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통합을 위한 제언 : 외국 선진사례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은 이념, 세대, 계층, 지역 등 다양한 갈등 요인과 함께,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새로운 사회통합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분열된 사회적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국민통합 전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이런 인식하에 이 글은 해외 선진국의 국민통합 정책 사례를 유형별로 분석하여, 이재명 정부가 실질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시사점을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해외 선진국의 국민통합 전략 유형별 분석
각국은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필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통합을 추구해왔다. 이를 크게 ‘체계적 교육과 자립 지원 모델’, ‘국가 가치 공유 모델’, ‘과거사 청산과 공동체 기반 모델’ 세 가지로 유형화하여 핵심 전략과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체계적 교육과 자립 지원 모델 (독일, 스웨덴, 핀란드)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은 이민자 통합을 단순한 복지나 시혜가 아닌, ‘사회적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특징이다. 독일의 ‘통합 과정(Integration Course)’은 언어 교육과 시민 교육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며, 특히 직업 교육과 연계하여 이민자의 장기적인 경제적 자립을 돕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스웨덴의 ‘정착 프로그램(Establishment Programme)’과 핀란드의 ‘통합 계획(Integration Plan)’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신규 이민자에게 개인별 맞춤형 계획을 수립해주고 참여 기간 동안 수당을 지급하는 등 초기 단계에 자원을 집중 투자하는 모델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들의 안정적인 노동시장 진입을 촉진하여 사회 전체의 편익을 높이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평가된다.
이러한 사례들은 현재 한국의 다문화 및 북한이탈주민 지원 정책을 단순한 복지를 넘어 ‘자립을 위한 투자’ 개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즉, 개인별 맞춤형 교육과 직업훈련을 통해 장기적인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국가 가치 공유와 시민성 강화 모델 (프랑스, 영국)
프랑스는 ‘공화국 통합 계약(CIR)’을 통해 자유, 평등, 박애 등 공화국의 핵심 가치에 대한 동의를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삼는다. 영국 역시 ‘근본적인 영국의 가치(Fundamental British Values)’ 교육을 통해 민주주의, 법치주의 등 공유된 가치를 확산시키려 노력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국가 정체성을 중심으로 사회 구성원의 일체감을 높이려는 강력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하향식 접근은 이민자 사회를 계몽의 대상으로 보거나, 특정 문화에 대한 배타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프랑스 모델의 경우, 요구되는 언어 수준이 낮고 지나치게 중앙집권적이어서 실질적인 통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 사회가 공유할 핵심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되, 일방적인 주입이 아닌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한 ‘포용적 시민성’을 지향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겨준다.
과거사 청산과 지역 공동체 기반 모델 (남아공, 일본, 스위스)
남아공의 ‘진실과화해위원회(TRC)’는 아파르트헤이트라는 극심한 역사적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처벌’ 대신 ‘진실 규명’과 ‘용서’를 택한 상징적인 사례이다. 이는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통합의 도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있다다.
한편, 일본의 ‘다문화 공생(多文化共生)’과 스위스의 칸톤(주) 중심 통합 정책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역 공동체가 통합의 주체로 나서는 상향식 모델을 보여준다. 외국인을 ‘손님’이 아닌 ‘주민’으로 인식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통해 생활 밀착형 통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선언적 구호에 비해 차별금지법 등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고, 스위스는 지역 간 정책 편차가 크다는 한계점 또한 분명하다.
이러한 사례들은 한국의 이념 갈등과 같은 거시적 문제는 사회적 대화 기구로 해법을 모색하고, 다문화 등 생활 현장의 갈등은 지역 공동체의 역할을 강화하여 해결하는 ‘투트랙(Two-Track) 접근’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통합을 위한 핵심 정책 제언
이상에서 기술한 선진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국민통합을 위해 고려해야 할 핵심 정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통합 컨트롤타워 구축 및 ‘투자 패러다임’ 전환이다. 부처별로 분산된 다문화, 탈북민, 세대·계층 갈등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를 설치하여 장기적이고 일관된 국가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관련 정책의 기조를 단순 지원이 아닌, 인적 자본에 대한 ‘사회적 투자’로 전환하여 개인의 자립과 사회 전체의 성장을 동시에 도모하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 ‘포용적 공존’을 위한 법·제도적 기반 마련이다. 모든 선진국의 통합 정책은 ‘차별 없는 사회’라는 대전제 위에서 출발한다. 성별, 장애, 인종, 종교, 출신 국가 등을 이유로 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모든 사회 구성원의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통합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과거-현재 갈등 해결을 위한 ‘투트랙(Two-Track)’ 전략 추진이다. 하나는 역사·이념 갈등 문제 해결을 위해 진실 규명과 사회적 합의를 목표로 하는 국가 차원의 대화 기구를 운영하는 전략이다.
다른 하나는 다문화 사회 갈등과 같은 현안에 대해서는 지방정부와 시민사회에 권한과 재원을 대폭 이양하여 지역 공동체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원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거시적 통합과 미시적 통합을 동시에 달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