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건설 시장에도 친환경에너지 바람이 불면서, 건설사들이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적용한 시공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정부의 주문대로 다음 달부터 ZEB 5등급 인증 대상이 공공건축물에서 30가구 이상 민간 건축물(아파트)로 확대되면, 이러한 기류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GS건설에 따르면,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시대에 맞춰 에너지 절약형 조명을 자체 개발해 아파트 브랜드 자이(Xi)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명 시스템은 초고효율 LED와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 제어 기능을 탑재해 기존 조명보다 에너지 소모를 30∼50% 줄였다.
또한 실질적인 전기료 절감과 탄소 배출 감소를 실현하는 친환경 기술을 탑재하고, 조명 전문회사인 ALTO社와 협력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온도와 밝기가 조절되는 HCL(Human Centric Lighting) 조명을 개발, 자이 아파트에 선택사항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이번 조명 시스템 개발을 통해 에너지 절약은 물론 건강, 감성까지 아우르는 토털 라이팅 솔루션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GS건설은 친환경에너지 사업에도 진출했다. GS건설은 지난 달 청정 암모니아를 연료로 주입해 탄소 발생 없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플랜트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영일만 산업단지 내에서 온실가스감축이 필요한 기업을 대상으로 상용 플랜트를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이번 사업 추진을 위해 GS건설은 올해 1월 HD현대인프라코어, 아모지(AMOGY)社와 함께 ‘청정수소화합물(암모니아) 기반 수소엔진 발전기’ 개발을 위한 전략적 기술협약을 맺었다. 사업 파트너사로 참여하는 미국 아모지는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만드는 엔진을 생산한다.
GS건설은 아모지와 HD현대인프라코어와 함께 이들이 개발한 기술을 합쳐 40ft(피트) 컨테이너 크기의 발전 모듈을 포항 영일만 산단에 설치하고, 실제 발전과 전력공급을 실증할 계획이다. 양사와 함께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발전기 모듈은 아모지사의 기술로 암모니아를 액체 연료처럼 기기에 주입해 수소로 변환하고, 변환된 수소는 HD현대인프라코어의 수소엔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두 개의 기술을 합쳐 일체형으로 모듈화한다.
GS건설 측은 “강화되는 탄소 감축 규제에 따라 회사의 미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하나로 이번 사업을 준비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탄소배출권, 탄소국경세 등 기업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무탄소 전기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도 설명했다.
롯데건설도 현재 연구개발 조직 내 에코에너지TFT를 통해 탄소 저감 및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ZEB 인증 대응과 건물 생산 전력 활용성 강화를 위해 롯데케미칼, 엡스코어, 스탠다드에너지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시 잠원동 본사 사옥에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BIPV)’과 ‘바나듐 이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VIB ESS)’를 시범 구축해 성능평가에 나섰다. 건물 일체형 태양광발전 시스템은 건물 외벽에 설치돼 전력을 생산함과 동시에 외장재 역할을 하며, 별도의 설치 면적이 필요 없어 도심 내 활용도가 높다.
롯데건설은 태양광 모듈을 GtoS(유리와 철판 접합) 공법으로 설치했으며, 일반 태양광 모듈인 GtoG(Glass to Glass: 양면유리 접합) 방식과 달리 전면은 유리, 후면은 철판으로 제작해 무게를 경량화했다.
또한 태양광 필름 소재는 수분 침투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변색과 부식의 우려가 있어 수명이 강한 POE(Polyolefin Elastomer)로 사용했다.

바나듐 이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VIB ESS)의 경우, 배터리 전문기업 스탠다드에너지와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했다. 스탠다드에너지가 개발한 ‘바나듐 이온 배터리’는 물 기반 전해액을 사용하기 때문에 발화 위험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며, 배터리 수명이 길고 높은 충전효율을 자랑한다. 또한 ‘바나듐 이온 배터리’를 타일 형태로 만들어 실내에 부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5년 CES 혁신상’도 수상했다.
롯데건설은 올해 2월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 시멘트 기술을 개발하고 현장 적용에 성공하기도 했다.
건설 현장에서 주로 쓰이는 시멘트의 주원료인 석회석은 약 1300℃ 이상의 높은 온도로 가열하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다량 배출된다.
이번에 롯데건설이 개발한 기술은 일반 시멘트보다 약 200℃ 낮은 온도에서 제조가 가능하며, 석회석 사용량 절감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또한 롯데건설은 해당 시멘트는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굳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태양광 발전 시스템 개발, 이산화탄소 반응경화 시멘트 개발 등 친환경 분야 신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친환경 분야 신기술을 적극 개발해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친환경 시공을 추진하게 되면 비용이 더 들어가는 부분이 있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시대적 흐름이고, 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라며 “이런 판단에 따라 최근 건설사들은 아파트가 친환경화하고 제로에너지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고민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오는 6월부터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인허가를 받을 때 ZEB 5등급에 준하는 설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5등급은 10~13% 수준의 에너지 자립률을 충족해야 한다. 연면적 1000㎡ 이상인 건축물은 12월부터 새로운 기준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