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탄핵하라”…강공 택한 박 대통령

  • 등록 2016.11.21 14: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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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탄핵소추·헌법재판소 결정까지 최대 8개월·임기까지 15개월
탄핵 전 차기 총리부터 결정해야…자리 놓고 정치권 공방 예상
법적 판단에도 상당한 시일 걸릴 것…스스로 물러날 이유 없다 판단한 듯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사실상 주범’으로 규정하고 피의자로 입건한 가운데,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야당과 국민들의 요구에 “스스로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차라리 탄핵하라”고 반격했다.


‘현직 대통령이 범죄자’로 규정된 상황에서 반성하고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하야는 없다’는 입장을 취하며 도발적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하야 요구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가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법적 절차인 ‘탄핵’을 입에 올린 것 자체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또한 지난 4일 박 대통령은 2차 대국민사과를 통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특검도 수용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검찰의 조사 요구에는 변호사의 변론 준비 시간 부족을 들어 조사를 미뤘다가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이후에는 “검찰의 발표는 객관적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으로 만들어낸 사상누각”이라고 비판하며 이번 주에 받겠다던 검찰의 조사를 다시 한 번 거부했다.


검찰은 지난 20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번 사태에 박 대통령이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미르·K 스포츠재단을 설립하고 각 기업들로부터 모금하는 과정에서 최순실 씨를 이사장으로 지정하고 최 씨를 통해 업무 지시와 보고를 받으며 청와대의 인력과 자원을 동원했다.


대기업들을 움직여 최 씨에게 이익을 안겨주는데도 적극 개입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박 대통령은 최 씨 소유인 더블루K에 이익을 주기 위해 대기업 회장들과 독대한 자리에서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같은 검찰 수사에 대해 청와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객관적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검찰의 수사가 공정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은 이번 주에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검찰의 성급하고 무리한 수사결과 발표로 인해 대통령의 입장을 설명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입장을 들어보지도 않고 대통령을 ‘주범’으로 규정한 수사 결과 발표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에 받겠다고 한 검찰 수사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자신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서도 전했다.


유 변호사는 “증거를 따져보지도 않고 상상에 근거해 지은 환상의 집”이라며 “어느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의 발표대로 박 대통령이 사실상 피의자 신분이라면 기소 전에 혐의 사실을 밝힌 검찰은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면서 “조사 전에 결론을 내린 검찰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조사 협조 요청에 일체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강공’을 펼치는 배경에는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의 탄핵 소주와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최대 8개월가량 걸리는 상황에서 2018년 2월 말까지인 대통령 임기가 15개월 이상 남았고,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의 분노는 누그러질 것이기 때문에 굳이 스스로 물러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버티면서 지지층을 결집해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계산도 깔렸을 것이다.


또한 국무총리를 누구로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박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넘겨받아 국정을 운영하게 된다. 이럴 경우 박 대통령이 계속 국정을 운영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황 총리를 교체한 다음 탄핵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야당의 입장이다.


이와 함께 신임 총리 자리에 누가 앉느냐는 다음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정치권은 총리 자리를 놓고 한 바탕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도 박 대통령이 강공을 취하게 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죄 유무 문제가 아직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점도 여론의 하야 요구에 맞선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결론은 상당한 법적 공방과 정치적 싸움이 지루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선재 기자 seoyun100@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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