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선거가 2주도 안 남은 가운데 유력 대선 후보들은 지난 18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첫 TV토론에서 민생 경제와 현안을 놓고도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지만, 정책 토론보단 이재명 후보의 여러 정책과 발언을 문제 삼으며 파상공세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또, 기업 투자 활성화와 관련한 공약과 토론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내수 부진을 타개하는 방안도 소상공인의 어려움과 소비 감소를 해결하기 위한 재정지출 논의만 주로 이뤄졌다.
한편, 22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9일부터 전날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내일이 대통령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나’라는 질문에 이재명 46%, 김문수 32%로 이준석 후보는 10% 권영국 후보는 1%로 각각 집계됐다. ‘없다·모름·무응답’은 10%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선거유세 2주차 일정을 바쁘게 소화하면서도 후보들에 대한 견제도 늦추지 않았다.
◇공약 앞세운 유세보단 네거티브 유세 이어져
이재명 후보의 방탄복·유리와 ‘호텔경제학’이 논란이 중심에 서기도 했고, 김상욱 전 국민의힘 의원의 이 후보 지지와 함께 민주당 입당이 핫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어 개혁신당 전 대표인 허은아의 이재명 지지 선언도 정치권의 빼놓을 수 없는 이슈 중 하나였지만,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단일화를 설득하기 위해 이준석 후보의 유세 현장을 깜짝 방문한 것도 주목을 받았다.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 발언을 계기로 수면 위에 떠오른 ‘호텔경제학’ 이슈는 관광객이 호텔 예약금으로 10만원을 냈다가 이를 취소하더라도, 그사이 10만원이 식품 가게, 통닭 가게, 신발가게, 빵 가게를 돌기 때문에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논리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18일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호텔경제학이라고 들어보셨냐”며 “(이재명 후보의 호텔경제학은) 돈이 사라지지 않고 ‘한계소비성향이 1(소득 전부를 소비로 사용)’로 계속 돈다. 무한 동력인가”라고 캐물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텔에 노쇼가 발생하더라도 돈만 돌면 그만이라는 수준의 사고로 대한민국이라는 경제 대국을 이끌 수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21일 구월로데오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100만원을 갖고 있어도 누가 움켜쥐고 꼼짝 안 하면 그게 경기침체이고 불경기”라며 “돈이 돌지 않으면 돈이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10만원이라도 돈이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왔다갔다가 몇 번 돌면, 그게 10바퀴를 돌면 100만원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호텔경제론’에 대한 공세를 펴는 국민의힘에 반박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인 역시 22일 “호텔 경제학이든 치킨 경제학이든 핵심은 내수 침체”라며 범보수 진영에서 제기되는 비판을 정면 돌파하는 모양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날 중앙당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적극적 재정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라며 “호텔 경제학이든 짜장면 경제학이든 상관없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심각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보태 ‘커피 원가 120원’ 논란도 이어졌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5만원 받고 땀 뻘뻘 흘리며 한 시간 (닭을) 고아서 팔아봐야 3만원밖에 안 남지 않느냐. 커피 한 잔을 팔면 8000원에서 1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 알아보니 원가가 120원이더라”고 말해 논란을 낳았다.
이를 두고 김문수 후보는 20일 강서구 남부골목시장 유세 연설에서 “시장에 와서 누구 속 터지게 하려고 커피 원가가 120원이라고 하느냐. 시장이 폭리를 취하면 사람들이 사먹겠느냐”며 “받은 만큼 받고 경쟁해서 시민들에게 싸게 좋은 물건 파는 것이 시장 상인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대한민국의 공당이라는 데가 집단으로 그런 허위 사실을 조작해서 상대를 공격하고 범죄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런 사람들이 제대로 정치를 할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재명에 대한 테러 위협에 경호 조치 강화두고 갑론을박
하지만 구체적인 공약보다는 네거티브 위주의 유세가 이어지면서 지지율이 좀처럼 좁혀들지 않고 있다.
이재명 후보를 향한 테러·살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설치된 방탄유리막과 관련한 국민의힘의 공세도 이어졌다.
김문수 후보는 21일 화정역 문화광장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저는 방탄조끼도, 방탄유리도 없고 경호원도 필요 없다”며 이재명 후보를 겨냥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저를 지켜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제 방탄조끼는 바로 여러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감옥을 두 번이나 갔는데 오히려 잡혀갈 일도 없고 고문을 당할 일도 없고 법인카드를 쓸 일도 없고 편하더라”면서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은 방탄조끼를 입을 게 아니라 감옥에 앉아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비꼬았다.
조승래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22일 민주당사에서 이 후보의 방탄 유리막 설치 등 경호 강화에 대한 국민의힘 측 비판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1년 4개월 전에 테러당한 분”이라며 “실제로 인터넷에 댓글이라든지 문자라든지, 이를 통해 살해 협박을 숱하게 받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후보 등 주요 인사) 신변상 위협이나 위해가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안전조치·경호 조치가 제공된다”며 “(김 후보의) ‘나는 필요 없다’는 건 무책임한 것이다. 김 후보는 대통령이 돼도 경호를 안 받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재명 후보도 21일 인천 유세에서 “이게 비아냥 거릴 일입니까. 살해 기도에 목이 찔린 상대방 정치인을 두고 그렇게 장난해서야 되겠는가”라고 맞받아쳤다.

◇범보수 단일화 불발...이준석 10%대 지지율
21일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단일화를 설득하기 위해 이준석 후보의 유세 현장을 깜작 방문해 “만약 당으로 오시면 제가 나이로는 선배지만 잘 모시겠다”며 “김 후보와 직접 만나는 것도 주선할 수 있으니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석열계 인사들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측에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를 제안하며 ‘차기 당권’을 약속했다는 폭로도 이어지면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단일화가 쟁점화 되고 있다.
이준석 후보 측은 “선거운동 중인 후보에게 불필요하게 단일화에 대한 질문이 너무 많이 온다”며 “‘단일화’ 안 한다. 그만 괴롭혀달라”이라고 전했다. 이준석 대선 후보 역시 22일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에서 10%대의 지지율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지지율 상승) 속도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TV) 토론 이후 한 주 동안 3%포인트 정도의 (지지율) 순 상승이 있었다고 보인다”며 “추가적인 상승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서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 후보는 “단일화 관련 질문은 이제 안 해도 된다”며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탈당한 윤석열, 부정선거 음모론 부추기는 영화 관람...국힘 일부에선 선 긋기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관람한 부정선거 의혹을 다룬 영화에 대해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부추기고 있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22일 밝혔다.
한동훈 전 대표는 22일 “어제(21일)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영화 보는 거 그럴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럴 수 있지 않다’ 대선을 앞두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저는 ‘정 그럴 거면 탈당이 아니라 민주당 가라’고 말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국민의힘 안팎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더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일 나오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탈당으로 그와 국민의힘은 무관해졌다는 게 당의 공식 입장이지만, 명확하게 다른 노선임을 천명하지 않으면 선거에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차 TV 토론회에서 존재감 알린 이준석, 권영국
지난 18일 열린 1차 토론회가 거대 양당 후보들에 가려진 이준석·권영국 후보의 존재감을 일부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킨 것으로 보인다.
6·3 대선이 2주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23일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초청 2차 후보자 토론회를 개최한다. 2차 토론회 주제는 ‘사회’ 분야다.
각 후보는 ‘사회 갈등 극복과 통합 방안’을 주제로 시간 총량제 토론을 진행한 후, ‘초고령 사회 대비 연금·의료 개혁’, ‘기후 위기 대응 방안’이라는 주제로 두 차례의 공약 검증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이번 대선의 마지막(초청 3차) 후보자 토론회 주제는 정치 분야로 오는 27일 오후 8시 상암동 MBC에서 열린다.
여전히 내홍에 빠져있는 국힘은 반전 카드를 내놓을 지, 남은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이준석·권영국 후보의 약진이 이뤄질지,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후보를 향한 파상공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