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상 높아지고 있는 것은 미국이 동맹과 우호국에도 무차별적으로 관세 압박을 가하고 트럼프 정부 각료들이 감정을 자극하는 비외교적 언사들을 쏟아내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에 값싼 상품을 쏟아내는 중국에 대해 미국과 동조해 압박을 가하던 전열이 거의 무너지고 오히려 각국이 중국에게 줄을 서고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서 캐나다와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정상들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해 신규 무역 협정을 체결하거나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메르츠 독일 총리는 “중국과 디커플링을 추구하는 것은 실수”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EU의 대미 태도가 근원적으로 의심을 품고 있다는 심리를 표현하는 말이다.
미국 자신도 중국의 희토류 반격에 멈칫하고 반도체칩 수출을 완화하는 등 대중국 태도가 달라지고 있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4월 방중도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시진핑 주석의 불안한 국내 정치적 위상을 강화해주고 뭔가 선물을 주고 받을 게 뻔한 행보다. 아마도 중국은 미국에게 크게 양보하는 당근을 던짐으로써 트럼프의 환심을 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원칙을 강조하며 중국이 주는 선물을 받고 대중국 압박 조치를 완화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중국의 양보를 받아냈다는 호재가 필요한데, 중국은 이런 약점을 이용해 실리를 챙기는 시나리오다. 결국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의 관세 압박이 동맹과 취약국들에게 더 타격을 주는 꼴이 되고 있다. 방중 결과가 위의 예측대로 나온다면 전 세계의 미국의 신뢰는 더욱 바닥으로 추락할지도 모른다.
◇다자 간 무역협정에선 미국 잘 안 보여
캐나다와 유럽, 영국, 일본, 동남아시아, 중동, 그리고 인도와 브라질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무역 다변화로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항하고 있다. 점잖게 표현하면 리스크 분산 전략이다.
EU는 메르코수르(Mercosur, 남미남부공동시장)와 1월 17일 FTA에 서명했다. 1999년 협상을 시작한 이래 양측이 합의를 보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든 차에 트럼프의 관세 압박이 거칠어지고 그린란드 탐욕이 노골화하자 협상이 급진전을 보이며 전격 타결하게 됐다.
EU는 지난해 여름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이 최고조에 달하던 무렵부터 인도 네시아와 멕시코와 잇따라 무역 협정을 업그레이드했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이 사실상 주도하는데, 지난 2월 23일 한국을 방문한 브라질 룰라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이 다자간 협정 가입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한 바 있다.
메르코수르와의 협정을 체결한 지 열흘만에 EU는 인도와도 지난 1월 27일 FTA협정을 타결했다. 많은 품목에서 쌍방은 관세를 인하하고 무역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양측의 협상은 2007년에 개시됐는데 뉴델리에서 이번에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이다.
교섭 기간이 20년에 걸쳐 진척을 보지 못하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고관세 압박으로 인해 양측은 상호 양보하고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도운 셈이다.
EU와 인도는 세계 GDP의 21%를 차지하고 있으며 EU와 인도 인구를 합하면 20억명이 넘는다. EU는 인도의 테크 인재가 유럽에서 일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뒤처진 EU의 AI 인력을 보충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U는 인도와 안전보장과 방위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EU 고위관리는 미국의 협력을 기대할 수 없는 국제정세의 변화를 인정하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협력해 세계 문제를 공동을 해결하는 것은 불가결하다고 밝혔다. 인도로서도 미국과 러시아, 중국과의 등거리 외교를 유지하면서 EU와의 협력 강화는 새로운 기회를 넓힐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무역 다변화를 모색하고자 하는 일본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는 미국이 빠진 TPP를 재정비해 2018년 발효한 아시아·태평양 12개국 자유무역협정이다. 회원국은 일본·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멕시코·칠레·페 루·말레이시아·싱가포르·브루나이·영국이며 신규 가입은 회원국 전원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CPTPP는 세계 GDP의 15%를 차지하며 인구는 5억9000만명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이 협정에 가입을 신청한 상태다. 중국은 캐나다의 반대로 한 차례 가입이 거부된 바 있으나 트럼프의 관세 압력 등 지정학 관계가 급전하는 상황이어서 가입이 이뤄질 수도 있다.
만약 중국이 여기에 가입될 경우 미국에게 일대 타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여기에 가입하려면 협정이 요구하는 규범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고 회원국들이 중국의 준수를 인정해야 한다.
미국이 가입한 USMCA와 버금가는 규모의 다자간 협정으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인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가 있다. 이 협정에는 미국과 인도는 빠져 있고 우리나라와 중국 등 15개국 이 참여하고 있다.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 10개, 우리나라, 중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이며 세계 GDP와 교역 규모의 약 30%에 달한다. 인구 규모로는 23억 명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의 경제협 정이다.
미국 중심 USMCA는 불투명한 상태 USMCA는 NAFTA를 대체해 2020년 7월 1일 발효된 미국·멕시코·캐나다간 자유무역협정으로 회원국은 3개국에 지나지 않으나 세계 GDP의 30%를 점하고 있고 인구는 5 억명에 이른다.
USMCA는 올해 7월까지 협정 조문에 따 라 협정의 연장과 수정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고 난 뒤, 특히 캐나다와 계속 대립 각을 세우고 있어 전망은 불투명한 상태다. USMCA가 깨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협정의 연장 여부와는 상관 없이 캐나다의 카니 총리는 캐나다 수출의 75%를 미국으로 내보는 현재 구조를 총력으로 탈피할 것을 선언했다.
미국이 자유무역으로 세계에 약탈당했다는 논리의 정당성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막대한 무역 적자와 정부 재정 적자, 제조업 쇠락은 기축통화인 달러의 과대 평가, 금융산업과 첨단기술에 치우친 왜곡된 산업 구조, 막대한 국방비, 기업가와 노동자들의 윤리 타락 등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이런 근본적인 약점은 외면하고 자국의 거대 소비 시장에 수출하는 나라들 때문이라는 트 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과 각국의 각자 도생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