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다음 차례 "중국이 이끄는 세계 경제 상상하기"

  • 등록 2025.05.17 15: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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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자유무역에 일으킨 관세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 특히 미국 GDP의 70%까지 육박한 중국의 저항이 거세다. 30년 전 미국은 엄청난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며 경제적, 문화적으로 자신의 입지를 넘보던 일본을 (플라자 합의로) 달러당 엔화 환율을 250엔에서 120엔으로 대폭 조정하여 일본의 경쟁력을 눌렀다.

 

30년 전과 다른 세계 경제 공급망, 미국 주도의 질서가 붕괴되는 서막인가?

 

미국은 자국 GDP의 절반 가까이, 혹은 경계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면 제압에 나서는 초강대국이다. 플라자합의 30년이 지난 지금 그러한 초강대국 미국의 목표는 중국이다. 미국 GDP의 절반을 훨씬 넘어섰으니까 말이다. 중국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미국이 생각하던 30년 전 일본이나 유럽과 매우 다르다.

 

 

중국의 위안화는 미국이 어찌할 수 있는 국제 통화가 아닐 뿐만 아니라 중국의 통화는 자체 첨단 기술 역량을 기르는 (이자를 갚지 않아도 5대 국책은행에서 상각할 수 있는) 천문학적인 국가 보조금이 되어 재생 에너지부터 반도체, AI 등의 첨단 기술 분야에 들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지금의 국제 무역 질서는 재편될 수밖에 없겠지만 앞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를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지난주 스페인 민주사회주의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그때는 마침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중국과의 관계 강화는 곧 "자기 목을 베는 것"과 같다고 경고한 뒤였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기업들에 미국 투자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보복 관세 조치를 마련하고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유럽 연합(EU)은 오는 7월 베이징에 대표단을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EU 관계자들은 「파이낸셜 타임스(The Financial Times)」의 지면을 통해 대서양 동맹 전체가 종식되었다고 선언했다.

 

세계 자유주의의 새로운 얼굴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현대 미국 제국의 기반이 된 80년 된-경제 질서가 ‘종말’을 맞았다고 선언했다.

 

항공 예약 데이터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미국에 온 관광객 수는 작년 동기 대비 70% 이상 감소했다. 유럽 여러 국가에서 온 관광객은 약 30% 줄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급락했다. "(트럼프가 선언한) 해방일" 이후 단 1주일 만에 미국으로부터의 수출은 거의 3분의 1,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거의 3분의 2로 감소했다.

 

10년 전 영국 지식인들이 브렉시트를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하려 했을 때 때때로 수 세기 동안 리틀 잉글랜드를 주장해 온 반제국주의자들을 지적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역 전쟁을 시작했을 때 그것은 세계 패권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가 미국민에게 보여주는 건 오히려 리틀 아메리카에 가깝다(실제로 장벽을 건설하고 있다).

 

◇성장 둔화, 청년 실업, 언젠가 따라잡힐 첨단 기술 등 중국이 맞을 역풍

 

울타리를 친 미국, 그렇다면 지구 경제의 패권은 누가 차지할까? 현재 지리경제학(지경학)이라고 불리는 흐름을 고려할 때 그런 예상을 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중국은 이미 세계 무역을 장악했으며 블룸버그의 모델링에 따르면 현재 상황에서 관세는 이러한 우위를 더욱 강화하여 더 많은 국가가 미국과의 협력을 줄이고 중국과의 협력을 늘리도록 만들 것이다.

 

한 모델에 따르면, 미국의 무역 상대국 중 30%는 미국 무역이 완전히 중단되더라도 1년 이내에 완전히 회복할 수 있으며, 5년 이내에는 절반 이상이 회복할 수 있다. 이것이 패권 국가가 혼란을 전략으로 삼는 경우가 드문 이유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아름다운 합의’라고 부르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 십자군 전쟁의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일까?

 

25년 전만 해도 세계 10개국 중 8개국이 중국보다 미국과 더 많은 무역을 했다. 오늘날 10개국 중 7개국은 중국을 더 큰 무역 상대국으로 간주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아마도 미국은 그렇게 제로섬 게임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네 번의 정권을 거치며 미국의 지도자들과 전문가들은 종종 미국민에게 그렇게 하라고 촉구해 왔다. 마치 이념 갈등이라는 허울만 씌운 국가적 경쟁처럼 보이는 상황을 신냉전으로 포장했다.

 

 

중국이라고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그들 또한, 역풍에 직면해 있다-경제 성장 둔화, 인구 감소, 대규모 청년 실업, 그리고 오랫동안 흔들림 없이 미국의 우월성을 지탱했던 소프트 파워를 따라가면 될 거라는 예상을 했지만, 그러한 예상은 지금 상황에서 보면 편안함을 결여하고 있다. 중국 역시 언젠가는 다른 나라에 따라잡힐 수 있으니까. 이는 세계의 미래를 깔끔하게 가르는 이분법적 시각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중국의 세기라는 홀로그램이 흔들리고 있음
을 시사한다.

 

세계 제조업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030년까지 2000년의 7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의 점유율은 절반으로 떨어지리라. 트럼프 지지자들은 무역 전쟁을 이러한 패턴을 뒤집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하지만 정부 투자에 대한 주요 약속이나 정책 안정에 대한 실질적인 의지 없이 불규칙한 관세 부과 외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이는 모두 문화 전쟁을 상징하는 밈(meme)에 불과해 보인다.

 

그러나 지난주 '최고의 밈'은 중국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뚱뚱한 미국인들이 더러운 공장 바닥에서 전자 제품을 조립하는 모습을 담은 풍자적인 AI의 이미지, 그것은 미국의 허술한 승리주의의 한 단면이다. 중국 재무부는 미국이 "세계 경제사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이 '2025년 제조' 산업 정책을 시작한 지 10년이 흘렀다. 미국은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경제 미래에 큰 기대를 걸었다. 중국은 더 많은 것을 만드는 데 주력했고, 10년 안에 그런 나라가 (경쟁력 있는 AI를 포함하여)상당히 많은 것을 만들 수 있음이 밝혀졌다. 아마 여러분도 중국의 청정에너지 지배력에 대해 들어보셨을 것이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태양광 패널의 90%와 전기 배터리의 4분의 3 이상을 생산하면서 전 세계 다른 나라가 합친 것만큼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정기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관세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은 여러 희토류 금속과 자석의 수출을 중단했으며 이러한 품목들의 전 세계 공급량의 90%를 중국이 생산한다).

 

◇중국 첨단 기술 발전과 제조력으로 미국 GDP의 70%에 육박

 

중국은 신규 특허에서도 미국을 추월하며 지배적인 지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특허는 기술 진보를 측정하는 단순한 지표일 뿐이지만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명문 대학에 선전 포고하기 전부터 중국의 대학과 정부 연구 지출은 미국을 앞지르고 있었다.

 

일론 머스크와 그가 이끄는 이른바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가 등장하여 미국 예산을 수십억 달러 삭감하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비자나 영주권을 소지한 유학생들을 추방했다.

 

2010년만 해도 중국은 세계 의약품 생산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정말 미미했다. 지금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신약 개발국이 중국이고, 「The Economist」가 최근 지적했듯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중국에서 전 세계적으로 라이선스를 받은 약물의 가치는 15배나 증가했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의 글로벌 임상 시험 점유율은 4%에서 28%로 증가했다.

 

중국은 출판된 고품질 과학 논문 수에서 유럽과 미국을 앞질렀고 재료 과학, 공학, 화학 및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이 모든 분야에서 중국은 최첨단 연구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분야는 중요한 분야처럼 보인다. 최근 국가 경제 엘리트 구성을 비교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리더 계층은 금융 자본가가 주도했고 중국의 리더 계층은 엔지니어가 훨씬 더 주도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대부분 동안 전기차를 만드는 억만장자는 정부에서 최소한 두 번째로 강력한 인물이었는데도, 그의 테슬라 주가는 12월 이후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미국에서는 진보 성향의 반발이 거세졌고, 유럽국가들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거의 50% 감소했다.

 

한편, 중국의 전기차 강자인 BYD는 2020년 이후 전 세계 판매량이 거의 15배 증가했으며, 2025년에는 유럽 판매량이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11월 첫 번째중국 쇼크는 중국이 미국의 공급망에 편입되었을 때였고, 두 번째 중국 쇼크는 미국이 그들의 공급망에 편입되기를 간청할 때였다. 아직은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미대통령은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보다 좌파에 있는 모든 잠재적 동맹국을 강압적으로 압박하고, 연구 개발에 대한 공공 투자를 삭감하며, 기후, 과학, 공중 보건과 마찬가지로 상업에 대한 국가 계획은 독자적인 길을 가는 것이라고 발표함으로써 완전히 치열한 새로운 지리 경제적 경쟁 국면을 선택했다.

 

◇세계의 핫 트렌드, ‘미국을 팔자’

 

이러한 상황은 얼마나 지속될까?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는 세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에이시에스(Axios,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본사를 둔 미국 뉴스 웹사이트.)는 “세계의 새로운 핫트렌드는 '미국을 팔자'"라고 선언했다.

 

그런 경향은 미국 국채를 팔자보다 더 크다. 한 예로 파리 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토마 피케티는 ‘미국 없는 세상을 다시 생각하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세를 뒤집어 버렸다. 그 결과,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이제 최고조에 달해 팬데믹 공황의 정점을 훨씬 넘어섰다.

 

경제학자들은 경기 침체를 예상했고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미 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펀드 매니저들은 수십 년만에 미국 자산에 대해 이렇게까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지 않았다. 주식 시장이 점점 더 밈코인(meme coin, 인터넷 짤방에서 재미로 만든 암호화폐) 처럼 보이고 갑작스러운 러그 풀(rug pull, 가상 자산 개발자가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금을 모은 뒤 돌연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투자금은 돌려주지 않는 사기)에 빠질 운명인 듯하다.

 

예전에는 탐욕스러운 미국의 지배권을 배제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세계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거나 적어도 미국에 대해 울타리를 칠 수 있도록 하는 게 지구촌 좌파의 환상이었다. 소유욕이 많고, 허풍스럽고, 자신에게 최고 좋은 시절에도 전통과 규범에 무관심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그런 일을 실현하기 위해 누군가를 뽑았을 리 없었을 터인데, 지금 그가 그런 일을 벌이고 있다니....참으로 사람 마음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급진적인 지식인이나 개발도상국 지도자들뿐 아니라 미국의 가장 가까운 이웃과 옛 동맹국들까지도 미국을 버리는 환상을 꾸고 그런 일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오늘날 중국을 세계 무역 질서로 끌어들인 나라는 미국이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들어가면 민주사회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최소한 중국은 지금까지 미국의 예측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소득이 만 천 달러에 이른 중국의 성장세도 한계에 이르고 있다. 아무리 기술력과 내수로 버틴다는 대국이라도 언제까지 나 홀로 이기적으로 살 순 없다. 과거처럼 끔찍한 전쟁을 할 텐가? 미국도 중국도 그 외의 어느 나라도 상생과 협력 없이 새로운 무역 질서가 태어나길 바라서는 안 될 것이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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