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형 약국...약사 전문성 훼손인가, 의약계 유통 혁신인가

  • 등록 2025.07.28 08: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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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약사회 "약사 직능 부정하고 국민 건강 위협하는 일탈”
제약사 "창고형 약국 판매 큰 문제 없어...본질은 경쟁 수단"

 

대한약사회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창고형 약국 마트’ 형태에 대해 강한 불만과 우려를 표시했다. 약국 시장의 구조적 왜곡을 초래할 수 있고, 약품의 유통 구조 변화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창고형 약국은 약의 유통과 소비 방식에 있어 '저가·대량'이라는 유통업 기반의 접근이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의료 전문가와 약사들도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창고형 약품'은 일반의약품을 대형마트처럼 진열하고 할인 판매하는 방식의 새로운 약국 모델로, 지난달 경기도 성남시에 오픈하며 소비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은 약 150평 규모로 일반 대형마트 및 아울렛을 방불케하며 파스, 진통제, 감기약, 건강기능식품 등 2500여 종이 진열돼 있다. 소비자들은 카트와 바구니를 이용하여 마트 쇼핑처럼 의약품을 구매하고, 시중 약국보다 가격이 20~30% 저렴해 많은 인파가 몰리며 북세통을 이루고 있다.

 

입구에선 복용약지도도 받을 수 있으며 계산대 옆에 약사들이 대기하면서 소비자들의 문의에 답해준다. 가성비가 좋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원없이 필요한 약품을저렴하게 구매하고 있다. 약품 유통업계에서는 창고형 약국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창고형 약국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다. ‘약국 유통 구조의 혁신’이라는 주장과 ‘약품 문란 상업주의’라는 지적 등 전문가들의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약은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공공재로 일반적인 상품과는 구분해야 한다. 소비자가 직접 의약품을 고르다 보면 증상에 맞지 않는 약을 사거나, 필요 이상으로 약을 쌓아두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약물 오남용, 충동구매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창고형약국의 문제점은 △약남용과 약오용 위험 △안 먹고 버리는 약 발생으로 인한 자원 낭비 △동네약물 몰락으로 국민불편 증가 △상업주의적 접근 방식 △무분별한 유통 구조와 거래 방식 위험 △가격 경쟁 심화 등이다.

 

실제 창고형 약국은 대형마트형 구조와 저가 중심의 가격 전략을 내세우며 일반 소비자의 발길을 모으고 있지만, 반대로 '약도 결국 가격 경쟁 상품이냐'는 근본적인 비판에 직면해 있다. 약품 유통면에서 국민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쪽이 더 효휼적인지, 국민의 건강을 오히려 해치는 사안인지, 우리는 이것을 면밀히 드려다 볼 필요가 있다

 

◇ '창고형 약국' 유통혁식인가 혼돈의 모략인가...대형마트형 구조와 저가 중심

 

대한약사회(회장 권영희)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약사의 전문성을 침해하는 ‘창고형 약국’ 운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전방위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약사회관에서 전문언론을 대상으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수도권에서 개설된 이른바 ‘창고형 약국’ 운영 방식에 대해 “약사 직능을 부정하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일탈”이라고 규정했다.

 

권영희 회장은 “이러한 기형적 약국 형태는 약사윤리강령에 명시된 직업윤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라며 “공공성과 전문성을 훼손하는 시도에 대해 약사회는 끝까지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셀프계산대 운영, 조제용 일반의약품의 대용량(덕용) 판매, 택배 배달 서비스 등 이른바 대형 마트형 영업방식에 대해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한약사회 노수진 총무 홍보이사는 브리핑을 통해 “이러한 창고형 약국 형태는 단지 개별 약국의 문제가 아니라, 약국 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법인약국 허용, 온라인 약국 합법화, 비대면 진료 확산 등 향후 정책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창고형 약국은 일반적으로 대형 매장 규모에다 사실상 약사와의 상담 없이도 소비자가 스스로 의약품을 고르고 계산까지 하는 셀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창고형 약국은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워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약사회는 약사법상 명시된 약사의 복약지도 의무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 소비자의 오남용 가능성을 높이고, 약사 직능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음을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현재 서울시약사회, 경기도약사회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현장 실태를 파악하고 있으며, 공동 대응 체계 구축에 나선 상황으로 알려졌다.

 

약사회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창고형 약국이 근본적으로 잘못 됐다는 부분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이 많고 환자들 및 구매자들이 약 처방을 오히려 쉽게 생각하고 오남용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라며 "잘못된 약 남용으로 오히려 더 큰 건강의 문제와 질병이 생길 수 있으며, 약품 판매 가격 구조와 유통 절차 등 제약사들의 입장도 다르다"고 말했다.

 

약사회는 △약사 전문성 훼손 △법과 제도 취지 위반 △의약품 유통시장 왜곡 △보건의료체계 붕괴 등 네 가지 주요 이유를 들어 창고형 약국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공산품처럼 의약품을 대량으로 진열·판매하는 방식은 약국을 물류기지로 전락시키고, 약사의 복약지도·상담 기능을 무력화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약은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공공재로 일반적인 상품과는 다르다. 소비자가 직접 의약품을 고르다 보면 증상에 맞지 않는 약을 사거나, 불필요한 약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또 필요 이상으로 약을 사다 놓으면 유통 기한도 넘은 약을 복용하게 될 수 있다. 약물 오남용, 충동구매 등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복용에 있어 전문가의 상담과 복약지도가 필수적인 의약품이 마치 대량구매 가능한 공산품처럼 다뤄질 경우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약사회는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며 “복약 안전과 제도 정합성을 해치는 영업 형태에 대해 제도 개선 및 대응 논리 개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 "약품 유통 변화 소비자의 선택 권리"...창고형 약국도 유통채널 중 하나

 

약품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창고형 약국이 판매하는 과정에는 큰 문제점은 없다고 본다. 이미 동대문,종로, 남대문 등 영등포 대형 할인 약국들도 문을 열고 오래전 부터 판매업을 하고 있었다"라며 이 문제의 본질은 경쟁의 수단에서 시작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사실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대량으로, 저렴하게 구매하는 방식이 인기를 끌었고, 몇년 전부터 마트형 약국이 등장하며 전국으로 확산했다. 동시에 편의점, 다이소, 이커머스 등에서 건강기능식품을 취급하면서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며 일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 유통 확산에 대해 긍정적인 환호를 보내고 있다.

 

유통업계는 창고형 약국의 등장으로 편의점, 다이소에서의 실험이 전반으로 확장되는 분위기로 보고있다. 유통 마진도 충분히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유통의 변화는 자체브랜드(PB) 건강기능식품 출시와 전용 코너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복수의 유통사들이 다이소의 건기식 실험을 따라가고자 전문 제조사에 의뢰하며 전문 마트 및 대리점을 오픈 할 계획에 있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콜드체인 물류 역량을 활용하면 다양한 부분의 건강기능식품도 취급 가능하다는
유통업계의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제약 유통·물류업체를 선점하려는 약국과 유통사 간 경쟁구도가 형성되면 할인점이 많은 쪽이 유리해진다. 유통사의 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모바일 앱으로 상품 정보를 제공하거나 신선식품과 연계한 상품을 구성하는 등 소비 행태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이미 8년전 중·대형약국을 중심으로 협의회를 구성해 새로운 약국유통구조망 형성이 진행된바 있다. 현재도 약품가격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중형 약국들이 늘어나고 있어 약국가는 물론 유통가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협의회는 기존 체인약국들의 학술기능에 자본력까지 갖추고 있어 의약분업 후 새로운 약국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중·대형약국협의회를 추진하는 곳은 의외로 많은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중견제약사 한 곳과 약사관련업체 두 곳이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제약사 주도로 추진되는 약국협의회는 전국 시도의 중·대형약국 약 100∼150여개를 묶어 일정한 메리트를 주는 지사형 약국을 만들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는 각 구별로 1곳, 중소도시는 1곳 또는 필요에 따라 그 이상을 둔다.

 

이들은 지역에서 소요되는 제품을 총괄하는 물류기능까지 전담한다. 이처럼 저렴한 약품 가격 및 건강기능식품 등을 앞세워 '약국 할인점' 등은 제약사 및 유통업계에서 '진행형 전략'이다. 창고형 약국은 아니지만 그 유통의 방식과 운영으로 '약국 할인점'이 이미 전국으로 침투되어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대량 구매일 경우 모든 약국에 동일한 할인 조건이 적용된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할인율은 기업 정책상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 역시 “창고형 약국도 유통채널 중 하나일 뿐”이라며 “의약품 구매 플랫폼이 다양화되는 흐름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 창고형 약국 약사의 '생존 템'으로 부각...정부, 유통 및 운영 등 점검 시사

 

일부 경제·유통 전문가들은 창고형 약국은 약사의 생존 전략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 자영업 형태의 약국이 기존의 처방 의존 수익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택한 자구책이라는 것이다.

 

의약분업이 시행된 2000년 이후 약국은 일반의약품 수익이 줄어들면서 병·의원 인근에 밀집하게 됐고 이로 인해 소비자의 접근성은 오히려 낮아지며 일반의약품 구매조차 병원 진료 시간에 맞춰야 하는 구조가 됐다.

 

또 2012년부터 편의점 상비약 판매가 허용됐고 최근에는 다이소·CU 등도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뛰어들면서 약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소비자 단체 한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기능이 유사한 의약품을 가격별로 비교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권이 넓어졌다. 이러한 유통 구조는 제약사에도 이익이 된다"라며" 유통비용은 줄고 회전율이 높아지며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간다. 의약품도 유통 전략이 필요한 시대다”고 말했다.

창고형 약국은 일부가 주장하는 공공성 파괴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형국이라는 주장들도 나온다. 제약사엔 유통 효율을 주며 약국엔 생존 전략을 제공하는 3자 공존 모델에 가깝다는 것이 소비단체의 해석이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유통 구조에 따라 약품 비용이 달라지는건 사실이다. 약국마다 약품의 공급가는 비슷하다"라며" 다만 대량 구입 시 회사마다 책정해놓은 할인정책이 있기 때문에 공급가가 낮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실천하는약사회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창고형 약국 확산으로 인해 미국의 경우 지난 2010년 이후 약국의 약 30%가 문을 닫았다"며 동네약국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구조의 변화에 따라 의약품 시장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작년 의약품 전체의 유통금액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전년대비 6.1% 증가한 수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전체 의약품 유통금액은 100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6.1%(5조7000억원) 증가했으며, 2022년 88조9000억원에서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제약사와 요양기관 간 직거래 및 도매를 통한 공급 등 모든 공급금액이 반영된 것으로 도매상이 56조 원으로 전체 시장의 약 55.8%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 제조사 33조3000억원(33.1%), 수입사 11조2000억원(11.1%)순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유통금액 중 요양기관 공급은 40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7%(2조2000억원) 증가했으며, 이 중 급여의약품이 33조6000억원으로 82.9%를 차지했다.

 

한편,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창고형·마트형 약국' 명칭 사용에 대한 표시·광고 규제 필요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현행 약사법이 약국이 소비자나 환자 오인을 유발하거나 유인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약국 광고·간판 명칭 등에 특정 표기를 제한하고 있는 만큼 창고형 약국의 표시·광고 위법성을 들여다 보겠다는 계획이다.

 

창고형 약국 논란 해소를 위해 창고형, 마트형 등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는 약국 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 정 장관은 소비자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문상혁 기자 mbcmsh9369@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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