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영향 모니터링 필요

  • 등록 2025.08.23 08: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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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무역 파트너국들과 벌이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협상이 잇달아 타결되고 있다. 세계 역사상 한 나라가 세계를 상대로 이토록 대규모로 동시다발적으로 관세 협상을 벌인 적은 없었다. 이것은 어떤 나라의 혜택 여부를 떠나서 세계 질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은 틀림 없다. 지금은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관세 효과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관세를 강요받고 있고 앞으로 대외무역에 의존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는 입장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효과가 세계 무역과 경제 질서, 지정학적 메커니즘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가늠해 보는 것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

 

◇미 관세의 필연적 방계 효과


오늘날처럼 세계 각국이 미국을 중심으로 무역하는 형태가 만들어진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이다. 그전에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 소련 등 제국들이 각국의 영향을 미치는 식민지와 제국 상호 간에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형태였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이러다가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미국을 제외하고는 승전국과 패전국 할 것 없이 무역 강국들이 거의 폐허화 되다시피 됐다.

 

미국은 전후 막강한 적대국으로 떠오른 소련과 중공을 상대하기 위해 폐허가 된 유럽과 일본의 경제를 부흥시키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 그 일환으로 유럽을 원조하는 마샬플랜을 가동했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미국의 원조를 받았고 때마침 일어난 6.25전쟁 특수로 경제를 급속히 회복했다. 이와 같이 미국의 원조 플랜의 효과로 인해 자유세계의 국제 무역은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 가게 된 것이다. 나중에 소련이 붕괴되고 중국이 WTO에 가입함으로써 미국 중심의 국제 무역 질서가 더욱 굳어지게 됐던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대규모의 전방위적인 관세 정책은 세계 무역 형태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다 자 형태로 복귀됨을 의미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무역형태에서 다극 형태의 글로벌 무역 형태로 전환된 다고 함은 한쪽으로 쏠렸던 ‘비정상 무역 질서의 정상화’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하며 이전보다 더 긴밀한 무역 파트너를 발굴해야만 한다. 트럼프발 관세를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아야 할 이유가 바로 이점에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은 거시적 흐름을 살펴본 것이라고 하면 미시적 관점에서, 또는 미국의 상대국 입장에서는 뜻밖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번 미국 과의 관세율 합의에서 높은 관세를 부과받은 나라와 낮은 관세를 맞은 나라들은 저마다 새로운 무역 조건을 맞이 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 유리한 관세율을 적용받게 된 나라는 미국과 열심히 무역을 할 것이지만 높은 관세로 미국 시장 접근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 나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확장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거센 빗물이 계곡을 흘러내리다 굴러 떨어진 커다란 바윗돌에 막히면 새로운 물길을 만들어 내듯이 무역 생태계도 그리될 것은 틀림없다. 인간과 집단의 생존 본능은 그 어떤 인위적인 장벽보다 더 처절하도록 강하다.

 

그러면 낮은 관세가 부과된 나라들이 적어도 미국과의 무역에 전적으로 기대면 좋아할 것이냐. 초기엔 한숨 덜고 다른 나라와의 관세율 차이로 미국 시장에서 이득을 얻을지 모르나, 변덕 스런 미국 관세 정책을 두려워하게 된 이상 불안증은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들은 낮은 관세가 영원할 거라고 결코 보지 않을 것이므로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다른 무역 파트너국들과 의 무역을 통해 약한 입지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트럼프발 관세 정책은 미국의 신뢰성에 큰 상처를 입혔고 그것을 치유하는 데는 오랜 세월이 필요해 보인다. 낮은 관세국들도 리스크 회피를 소홀히 하지 않으려 할 듯하다. 낮은 관세국마저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 동분서주한다면 이런 태도 변화는 정말 트럼프 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효과가 아닐 수 없다.

 

◇트럼프 정부의 품목 관세 더 무섭다

 

미국은 자동차, 철강, 알미늄, 구리 등에 무거운 수입세금을 물릴 예정이다. 품목 관세와 상호관세나 모두 미국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까지는 수출업자들이 코스트 상승을 어느 정도 흡 수해서 가격 인상에 신중한 자세를 보일 터이지만 조만간 견디지 못하고 가격을 올릴 것이다. 이미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의류와 가구, 장난감의 가격은 널뛰기를 하고 있다. 가격 인상은 미국 소비 감소로 나타날 것이다. 이런 현상도 역시 수출업자들은 미국 외 시장 개척으로 내몰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가 미국 중심에서 다자 중심 형태로 바뀌게 되면 자연히 달러의 위세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 외에 유로, 엔화, 파운드화, 위엔화 등 무역결제수단 화폐가 증가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더 탄탄해진다면 한국 화폐의 격상도 노려볼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수입의 대폭 증가를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1,000억 달러의 관세 관련 수입 증가가 나타났고, 올해 말 전체적으로 3,000억 달러의 관세 수입이 예상되고 있다. 이 정도 액수라면 정부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도 있다. 하지만 그 정도의 관세 수입이 계속 유지될 것인지에 대해선 대체로 회의적이다. 필자도 그런 편이다. 관세 부과 자체가 미국 시장 진출 의욕을 떨어뜨리고 실질적으로 매출 감소로이어질 텐데 막대한 관세 수입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식 무역 및 안보 전략, 본색 드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언뜻 보기에는 갈팡질팡 본색을 알 수 없다.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들의 팔 비틀기, 푸틴과의 노골적인 친밀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젤렌스키에게는 공개적인 모욕 주기를 서슴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금은 조금 달라지는 것 같지만 트럼프의 속내를 헤아리기 쉽지 않 다. 미국이 무기 지원을 끊을듯 말듯 우크라이나의 속을 태우고 있다.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모습도 다 른 나라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을 넘기면서 그의 본 마음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설마 했는데, 실제로 그에게는 동맹은 그리 중요치 않고 오직 미국 우선주의가 최우선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일본이 협상을 타결했는데, 이시바 총리는 미국과의 동맹, 특별한 관계임을 내세워 관세의 전면 면제를 줄기차게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이시바 총리는 끝내 그런 특별한 관계가 트럼프 정부에게 전혀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고 5,5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를 약속하고 쌀을 개방하는 대신에 25%였던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데에 만족해야 했다.

 

일본의 협상 결과를 보면 입이 씁쓸하다. 쌀을 양보하고 자동차에서 미국 측의 양해를 얻은 모양새인데, 필자의 견해로는 그 반대가 일본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자동차 회사가 너무 많고 미국 시장에 과도하게 기대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은 절대로 자동차 산업을 양보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자동차가 없으면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필수품이기 때문에 미국 자체 자동차사를 절대로 망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자가용 자동차 없이 대중 교통수단으로 얼마 든지 생활할 수 있다.

 

일본이 토요타와 혼다 등 자동차사를 모두 살리려고 한다면 미국과의 협상에서 계속 불리한 조건으로 끌려갈 수밖 에 없다고 본다. 한국이 시계를 잘 만든다고 해서 스위스 에게 시계를 팔려고 ‘목숨’을 건다는 것은 우습다. 일본이 꼭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자동차사를 대폭 정리하고 다른 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일본보다는 나은 편이다. 일본제철이 얼마전 난산 끝에 US스틸을 인수했는데, 나중에 독박 쓸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미국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철강을 외국 기업에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

 

외교 안보 관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편에 서기보다는 중재자 역할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란 핵 농축기지 폭격과 후티 반군 폭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과감한 군사개입도 보여주고 있다. 또 대만과 필리핀, 일본 도서 지역에 미군 배치를 증강하고 있다.

 

유라시아의 대부분 국가들은 중국과 러시아, 북한, 이란의 군사적 위협에 놓여 있다. 이들 독재 국가들의 침략 야욕이 건재하는 한 미국의 안보적 가치는 떨어질 수가 없다. 미국의 동맹국들과 우방국들은 당분간 미국의 경제를 뒷 받침해 줌으로써 안보 우산을 써야 하는 처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미일 협상에서 엿볼 수 있듯이 트럼프가 일본에 원하는 것은 대규모 투자인 것으로 보인 다. 미국 경제는 금융과 빅테크, 제약을 빼놓고는 이렇다 할 산업이 없고 특히 제조업은 붕괴 상태이다. 이와 같은 미국 산업을 도와줄 수 있는 나라로 일본을 지목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 된다. 일본에 비해서는 규모는 적지만 우리나라도 유사한 산업 구조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대미 투자를 늘리는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대미 투자 요구는 우리나라로서는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트럼프의 1차적 최대 관심사는 압도적 군사력의 유지 다. 중국과 러시아를 합한 것도 더 월등한 군사력을 유지해야 세계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트럼프는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 미국의 제조업 회복, 방위산업체 유지가 필수적인 요소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번 미일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측에 보잉사를 추가적으로 더 사라고 종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잉사야말로 미국의 방위사업체이자 제조업의 핵심 기업이며 자존심인 까닭에 트럼프는 가는 곳마다 보잉 비행 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제조업 및 경제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나라에 대해서 미국과의 경제 파트너십의 강화를 원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미국이 중국과의 대결에서 군 사적 우위만으로 안되고 미국을 다시 산업 생산 기지로 재생시켜야 한다는 복안이 깔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 정부측 인사들은 미국이 원하는 바를 알기 위해 분주한 듯한데, 미국 측이 한국에 대해 원하는 것을 잘 모를 수 있다는 가정을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전 세계를 상대해야 하기도 하고 한국측이 구체적인 협상안을 적극적으로 제안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트럼프와 미국측 협상 대표의 머릿속에는 한국에 대한 관념만 자리 잡고 있을 뿐 분명한 안은 가지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들도 초인이 아닌데, 모든 나라들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겠는가. 그러므로 미국의 가려운 곳,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지만 체면 때문에 노골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부분을 치고 들어가 역제 안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와 협상에서 초조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미국 입장 에서는 일본과 EU가 훨씬 중요하다. 주요 나라들과 협상을 끝내고 나면 훨씬 여유로워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허를 찌르는 듯한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도 있다.

 

산업 생산과 기술 면에서는 중국은 우리의 경쟁자로 부상했다. 미국과는 보완 관계를 조성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트럼프 정부가 진심으로 원할 때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국과의 경제 및 기술 산업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고 오히려 바람직하기도 하다.

 

 

이상용 주필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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