자 주가지수는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APEC정상회의나 관세협상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으로 살고 있다. 급하게 정부 조직을 갖추고 국내외 굵직한 현안들에 대응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트럼프 미국의 관세 폭거이다. 광화문 친미 우파들이 그렇게 외쳤던 우방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국제 현실이다. 새롭게 구축되고 있는 냉혹한 국제 질서다. 탓할 수 없고, 슬기롭게 헤쳐가는 길 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마가(MAGA)를 외치며 미국의 패권을 되찾겠다는 거친 트럼프를 상대로 관세 대응과 함께, 한반도의 지정학적 안보 이슈를 풀어가야 한다. 

 

어디 미국만인가. 일본의 새로운 총리가 선출됨으로서 일본의 정치적 우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또 어떤가. 윤석열 정부가 망가트려 놓은 대중 외교관계를 다시 복원해야 한다. 북한은 또 어떤가. 윤석열 정부 들어 대화가 불가능해졌다. 북한은 사실상 두 국가를 선언했고, 정치적·정서적 거리가 더 멀어졌다. 북한은 러시아와 바짝 밀착했고, 변화된 상황에서 북한을 설득해 협상 파트너로 세워야 한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인 만큼 안보 불안은 최대의 리스크다. 무엇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현실이다. 

 

◇ 기득권들의 저항과 개혁의 방향

 

국내로 들어와도 과제가 산더미이다. 대표적인 이슈가 부동산이다. 문재인 정부에게 뼈아픈 한 방을 먹인 것이 부동산 이슈 아닌가. 부동산을 향한 욕망 앞에는 여당, 야당 지지지가 따로 없을 만큼 부동산 이슈는 복잡한 사정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를 두고 해당 지역은 물론이고, 여기저기 불통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이 감지된다. 똘똘한 한 채가 부동산 투기의 상식처럼 되어버린 사회에서 부동산을 정상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내란세력 척결과 국힘당 내부의 극우화 경향 등 복잡한 정치권의 여러 이슈들은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이미 너무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된 과거 청산이 한번도 이뤄지지 않아 기득권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지난 12·3 계엄령이 위헌임을 이야기하며 문제제기를 한 고위공직자는 거의 없었다. 그만큼 대부분의 기득권들은 역사와 정의에 둔감하며, 자기 이해에는 발빠른 이들로 구성돼 있다. 

 

과연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고 한국 사회를 제대로 개혁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한국 사회의 기득권은 완고하고, 시민사회는 약하다. 정치권력을 얻었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힘은 강하다. 혁신적인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고, 무소의 뿔처럼 용감하게 나가지 않으면 사회 변화를 만들어 내기 쉽지 않다. 

 

이재명 정부가 성공할 길은 시민들의 집단지성을 믿고, 국민들과 함께 가는 길 밖에는 없다. 내우외환이 겹쳐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한국 사회가 처한 문제를 공유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길 말고는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물론, 세계사에서도 별다른 경험이 없기에 쉽지 않은 길이기는 하다. 민주주의를 좋은 대표를 뽑는 것으로 알았지,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으로 배우지는 않았기에 새로운 민주주의의 장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만들어간다면 세계사에서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을 여는 ‘K-Democracy’라고 할 만 하다. ‘K-Democracy’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 국민주권의 철학으로 시민과 함께

 

먼저, 매년 12·3을 ‘국민주권의 날’로 선포하자. 권력과 무력을 가진 집단이 일으킨 친위쿠데타가 실패한 역사는 거의 없다. 윤석열 쿠데타 세력의 부실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밤중에 뛰쳐나와 겨울 내내 저항한 시민들이 없었다면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는지 모른다. 주권자 국민들의 위대함이 단연 돋보이는 밤이었다. 그날 밤을 기억하면서 정치적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민주주의 축제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보자. 

 

둘째, ‘국민주권 시민의회’를 가동해보자. 대의제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면서 세계적으로 직접민주주의, 시민의회 등에 대한 요구와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특히 시민의회는 무작위 추첨을 선발된 시민들에게 숙의과정을 통해 집단지성을 이끌어낼 수 있기에 한국 사회처럼 분열되고, 극단화된 사회에서 국민통합의 여론을 만들기에 적절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내년에 국민주권을 강화할 다양한 제안을 받으면서 6개월 이상의 시민의회를 가동해 이번 정부에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10가지 정도의 과제에 대한 우선 순위를 잡고 내년 12·3일에 발표하자.  

 

셋째, 국민주권을 강화할 10가지 핵심과제가 나오면 국민들과 함께 남은 3년 반 동안 집중적으로 추진해보자. 무작위로 추첨된 진보와 보수, 호남과 영남, 남과 여, 청년도 노년 등 다양한 층위의 국민들이 6개월 이상의 숙의를 통해 숙성된 것이니 사회적 합의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사회적 합의를 거친 것이니 정부와 국회가 실행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고, 국민주권을 강화할 몇 가지의 제도만 실현돼도 대한민국은 세계민주주의 TOP10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이라는 괴물을 낳은 데에는 기존의 틀에 얽매이면서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탓이 크다. 코로나 등 불가피한 상황이 없지는 않았지만, 국민들이 준 절호의 찬스를 문 앞에서 똥 볼을 차버렸다.

 

반면에 ‘국민주권정부’라 명명한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있는 듯 하지만, 문제는 실행여부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고(百聞而不如一見), 백번 보는 것보다 한번 깨닫는 것이 낫으며(百見而不如一覺), 백번 깨닫는 것보다 한번 실행하는 것이 낫다((百覺而不如一行)”라고 했다.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가 국민들을 믿고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국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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