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첫 TV 토론를 보고 무덤덤해지는 까닭은?

  • 등록 2025.05.21 10: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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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대선후보 첫 TV 토론을 끝날 때까지 지켜봤다. 솔직히 기대도 좀 있었다. 누가 실수할까, 누가 시원한 한 방을 날릴까. 유권자를 흔들 수 있는 말이 나올까. 그런데 2시간의 토론을 지켜본 나는 무덤덤했다. 가슴이 뛰지 않았고 답답한 속은 그대로였다. 실망스럽지도 않았고 화도 나지도 않았다.

 

왜 그랬을까? 수십 번이 넘는 크고 작은 선거를 치러 본 내 나이 탓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정해진 틀과 시간 속에서 그렇고 그런 정책을 토론하는데 거기에서 뭘 기대할 수 있겠는가 싶은 선입관 탓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후보들의 토론 내용이 무익했다는 말은 아니다. 나름 각 후보의 생각이나 정책 방향을 알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국민의 이번 토론에 관한 관심도는 아주 낮았다. 시청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누적 시청률은 14.9%(295만명 시청)으로 지난 대선후보 첫 토론회 시청률(39%)의 반토막이 났다. MBC가 7.2%로 가장 높았고 SBS(4.2%), KBS(3.5%) 순이었다.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JTBC를 제외한 3사가 이를 생중계했다. TV조선의 시청률이 1.75%(38만여 명)으로 가장 높았고, MBN(1.68%), 채널A(1.19%) 순이었다.

 

이렇게 시청률이 지난 대선의 절반으로 뚝 떨어진 이유는 한 사람의 후보가 큰 격차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어서 긴장도가 떨어지는 데다, 지난 3년간 유튜브 채널로의 플랫폼 역학관계가 변화한 탓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그런 분석은 내가 이번 대선후보 첫 TV토론을 보고 무덤덤해진 이유를 설명하는데 충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다수의 설문 조사에서 경제가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는 응답은 60% 이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소득 불평등 해소, 부동산 정책 등 주로 생활경제에 관한 관심은 청년층일수록 높다.

 

이날 토론 역시 유권자의 관심을 반영해 경제에 초점을 맞췄고 ‘저성장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 방안’, ‘트럼프 시대의 통상 전략’, ‘국가 경쟁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진행됐다. 일반적인 설문 조사에서 대선에서 경제가 중요하다는 답변이 60%가 나오므로 같은 주제를 다루는 대선 후보들의 경제 TV 토론 시청률은 그보다 높거나 최소한 그 수준이 되어야 하는 게 합리적 상식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후보 TV 토론 시청률은 경제가 중요하다는 답변 비율의 4분의 1에 머물렀다. 이는 토론의 내용이 부실했거나 국민 생활경제 눈높이와 맞지 않는 거시적인 경제정책을 거론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대통령 후보가 시시콜콜하게 생활경제, 예를 들어 물가를 따지면 되겠는가? 그런 분야는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거시적인 국가 경제를 토론해야 한다’ 주장하면 나도 대꾸할 말이 없다. 다만 미국처럼 대선 후보자가 경제 전문가-경제 관련 장관을 미리 지명하고 그들에게 물가, 부동산 거품, 일자리 경제를 맡기겠다는 식으로 토론했었다면 토론 분위기는 사뭇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를테면, ‘물가를 잡는데 아무개 박사가 전문가입니다. 제가 그 분에게 물가 관리를 맡기려고 하는 이유는...이런 거죠’라는 식으로 말이다. 각 후보가 그렇게 교차 토론했어야 했다. 대선후보는 리더이지 실무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적어도 국민 생활경제를 어떤 사람에게 맡겨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아마 그런 토론이 이루어졌더라면 대선후보 TV 토론도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하여 높은 시청률이 나왔으리라, 나는 확신한다.

 

‘어느 때 경제적으로 가장 살기 좋았는가?’ 장년층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시라. 대개 물가가 안정되었을 때라고 말할 것이다. 생산성이나 경쟁력이 늘어나지 않았는데도 경제 전반에 거품이 끼고 부동산을 포함하여 모든 물가가 오르면 후보자들의 공약대로 국가 경쟁력을 높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시간이 넘어가면 마이크가 꺼지고 진행자는 공평하게 한다면서 발언 시간을 체크한다. 그래도 시청자들은 아쉬워하지 않는다. 이미 지지하는 후보자가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나는 그런 사람보다 TV 토론을 보고 후보자를 지지하려고 하지만 지금과 같은 콘텐츠로는 나를 포함한 많은 이를 설득하기에 부족할 듯하다.

 

그것이 나를 무덤덤하게 만든 원인이었다. 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가슴이 뿌듯하지 않은가? 그것은 영화가 우리에게 감동과 통찰력을 제공하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을 유발해 주기 때문이리라. 대선후보 TV 토론이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줘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 줄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다음 토론을 기대한다. 다만 이번처럼 무덤덤하지 않길 바라면서.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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