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애견연맹(KKF) 이병억 부총재

2012.12.07 15:03:46

진돗개 한류 바람 일으킨 장본인, 진돗개 전도사


우리나라 견(犬)으로는 유일하게 국제적 공인을 받아, 세계 340여 종의 견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진돗개. 우리에게만 친숙한 줄 알았던 국견(國犬) 진돗개가 요즘 조용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05년 세계애견연맹으로부터 정식견종으로 인정받은 이후 해외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는 진돗개. 한국애견연맹 이병억 부총재는 진돗개가 세계적 명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25년째 진돗개 바로 알리기와 보존에 앞장서 온 이 부총재를 만나 명견의 조건이란 무엇이며, 우리 진돗개의 숨겨진 가치와 경쟁력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25년째 이어진 진돗개 사랑
이병억 사단법인 한국애견연맹(KKF)의 부총재는 애견인들 사이에서도 ‘진돗개 전도사’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는 25년째 진돗개를 키워오며 견종 연구와 보존에 매진해왔고 지금도 15마리의 진돗개를 키우면서 혈통관리 및 해외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1년 반 전부터는 한 언론매체에 60여 편 이상의 칼럼을 연재할 만큼 전문성을 갖춰 ‘진돗개 박사’로도 통한다. 이 부총재는 신문 칼럼을 연재하면서 진돗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 잡고 정확하게 알려야 할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진돗개는 우리나라 개니까. 귀동냥으로 들어 어렴풋이 알고 있는 상식들이 많습니다. 잘못된 속설들도 많고요. 또한 표준화된 진돗개 기준이 미비하다보니 혈통관리 및 보급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진돗개를 바로 알리는 것이 저의 숙제입니다”
그는 지난 25년간 꾸준히 10~15마리의 진돗개를 키워왔다. 그는 어머니와 아내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거라고 말했다. 집 주변에 주택이 많이 들어서면서 많은 개들을 키우는 것이 조심스러웠고, 경제적인 고충도 상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혈통 고정에 최선을 다해왔다.
보통 4~5마리의 새끼를 낳는 진돗개는 부모의 유전적 특성이 새끼에게 고스란히 전해지지 않아 백구나 황구 등이 섞여 태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순수 혈통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면도 있다. 이 점이 안타까웠던 그는 올여름에 자신이 키우던 진돗개 황구 세 마리에서 보름사이에 새끼 13마리가 똑같은 유전적 특성을 갖고 태어나게 할 만큼 혈통관리를 철저하게 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애견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일화로 알려져 있다. 여러 세대에 걸친 관리가 이뤄져야만 가능한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명견으로 알려진 세퍼트의 경우도 1899년에 만들어진 110여 년 남짓의 짧은 역사를 가진 개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진돗개는 15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고유 견종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돗개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못한 이유는 세계 공인이 늦어 홍보가 부족하며 잘못된 혈통관리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는 혈통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충직하고 청결한 진돗개, 호전적인 특성은 집 지키기에 적합
현재 우리나라 고유의 견종으로 알려진 것은 진돗개, 풍산개, 제주개, 삽사리 동경이 정도가 있다. 사계절을 지닌 우리나라의 환경과 기후에 맞게 대부분이 중형견이다. 이들 중 세계애견연맹(FCI)에서 공인한 우리나라 개는 진돗개가 유일하다. 이웃 일본은 11종이 공인되어 있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그는 풍산개와 삽사리도 세계적인 공인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풍산지역에서 태생된, 사냥용으로 뛰어난 풍산개는 표준이 정립되지 않아 문제라고 했다. 크기, 귀의 모양, 모질 등에 대한 표준이 없고 삽사리 역시 아직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관리와 연구가 절실한 실정이다.
진돗개의 경우, 진도라는 섬에서 길러진 특성 때문에 변종이 많이 일어나지 않고 고유한 혈통을 유지해나갈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한 먹잇감이 부족한 섬 지역에 살았기 때문에 사냥능력도 뛰어나고 지형을 잘 파악해 돌아오는 귀소본능 또한 발달했다.
진돗개가 가진 대표적인 장점으로는 충성심과 청결함을 꼽을 수 있다.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 집을 잘 지키고 사냥개 본연의 기질 때문에 청결하게 용변을 처리해 냄새가 적다. 하지만 주인이 해를 입는 느낌이 들 때는 호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진돗개가 사람을 물거나 사나울 것이라는 편견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호전성이 없고 친화력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태어날 때부터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진돗개는 대체적으로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며 짜고 매운 맛에만 유의하면 된다. 가능하면 양질의 사료를 공급해 주면 좋다, 진돗개의 수명은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던 과거의 경우 10년 전후였으나 최근에는 15년 정도로 수명이 늘고 있다. 또한 생활수준과 인식의 변화로 병원진료 및 조기치료가 많아지면서 그 이상의 수명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진돗개에 관한 속설만 믿지 말고 특성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집을 지키는 가정견으로서 훌륭한 반려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여전히 과거 진돗개의 전형적인 모습을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세계표준에 맞춰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애견연맹은 견종표준에 따른 번식을 장려하고 있는데 진돗개의 공인된 사이즈의 체구가 수컷은 50~55cm 암컷은 45~50cm이다. 모색에 따라 황구, 백구, 검정, 재구, 호구, 네눈박이 여섯 종류가 공인되어 있다. 이 부총재는 이와 같은 기준을 근거로 하여 정부로부터 진돗개육성을 지원받고 있는 진도군이 세계공인견의 인식을 가지고 표준 사이즈 보존에 힘써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년의 노력 끝에 진돗개, 세계 공인 견종으로 인정받다
사단법인 한국애견연맹(KKF)은 1945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애견단체로 세계애견연맹(FCI)에 속한 국내 유일의 단체이다. 무엇보다도 2005년 진돗개가 세계애견연맹의 공인견종으로 인정받기까지 10년의 공을 들여온 단체이기도 하다.
이 부총재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여간 진돗개 공인견종 승인을 받기 위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흘린 땀과 노력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진돗개 세계공인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한국애견연맹에서는 1990년대 들어 진돗개의 세계공인을 위해 꾸준히 연구 자료를 발표하고, 각종 전람회에 선보여 왔습니다. 끊임없는 시도 끝에 1995년 세계애견연맹의 연구견종으로 인정받아 임시견종으로 등록이 되었죠. 이후 10년간 출진두수, 혈통보존 실태 및 까다로운 검사 등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한 견종이 5대에 걸쳐 혈통의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는지 추적 검사를 받아야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어 그만큼 오랜 시간과 관리가 필요했습니다.”
마침내 세계애견연맹의 과학위원장이 2004년 한국에 나와 150여 마리의 진돗개를 검토 후, FCI 총회에 보고하게 되었고, 2005년 7월 6일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개최된 세계애견연맹 총회에서 각국 대표들이 토의한 끝에 만장일치로 진돗개 공인견 승인이 통과되었다. 정부의 지원 없이 이뤄낸 쾌거였다.

진돗개 필리핀서 인기몰이, 또 다른 한류 예감
이 부총재는 세계공인견 승인 이후 진돗개의 위상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공인된 혈통서를 받지 못해 대접을 받지 못했는데 2005년 공인혈통서를 받은 후부터 해외에서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최근 필리핀에서는 우리의 진돗개가 3000만원 대의 몸값을 받으며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3년 전 직접 키우던 진돗개를 필리핀 현지 목사에게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보급에 뛰어든 그는 “치안상태가 좋지 않은 필리핀은 경비견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입니다. 때문에 진돗개의 강아지 몸값도 55만원 대에 이를 만큼 높게 형성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필리핀 현지 물가를 고려할 때 지금의 진돗개 몸값은 현지인 몇 개월치의 월급에 해당될 만큼 높은 가격이다. 이처럼 높은 인기에 힘입어 그는 2013년까지 필리핀 현지에 진돗개 번식장을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는 “유럽에서는 황구, 아시아권이나 처음 진돗개를 찾는 이들은 보편적으로 백구에 대한 관심이 조금 높은 편”이라면서,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세계 유명단체와 프랑스, 미국, 중국, 필리핀, 아르헨티나 등에 보급하고 앞으로도 훌륭한 진돗개를 세계에 보급할 계획이다. 또한 12월 8~9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전람회를 통해 진돗개를 더욱 널리 알리고자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진돗개, 이제는 널리 알려야할 때
한국애견연맹의 부총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올해 한국애견연맹 박상우 총재가 아시아애견연맹의 부회장이 되어 총회에 함께 참석하는 등 대외활동도 많았다. 또한 12월 8~9일 열리는 제3회 ‘고양FCI국제도그쇼’와 같은 굵직한 행사들도 이어지고 있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진돗개 전도사로서의 그의 열정은 여전히 식을 줄 모른다.
“진돗개의 혈통보전이 상당부분 완성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세계에 보급해야할 때. 세계적인 명견으로 알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해외 기증 등을 통해 세계로 진출시켜야 합니다.”
그는 애견 선진국의 눈높이에 맞춰 표준에 맞는 유전력을 가진 개를 엄선하여 우수한 진돗개만 해외로 보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한국애견연맹의 공인된 혈통서를 받은 개가 해외로 보내져야 우리가 보낸 개가 대접받고 살 수 있다면서 비공인단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소비자 및 애견가들은 이 점을 주의하여 세계적으로 공인된 단체를 선택, 제대로 된 표준서를 발급받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부 당국에도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천연기념물법을 적용한 진돗개육성법으로 진도군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진도군 외 지역에서 길러지는 진돗개는 관리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세계애견연맹에서는 진돗개의 색깔 6종을 인정해주고 있는데 반해 진도군에서는 황구와 백구만을 고집하고 영양 상태가 좋아진 지금도 체고(體高) 수컷 48~53cm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대인 만큼 다양한 색상과 당당한 체격을 갖춘 진돗개가 개발되어 상품성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총재는 앞으로도 해외보급은 물론 칼럼 연재와 책 출간을 통해 진돗개를 세계적인 명견으로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바람대로 진돗개 열풍이 세계로 뻗어나가 진돗개가 한류의 주역이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김준현 기자 기자 kjh@mbceconomy.com
Copyright @2012 M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회사명 (주)방송문화미디어텍|사업자등록번호 107-87-61615 | 등록번호 서울 아02902 | 등록/발행일 2012.06.20 발행인/편집인 : 조재성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방로69길 23 한국금융IT빌딩 5층 | 전화 02-6672-0310 | 팩스 02-6499-0311 M이코노미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무단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