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최신 세대인 HBM4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면서, 업계 1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샘플을 낸 이후 불과 3개월 만이다.
HBM은 인공지능(AI) 칩에 핵심적으로 탑재되는 메모리로, 특히 HBM4는 내년부터 본격 적용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선점하려는 글로벌 메모리 기업 간 경쟁은 정점을 향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36GB 용량의 12단 HBM4를 자사의 1b(10나노급 5세대) D램 기술 기반으로 설계했으며, 이전 세대 제품(HBM3E) 대비 성능은 60%, 전력 효율은 20% 이상 개선됐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들은 HBM4가 D램 시장의 핵심 기술로 자리잡으며, 공급 역량 자체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옴디아는 "HBM4 공급 능력은 앞으로의 메모리 시장 판도를 결정짓는 요소가 될 것"이라 전망했고, 트렌드포스도 내년 하반기에 HBM4가 HBM3E를 대체할 것으로 예측했다.
마이크론은 HBM4 양산 시점을 2026년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고객사 AI 플랫폼의 개발 일정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그 고객사가 엔비디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개발자 행사(GTC 2025)에서 HBM4가 최초로 적용될 '루빈(Rubin)' 플랫폼을 공개한 바 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HBM4 샘플을 가장 먼저 낸 기업으로,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지난달 컴퓨텍스 2025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HBM4를 잘 지원해달라”고 직접 언급하며 양사 협력을 시사했다.
D램 시장 점유율에서도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36.9%로 1위, 삼성전자를 제쳤으며 마이크론도 25%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와 함께 TSMC와의 협력 전선도 확대되고 있다. HBM4부터는 논리 회로를 담당하는 로직 다이에 파운드리 공정이 필수이기 때문에, 자체 생산 역량이 없는 마이크론과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TSMC 등 파운드리 업체와의 제휴가 중요해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미국에서 열린 TSMC 심포지엄에서 TSMC 공정을 활용한 로직 다이 생산 사례를 공개하며 협력 강화를 알렸고, 마이크론도 TSMC 전 회장 마크 리우를 이사회에 영입하며 HBM4 생태계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HBM4 샘플 공급 소식은 없지만, 하반기 양산을 통해 관련 시장에 본격 진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