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재배되는 무농약 쌈 채소 대기업에 전량 납품해요”

2012.08.07 17:15:51

여주 은성농장 대표 안은엽

상추 주산지인 경기도 지역의 노지 상추가 고온에 녹는 등 상추 작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출하 물량이 줄어들었다. 이렇게 날씨변화에 따라 요동치듯 오르내리는 신선채소 가격. 전문가들도 노지재배 농산물은 기상 변화에 따른 생산량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120동의 비닐하우스 시설재배를 통해 친환경 로메인 상추 및 쌈 채소를 연중 생산하며 상품 전량을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은성농장’ 안은엽 대표는 “정성을 다해 생산해내면 날씨변화에도 좋은 채소를 생산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안 대표가 경작하고 있는 은성농장은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 매류리에 위치하고 있다. 7만여㎡(2만1,200여 평)의 대지에 위풍당당하게 들어찬 120동의 비닐하우스에서는 연간 40t가량의 로메인 상추와 쌈 채소류가 생산된다. 전국 최대 규모다. 그 중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로메인 상추는 파리바게뜨·파리크라상 등 제빵 체인을 운영하는 SPC 그룹에 납품되고 있다. 나머지 쌈 채소류도 친환경 채소 샤브샤브 프랜차이즈 업체인 채선당에 납품된다.

은성농장에서 재배되고 있는 채소들의 시장 출하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연간 1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린다. 웬만한 중소기업 규모로 성장시킨 주인공의 재배방법이 궁금하다.

“오로지 땅만 바라보며 쌈 채소류 하나에 온 정성을 쏟아 부었죠. 저는 여주에서 나고 자라 3대째 이 땅과 가업을 지키며 27년동안 은성농장을 지켜오고 있는데요. 군대 제대 후 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짓기 시작해 벼농사와 축산 등 여러 분야를 경험했지만 좌절도 많이 했죠. 그러다 아버지가 비닐하우스 농사를 시도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하우스재배에 뛰어들게 되었는데 하룻밤 만에 만리장성을 쌓을 수 없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그래서 비닐하우스를 5동씩 차근차근 증축해나가면서 시행착오를 줄여가다 보니까 120동이나 됐습니다.”

저온화 냉처리과정으로 신선도 유지

안 대표가 쌈 채소 농사를 고집하게 된 지는 올해로 19년째이다. 그가 생산하고 있는 대표적인 품종은 로메인 상추인데 로메인은 로마시대 로마인들이 즐겨먹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로마인들은 시저(Caesar)샐러드에 꼭 넣어 먹었을 만큼 그 역사가 깊은 채소다. 로메인 상추에는 각종 미네랄과 칼륨, 칼슘, 인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피부의 건조를 막고 잇몸을 튼튼하게 하여 잇몸 출혈을 막는 효능이 있다.

은성농장은 로메인 상추 외에도 케일, 치커리, 적근대, 청겨자, 적겨자 등 다양한 육류와 어울리는 쌈 채소 11종을 재배하고 있다. 모두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해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 인증업체로 인정받게 된 비결에 대해 안씨는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부산물 퇴비, 유기물 퇴비를 겸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연작피해를 막기 위해 2년에 한번 씩은 땅을 깊이 갈아 주는 등 토양 관리에 신경 쓴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은성농장의 쌈 채소류는 계절과 날씨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생산된다. 여름철이면 날씨가 더워 노지재배를 못하거나 품질을 유지시키기가 어려워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많은 것을 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안 대표는 여름철 고온에도 상추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뛰어난 기술력과 노하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은성농장의 쌈 채소 생산과정은 수확 후 2시간 안에 열을 순식간에 빼서 저온화시키는 냉처리 과정을 거쳐 저장창고에 보관한다. 이후 상품 출하 시까지 냉장 상태를 유지시켜주기 때문에 상품이 변질되지 않는다. 다른 제품보다 신선도가 오래 유지되고 윤기가 많이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품질과 탁월한 저장시스템은 전국 대형 유통마트인 이마트를 거쳐 입소문을 타고 대형 제방업체와 프랜차이즈 업체에 까지 알려졌다.

연간 10억 매출

SPC 그룹은 소문을 듣고 은성농장을 찾아왔다. 그들은 물량을 원활이 수급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여름철에 키우기 어려운 로메인 상추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농장을 수소문한 끝에 은성농장에게 로메인 상추를 전량 독점 납품해달라는 제안을 해왔다. 안정적인 운영 능력과 품질을 높이 산 것이다.

매일 아침 전국의 파리바게뜨 3,700개 매장에서 만드는 샌드위치에는 은성농장에서 재배된  로메인 상추가 들어간다. 안 대표는 “내 손으로 키운 로메인 상추를 전 국민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뿌듯하기도 하고 책임감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국 파리바게뜨에 납품되고 있는 로메인 상추는 까다로운 검수과정을 통과해야만 한다. 사실 로메인은 일반 상추에 비해 재배가 어려운 품종이다. 상추에 비해 당도가 높아 벌레가 많이 먹기 때문이다. 그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품종이다. 소비자가 빵과 함께 바로 섭취하는 채소인 만큼 SPC 그룹 측은 1차 선별된 상품도 한 장 한 장 다시 검수하여 상추에 상처가 있거나 벌레가 먹은 흠이 있으면 모두 불합격시켜 반품 처리한다. 엄격한 기준 때문에 납품 초기에는 안 대표는 상당히 힘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는 익숙해졌을 뿐만 아니라 상품에 대한 자부심도 더욱 높아졌다고. 안 대표는 대기업 눈높이의 생산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었다.

올해 4월부터 쌈 채소류를 납품하고 있는 채선당도 안 대표의 노하우와 채소의 품질을 높이 샀다. 외식프랜차이즈 채선당의 샤브샤브 메뉴에 들어가는 쌈 채소류의 경우, 여름철 중부지방에서는 친환경 생산이 불가능한 품종들이 있었지만 안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강원도 산지 농장이 메리트로 작용했다. 강원도의 농장에서 이원으로 생산하다 보니 계절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쌈 채소를 공급받을 수 있었던 것. 현재 안 대표가 납품하고 있는 물량은  채선당 점포의 30%나 된다. 올 10월 중에는 납품 물량이 40% 수준으로 증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모를 고충도 겪어

이처럼 대기업에 납품하는 물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보니 명절 3일을 제외하고는 쉬는 날이 없다. 현재 그는 17명의 외국인을 고용하여 운영하고 있다. 7만여㎡의 생산규모를 감당하기엔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안 대표는 “일이 고되고 도시가 아닌 농촌에서 일해야 하다 보니 내국인 인력은 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는 쿼터제 제한이 있어 전국적으로 3,000명 수준의 인력만 지원되다보니 외국인 근로자 배정을 못 받고 있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인건비는 급상승하고 있다. 내국인 위주로 인력을 구인하라는 정부 방침은 현실성이 없다는 안 대표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인건비, 농자제 가격 모두 급상승했지만, 사실상 채소 값은 많이 오르지 않았어요. 물가안정을 빌미로 가격인상에서 제외되는 품목이 채소이다 보니 많은 농민들이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수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죠. 정부가 이런 점을 알아줘야 하는데...” 안 대표는 안타까운 심경을 밝혔다.

농민들에게 있어 인력난 문제 외에 또 다른 고충이 있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날씨문제다. 안 대표는 2000년 1월 기록적인 폭설로 당시 가지고 있던 비닐하우스 30여동이 모두 주저앉았던 경험을 잊지 못한다. 부채에 시달리며 농사를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그는 땅에서의 새 출발을 선택했다. 그때의 아픈 경험은 날씨에 대비한 시설관리에 신경을 쓰게 한다. 그럼에도 요즘 날씨는 워낙에 변덕스러워져서 예측이 힘들다. 그래서 그는 늘 촉각을 곤두세우는 습관을 갖고 있다고 한다.

땅을 알아야 성공할 수 있어

이렇게 힘든 농사여건 속에서도 계속 농사를 짓는 이유. 그는 농사만큼 매력적인 일도 없다고 답했다.

“남들은 궂은일이라며 농촌을 떠나 도시로 나갔지만 저는 어려서부터 농사가 좋았어요.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한만큼 대가로 돌아오기 때문이죠. 그래서 농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 겁니다.”

그가 농사를 시작한 후 27년여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자급자족형이었던 ‘농사’가 사업형태의 ‘농업’으로 변모했다. 농사를 모르는 사람들이 ‘할 일 없으면 농사나 짓지’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고 있는 것. 요즘의 농업은 자본력과 기술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전형적인 농사꾼 안 대표에게 도시인들의 귀농현상에 대해 물어봤다.

“풍부한 현장경험과 사전준비 없이 귀농하면 망하기 십상이죠. 귀농을 생각하고 있다면 섣불리 뛰어들지 말고 철저히 사전준비를 하는 게 우선이에요. 최소한 1년 정도라도 농촌에 터를 잡고 적응해가는 기간이 필요한 거죠. 도시생활을 하던 사람들을 보면 마치 농사는 놀면서 하는 소일거리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농사야 말로 거짓 없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건데 말입니다.”

그는 아울러 농업도 일반적인 사업 분야 중 하나라는 인식으로 바라봐주고 정부의 적극적인 인력지원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쌈 채소류가 세심한 정성과 수작업을 통해 얻어지는 작물인 만큼, 앞으로도 생산규모를 확대하기 보다는 현재의 농장규모를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시설을 개보수하고, 토양관리를 하여 더 좋은 채소를 생산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흙의 고장, 여주 토박이이자 농업인으로서 지역에 봉사해야할 책임도 느낀다는 안 대표는  능서면 체육진흥회장을 역임했던 경험을 토대로 로터리 회원 및 경찰발전위원회 활동 등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여주 발전과 함께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해갈 은성농장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김준현 기자 기자 meconomy@m-economynews.com
Copyright @2012 M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회사명 (주)방송문화미디어텍|사업자등록번호 107-87-61615 | 등록번호 서울 아02902 | 등록/발행일 2012.06.20 발행인/편집인 : 조재성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방로69길 23 한국금융IT빌딩 5층 | 전화 02-6672-0310 | 팩스 02-6499-0311 M이코노미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무단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