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인력 활용 국가 계획 필요

2024.04.05 10:57:11

지난해 11월 12일, 104세로 숨진 한 미국 할머니의 장례 소식에 미국인들이 존경과 애도를 표시했다. 엘리너 오토는 22세부터 70년간 항공기 리벳공으로 열정적으로 일하다가 95세에 그녀가 작업했던 C-17기의 공장이 폐쇄되면서 그 일을 떠나게 됐다. 

 

미국이 진주만 공격을 당한 후 본격적으로 전시 상태에 돌입하자 항공기 생산 공장들도 군입대로 떠난 남성 일자리에 여성들이 대거 충원하게 된다. 22살 된 이혼녀 엘리너는 당시 하고 있었던 타이피스트보다 두 배 많은 임금에 리벳공을 자원했다.

 

그녀에게는 부양해야 할 아기와 어머니가 있었다. 리벳은 두 개의 금속판을 떨어지지 않게 박는 금속 핀의 일종이다. 전통적으로 힘들고 따분한 작업으로 남자들이 해오던 일이었다. 그녀는 첫날 배우고선 거뜬하게 그 작업을 해냈다. 

 

 

전쟁이 끝나고 남자들이 돌아오자 전투기 공장에서 일했던 여성들은 떠나게 됐다. 그녀는 한동안 비서, 식당에서 일했으나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중 1951년 라이언 항공사에 
서 리벳공 일자리를 얻으면서 활력을 되찾는다. 리벳공은 그녀의 천직이었다.

 

그 후 맥도널드 더글러스, 보잉사 등을 거쳐 95세까지 일했다. 부고 기사를 보면 2015년 C-17 화물기 생산이 중단되면서 일터를 떠나게 됐다고 했다. 화물기 생산이 계속됐다면 그녀는 몇 년 더 일했을는지 모른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그녀는 보잉사가 있던 롱비치 공장에 가기 위해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나 샤워를 한 뒤 아침 신문을 보면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선 오전 6시에 항공기 조립 작 
업을 시작했다고 전한다. 

 

그녀의 직업 일생을 보면 리벳공 일을 정말로 좋아했고, 그 일을 하기 위해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과 건강을 잘 관리했음을 알 수 있다. 금속판에 리벳을 박는 일이 고단했을지라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리벳을 박았던 커다란 항공기가 안전하게 하늘을 나는 것을 보고 무한한 보람과 자부심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그녀를 고용한 기업들도 작업을 잘 해내는 한 고령의 나 이는 문제시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직장과 직장인이 가야 할 길을 잘 보여주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요즘 워라벨을 많이 얘기하는데 여가를 즐기기 위해, 좀 더 많은 휴가를 가지기 위해 직장을 다닌다고 여기면 앞뒤가 뒤바뀐 것 아닐까. 직장을 승진과 연봉으로만 바라보는 시선들이 만연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직장 관념은 기성 세대들이 강했지만 이제 먹고살 만해진 지금 세대에서는 불식해야 할 것인데, ‘묻지 마’ 의대 지원 열풍을 보면 청년 세대들에게 전염된 것 같아 안타깝다.

 

직장을 승진과 연봉만 보면 일터는 살벌하고 피곤한 전쟁터가 되고 일에서 행복을 느끼기 어렵다. 승진과 연봉은 일 성과의 결과물로 봐야지 그것이 목적이 되면 굴레가 된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 깊은 관심과 애정, 열정을 가지는 것이 중요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 세계는 제조업 붐


바이든 정부는 무너진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고자 반도체와 전기차 등 첨단산업과 재생 에너지 산업 등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미국의 자존심을 회복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도 지난달 대만 TSMC의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제2공장 건설에 큰 기대를 갖고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일본 주식시장이 30년 만의 주가 상승 기록을 갈아치우고 반도체 파운드리 제품 생산 경사까지 제조업 권토중래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유럽도 안보 차원에서 제조업 부흥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 자국 산업을 지키려는 보호주의 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밖에 인도와 베트남,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신흥국들도 제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선진국이든 신흥국이든 이들 나라가 취하는 제조업 육성책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보조금 퍼붓기와 외국 제품에 대한 높은 관세와 규제 조치로 보호 장벽을 높게 쌓는 것이다. 이러한 육성 정책은 초기에 성공하는 듯해도 곧 효과는 떨어지고 오히려 장기적으로 역효과를 가져오기 쉽다.

 

이번 선진국의 제조업 육성 정책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흐름, 즉 안보 이슈가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규제 조치를 강화할 것이다. 이에 대응해 중국과 러시아는 신흥국과 협력을 통해 시장을 개척하는 동시에 신흥국 기업들과 합작 기업을 설립해 우회적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을 접근하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미·유럽 대 중·러시아도 상호 전쟁을 벌이지 않는 한 경제적 관계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흥 경제 강국들은 모두 미국 시장에다가 제품을 내다 팔아서 성장해왔던 경로를 밟았다. 이제 그런 공식은 깨졌다. 바이든 정부든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트럼프 시대가 열리든 자국 시장을 호락호락하게 열지도 않을 것이고 미국 제조업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부 보조금과 보호주의 규제 정책을 하드 정책이라고 하면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에 의해 주도되는 소프트 경쟁력이 지금은 더욱 필요해 보인다. (이어서http://www.m-economynews.com/news/article.html?no=42793)

이상용 수석논설주간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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