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층 유리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겠습니다”

2012.08.07 17:39:54

(주)삼호글라스 대표이사 조용국

우리나라에서 처음 미니스커트를 유행시킨 사람이 가수 윤복희 씨다. 윤복희 씨가 미국에서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처음 선보인 미니스커트가 일으킨 파장은 ‘전국구的 파장’으로 이후 경찰들이 줄자를 가지고 여성들의 치마 길이를 재는 웃지 못 할 풍경을 연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미니스커트를 유행시킨 사람이 윤복희 씨라면 그린복층유리를 개발한 사람은 조용국 대표이다. ‘윤복희 씨의 미니스커트’만큼이나 업계에 큰 충격을 준 그린복층유리는 업계에서조차 그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다. 유리업계의 최고 히트작인 그린복층유리는 사실은 다른 곳에 사용하려다 기준에 못 미친 제품들로 만들어냈다. 조 대표의 혜안을 엿볼 수 있게 만드는 대목이다.

“1988년에 금강유리(현 KCC글라스)에서 제작한 자동차용 그린유리가 색이 너무 옅어서 자동차에는 사용하기가 어려운 제품이었습니다. 당시 그린유리를 그냥 버리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것을 건축유리에 활용할 방안을 강구하게 된 겁니다.”

조 대표는 그린유리를 복층유리에 활용함으로써 유리 두 장을 놓고 보았을 때에는 색깔이 적합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그린복층유리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다.

복층유리를 제작할 때 그린유리를 사용하면 건물 내부에서 볼 때 외부가 투명하게 잘 보이는 반면 외부에서는 내부가 잘 안보이게 하고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복층유리는 두 장의 유리를 일정한 간격으로 하여, 주위를 접착제로 밀폐한 다음 중간에 완전 건조공기를 봉입한 유리다. 그만큼 단열과 방음, 결로 방지 등의 효과가 뛰어나다.

최근에는 조 대표가 개발한 고기능성 로이그린 복층유리가 아파트에 적용되어 방음과 보온, 자외선 차단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고 있다.
조 대표는 “지나가다가 그린복층유리가 적용된 아파트만 봐도 마음이 흐뭇하다”면서 “에너지 절감 효과를 크게 낼 수 있는 ‘고기능성 로이복층유리’ 제품을 만들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절감에 영향을 미치고 싶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유리시공기능사 1급 등 유리와 관련된 자격증만 3개를 딸 정도로 이 분야의 장인(匠人)이다.

“건물이나 주택에 고기능성 로이복층유리를 사용해야 앞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절감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죠.”

16㎜~32㎜ 복층유리를 비롯해 27㎜~42㎜ 삼중유리, 투명·불투명·칼라·반사유리 등 다양한 복층유리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삼호글라스. 고단열성 고기능성 복층유리를 활성화시킬 계획은 건설업계의 경기가 몇 년째 얼어붙으면서 유리업계 역시 그 영향을 받고 있지만 큰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자신감도 있다.
“유리시장이 건설업계의 영향을 받는 것도 문제지만, 사실 유리가격 자체가 30~40년 전이나 가격의 큰 변동이 없습니다. 그동안 물가는 물론 재료비 등도 많이 올랐음에도 유리업계가 존속되는 것은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유리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우리나라 경제에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조 대표는 지금도 유리에 기능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투자를 많이 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때까지는 유리가격을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남다른 애국심이 이 나라 경제를 이끌어 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 대표가 몸담은 삼호글라스는 KCC 전문 대리점으로 일반 건축으로 도매, 시공도 겸하고 있다.

자수성가로 일군 유리알 같은 인생

흔히 부자를 일컬어 ‘금 숟가락을 입에 물고 태어난다’는 표현을 하곤 한다. 하지만 조 대표는 그런 것과는 전혀 관련 없는, 그야말로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걸어온 ‘자수성가’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명산인 지리산 자락의 경남 함양에서 출생한 조 대표는 어려서부터 유독 몸이 약해 물만 마셔도 토할 정도였다. 이렇듯 병약한 조 대표에게 초등학교 시절의 운동회는 지금도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체력이 약해서 뛰지를 못하니까 결국 나 때문에 운동회에서 우리 반이 꼴찌를 했어요. 그때 제가 느낀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그때부터 매일 뒷산을 오르내렸는데 그 때문인지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서부 경남에서 최고로 잘 달렸고 중학교 때 100m 달리기 기록이 11초였어요. 이후 몸이 조금씩 건강해지면서 마음도 건강해졌던 거 같아요.”

병약한 몸과 함께 조 대표에게 씌워진 또 하나의 굴레는 바로 ‘가난’이었다. 1년에 아내 생일과 자신의 생일 두 번만 시장에 갈 정도로 극도의 빈곤에 처했던 그는 36세 때는 영양실조로 길거리에서 쓰러져 생사의 갈림길에 서기도 했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눈을 뜨니까 의사가 ‘돈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먹고 갚으면 되지 죽으면 어떻게 하냐’면서 야단을 치더라고요. 죽어도 벌써 죽었어야 할 몸이 정신력 때문에 살아있는 거라고 하면서요. 그때 생각했죠. 지금껏 고생한 것만큼 잘 살아도 보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죽을힘을 다할 정도로 어려운 과정을 통해 삼호글라스를 일궈낸 조 대표는 자투리 재료라도 소홀히 다루는 법이 없고 제품 하나도 대충 보고 넘어가지 않는다. 게다가 유리는 규사 등의 원료의 특성상 오래 두면 부식되기가 쉬운데 조 대표는 큰 판유리에서 자르고 남은 칼라유리나 반사유리, 철망유리 등을 잘 보관해 뒀다가 필요한 이들에게 공급해줘 거래처에서도 높은 신망을 얻고 있다.

조 대표는 인터뷰 내내 ‘베푸는 것과 나누는 것’에 대해 강조했다. 자신이 어려운 시절을 겪어서 그런지 형편이 어렵거나 질병에 시달리는 이들을 그냥 보고 넘어가지 못하는 그는 현재 봉사 최대 단체인 국제로터리 의정부지회 부회장직과 산악회장을 맡아 회원들과 함께 사회의 그늘진 곳에 신음하는 이들이 없는지, 그들을 도울 방법은 없는지를 살피느라 분주하다. 캄보디아 오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설립된 ‘천호희망재단’의 이사를 맡아 빈민국 아이들의 교육에 정성을 보태는 한편, 농어촌사랑·다문화가정 인연맺기·효행 및 화목상 수여·소년소녀 가장돕기·장학금지급 등을 비롯하여 환경사랑도 실천한다.

바른 마음, 자비로운 실천, 아름다운 세상을 가슴에 담고 부처님 본래의 가르침을 따라 살기 위해 애쓰는 불자이기도 하다.

유리알처럼 맑고 깨끗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가르침

조 대표가 삼호글라스를 이끌어오는 동안 그의 마음속에는 “내가 못하면 다음 대에서라도 할 수 있도록 기본이라도 갖춰줘야 한다”는 신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자기 대에 열매를 맺으려고 애쓰다 보면 능력 이상으로 무리하게 되고 이는 길게 봤을 때,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 대표에게 앞으로의 포부를 물어보니 “잘못된 것은 제거하고 다시 제작해서 명품을 만들어 출고시킬 것”이라고 장인다운 대답을 들려준다. 이어 “경기가 안 좋을수록 이윤이 줄어들고 생활이 힘드니까 잘못된 제품도 그냥 내보낼 수 있지만, 그럴수록 앞날을 생각해서 명품으로 불릴 만한 고기능성 유리를 만들어 출고하면 아무리 경기가 어려워도 소비자는 알기 때문에 고정적으로 경기를 극복할 수 있다”라는 답도 들려줬다.

어린 시절 ‘마음이 유리알처럼 맑고 깨끗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가르침을 항상 가슴에 담고 유리를 만든다는 조용국 대표.

“사람의 운명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고, 웃을 일이 없어도 의지적으로 웃다 보니 저절로 웃을 일이 생기더라”

역경을 딛고 일어선 그 만의 방법을 알려주는 조 대표에게 그 어떤 형용사보다 ‘웃음이 아름다운 CEO’라는 표현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이 담긴 삼호글라스의 제품 역시 추위와 더위, 세상의 허튼 소리에서 사람들을 보호해주고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날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임을 기대해 본다.
 

김준현 기자 기자 meconomy@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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