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1순위 골드 금가자, 벚꽃향기 맡은 ‘엔화’

  • 등록 2025.04.09 13: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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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 1000원...日 견고한 경제 상황·BOJ 금리정책 등 영향
금값, 무역갈등 심화·美 인준 금리 인하땐 다시 오를 가능성 커
경기침체 우려에 美 장기채 인기...“변동성 크다” 위험부담 상존

 

글로벌 증시 하락과 상호관세 리스크 때문에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단독 플레이’가 선을 넘으면서 상대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금값이 주춤하고 가상화폐 비트코인 롤로코스터를 타고 있다. 그 사이 급격하게 떨어졌던 엔화와 미 국채가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슈퍼엔저는 잊어라 ‘엔화의 반전’...어쩌다 ‘안전자산’ 수요 급증

 

미국 관세정책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이 반복되는 가운데, 엔화 가치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은행(BOJ)이 여전히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 아래, 엔/달러 환율이 170엔에 이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오후 1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20원을 상회하고 있다. 2023년 4월 27일(1000.26원) 이후 약 2년 만에 1,000원을 돌파했다. 올해 1월 100엔당 900원 초반대에 거래되던 엔화는 3월에는 900원 후반대에서 등락하더니 결국 1,000원 문턱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로 11월 말 800원 후반대를 보인 엔화는 900원을 돌파, 올해 1월 말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0.25%→0.5%) 결정으로 점차 오름세를 보이면서 1,000원 돌파 가능성이 점쳐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달 31일 원·엔 환율은 989.69원, 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981.82원으로 다소 주춤했다. 그러나 5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기본관세 10%를 부과하는 정책이 발효되면서, 7일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급등세에 1,000원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행정부의 국가별 보호관세 정책, BOJ 금리정책, 안전자산 투자 등의 영향으로 엔화 가치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상호관세 시행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파장이 촉발됐다”면서 “주초 1470원대까지 상승했던 원·달러 환율은 탄핵 인용, 달러화 약세 영향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으나 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 등 호재를 악화시키면서 재반등했다”고 말했다.

 

국내 한 금융선물 연구원은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대비 2.4% 증가하는 등 금리인상에 우호적인 재료로 해석되자 엔화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엔화는 일본 내수의 완만한 회복과 BOJ의 금리인상 기조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상승세를 계속 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금값 일시적 하락?... 전문가들 “무역갈등·美 금리인하 가능성에 다시 오를 것”

 

국제 금값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전일 대비 0.75% 오른 트로이온스당 3150.3달러로 또 한번 최고점을 경신했지만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

 

이달 9일 기준, 국제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2,991.30달러로 전날보다 0.04% 올랐지만, 최근 국제 금 시세는 심리적 지지선인 3,000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국제 금 시세가 최근 들어 하락 조정을 들어간 것이다. 이번 국제 금 시세 하락은 미국 경제 지표 개선 및 금리 안정화 기대감 등으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가 다소 약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국제 정세 및 통화 정책 변화에 따라 금 시세의 추가 변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국내 금 시세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충분하다.

 

9일 기준 한국거래소 금 가격은 g당 14만4020원으로 집계됐다. 꾸준히 수익을 내던 국내 금 관련 ETF 수익률도 일제히 손실을 냈다. 금시세닷컴에 따르면, 순금 1돈은 전 거래일보다 3000원 상승한 61만3000원에 구입 가능하며 전 거래일보다 1000원 상승한 53만1000원에 판매 가능하다.

 

금값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으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으나, 최근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타격을 입었다. 일부 투자자들은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입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중이던 금을 급히 매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금값의 이번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그들은 “현재 금값의 하락세는 주식시장 혼란으로 인한 일시적이고 기술적인 현상”이라며,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면 저가 매수 세력이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금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평가의 배경에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지정학적 불안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동유럽 지역의 안보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의 집중적인 포격으로 인해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 간 상호무역 갈등이 지속되고,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차질 우려도 여전히 크다.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 이후 중국과 유럽연합 등 주요 국가들이 보복할 경우, 글로벌 무역 갈등이 본격적인 충돌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 역시 금값을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관세 조치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되면서, 연준이 올해 중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달러 약세를 불러와 금값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금거래소 관계자는 “변동성이 높지만, 글로벌경제의 불확실성 증가로 금은 여전히 안전자산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며, “현재의 가격 조정이 끝나면 금값은 다시 상승세를 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기침체 우려에 ‘美 국채’ 안전자산 부각...“변동성 커 시장 우려 존재”

 

일본 엔화와 더불어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미국 국채도 인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몰고 온 관세발(發) 경기침체 우려에 투자자들이 피난처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에 미국 장기채 금리가 하락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 ETF’와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H)’는 15% 가량 상승했다. 특히, 레버리지나 인버스를 제외하면 최근 일주일 사이 수익률은 9%를 웃돌며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미 국채의 변덕은 심한 편이다. 7일(현지시간) 미 장기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하며 ‘채권 쇼크’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금융 시장에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내 기준금리를 얼마나 인하할 것인지 예민하게 관찰하고 있다.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는 금리 인하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지만 동시에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은 금리를 내리라는 압박 요소가 되기도 한다.

 

더욱이 미 연준이 어떤 선택을 하든 물가도 잡지 못하고 경기침체도 막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의 확대 땐 미 국채가 안전자산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부호는 여전히 남게 된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 국채 금리 급등에 대해 “이번 위기는 이전처럼 단순히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결되지 않을 수 있고, 미국 국채도 극심한 변동성을 겪으며 더 이상 안전자산 역할을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됐다고 시장이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심승수 기자 sss23@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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