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신 주식’ 머니무브...4000P, 시야에 들어오다

  • 등록 2025.07.07 1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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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통과·배당소득세 개편 등 이재명 정부에 기대요소 상승
“선행 PER 12~13배 적용땐 추가상승” “K-디스카운트 해소”
자산시장 투자변화 감지...일부전문가 외국인 유입 한계 지적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한달동안 ‘국장의 시간’이 찾아오면서 국내 증시 주변자금과 거래대금이 연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여야 합의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다 배당소득세 개편 등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코스피 4000선 전망을 넘어, 5000P도 꿈이 아니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코스피가 ‘3000P’를 넘어 3100선에서 등락하는 기폭제가 된 새 정부 출범 이후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시가총액(시총) 상위권 순위도 함께 요동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 전(6월2일) 2698선이었던 코스피는 7일 오후 12시10분 기준 3054.62(0.01%)P에 거래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융자잔고는 1일 20조879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5월 말 18조2739억원에서 약 한 달 만에 2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주식 투자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이다. 만기는 180일 수준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외에 시총 상위권 지각변동

 

시총 370조원대의 삼성전자와 200조원대에 육박한 SK하이닉스 등 부동의 1, 2위를 제외하고 모든 상위권 순위가 자리를 교체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시총 상위 10개 종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KB금융, 현대차, 삼성전자우, NAVER, 기아, 두산에너빌리티다.

 

한 달 전인 지난달 4일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종목과 같은 순위에 있는 종목은 삼성전자와SK하이닉스뿐이다. 당시 각각 6위, 9위, 10위를 기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셀트리온, HD현대중공업은 상위 10개 종목에서 빠졌다. 이들이 나간 자리에는 NAVER, 기아, 두산에너빌리티가 메우고 있다. 지난달 4일은 자본시장 활성화 공약에 무게를 둔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날로 코스피가 하루에만 2.66% 오르면서 2770선에 마감한 날이다.

 

6월 기준 메모리 반도체 수출 금액은 82억 달러로, 2018년 8월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6월 영업일 평균 금액은 4.3억 달러로 전년동월대비 17%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디램(DRAM)의 영업일 평균 금액은 1.2억 달러로 전년동월대비 21% 증가했고, 낸드플래시(NAND)는 3,267만 달러로 전년동월대비 8% 감소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3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7만전자’ 복귀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7일(오전 11시 기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 일주일 새 2,400원(4.1%) 오른 6만2,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외국인 투자가의 매수 주도다. 외국인은 지난 4일 삼성전자를 5663억원어치 사들다. 삼성전자 우선주도 411억원가량 순매수했다.

 

반도체주의 새로운 강자로 우뚝 선 SK하이닉스 시가총액 210조원를 돌파했다. 증권가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기대를 반영해 삼성증권(25만원→34만원), 한국투자증권(32만원→34만원), KB증권(28만원→34만원) 등이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했다.

 

SK하이닉스의 최근 주가 강세는 지정학 리스크 완화와 반도체 업황 개선, 외국인 매수 확대 등이 맞물린 결과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SK하이닉스 주식을 1조70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달에도 1조5473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등 매수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새롭게 ‘톱10’에 진입한 NAVER, 기아, 두산에너빌리티 중에서는 한 달 새 두산에너빌리티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말 시총 38위에 그쳤으나 전날 기준 10위를 마크하고 있다. 시총은 지난해 10조원대에서 어느덧 40조원대를 바라보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여전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방산 테마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비교적 하단에서 자리했던 두산에너빌리티가 치고 올라올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미국 등 해외 원전 수주가 연이어 이어지면서 사업적 효과를 낸 것도 시총 순위 상승의 원동력으로 풀이된다.

 

국내 인공지능(AI) 대장주로 꼽히는 NAVER는 AI 인프라 조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힘을 쏟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적 의지로 ‘수혜 종목’으로 꼽힌다. 이재명 정부 초기 대통령실 인공지능(AI) 미래기획수석을 맡은 하정우 수석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오른 한성숙 후보자가 모두 NAVER 출신인 것도 주가 상승에 힘을 더했다.

 

기아는 현대차와 함께 꾸준히 시총 순위 상위 10개사에 이름을 올리던 종목이나 2차전지와 함께 자동차 업종들이 내림세를 보이면서 일시적으로 주가가 내렸다가 코스피 지수 상승에 다시 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이재명 랠리...코스피 4000P 넘어 ‘꿈의 5000P’도 가능할까

 

주식시장에서는 ‘사천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하반기 지수 전망치를 최대 4000까지 올려잡고 있다. KB증권은 지난달 11일 코스피지수 상단을 3240선으로 높인 뒤 2주 뒤인 같은 달 25일 상단을 3700선으로 상향 조정했다.

 

메리츠증권 이진우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가 탄력을 받는다면, 코스피 3400도 가능하다”며 “상반기 코스피가 28% 상승했으며, 실적보다는 정부 기대감과 정책 변화에 대한 신뢰가 이끌었다.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을 과거 역사적 고점 수준인 12~13배로 적용하면 충분히 가능한 숫자”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센터장은 “원전·조선·방산업종의 수주나 실적 개선이 지속되고 있다. 단기간에 밸류에이션이 팽창되다 보니 속도 조절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증권은 코스피가 4000까지 오를 수 있다고까지 내다봤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정부의 주주환원 기대감,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원화 강세 등으로 글로벌 대비 한국 증시의 최악의 디스카운트(55%→30%)가 해소되고 있다”며, “실제 수치로 봐도 예탁금이나 펀드 금액이 늘고 있다. 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인해 머니 이동이 탄력을 받으면 한국 자산시장의 구조가 변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웠던 ‘코스피 5000시대’로 내딛기 위해서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성장세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지수가 5000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시가총액 상위기업의 가파른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국내 핵심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해야 밸류에이션의 폭발적 상승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 증시 상승세에도 비관론이 존재한다. ‘영남권 슈퍼개미’로 불리는 손명완 세광무역 대표가 지난달 30일 하반기 코스피 밴드를 2900~3200 정도로 예상했다. 손 대표는 이날 “지금은 증시에 새로운 자금이 들어오지 않고, 외국인도 있는 돈을 돌려가며 투자하는 시기”라면서 “정부 증시 부양책과 상법 개정도 실제 자금 유입을 이끌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1년 ‘동학개미운동’을 예로 들었다. 그는 “조선의 경우 이제 캐파(생산 능력)가 거의 다 찼다. 물량을 더 받고 싶어도 못 받는다. 3~4년 뒤 선박 인도 시점에 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낮아질 거라는 점도 문제다. 중국 내수가 차츰 회복되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게 되면 돈이 또 홍콩과 상하이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불법 공매도 시 과징금을 최고 수준으로 부과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코스피 랠리를 위한 강 드라이브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후속 조치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설치, 계좌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의 감시체계 전환, 의심 계좌 동결 및 과징금 적극 부과 등 방안을 제시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에 대해 대응 속도를 높이고 시장 교란 세력에 대한 엄한 처벌이 사회적으로 공표돼야 한다”며, “법 개정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주식시장을 건전화하고 빠른 속도로 한국 증시의 밸류 업을 끌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식시장이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법적인 안전장치가 수반되는 것은 당연하다. 단기간에 꿈의 코스피 5000선을 달성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부동산 대신 주식시장”이라는 국가 전략적인 ‘국장’ 지지 등이 시장 속에 스며든다면 앞으로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지속적인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심승수 기자 sss23@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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