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대왕고래 프로젝트’ 하자 극복?...미련 못 버린 석유공사

  • 등록 2025.06.09 18:04:24
크게보기

이재명 대통령, 야당 대표 시절 ‘대국민 사기극’ 규정... 강력 비판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부 프로젝트 절차적 정당성·투명성 결여”
업계 관계자 “새 정부 사업 개선 주문 시 석유공사 그대로 따라야”

 

이재명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지난 4일 이후 한국석유공사가 주관해 온 ‘동해 심해 가스전(일명 대왕고래)’ 사업의 지속 추진 여부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 정부·여당이 밀어붙인 이번 사업에 대해 절차상 중대한 흠결이 있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비판해 왔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대국민담화를 통해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 가스가 최대 140만 배럴 묻혀 있을 수 있다고 발표하며, 해당 지역에 대한 1차 시추 추진을 시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석유공사가 해당 지역 지질 탐사 분석을 맡긴 미국 심해 분야 전문기업 ‘액트지오(Act Geo)’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들면서 사업 철회를 주장했다.

 

올해 2월에는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동해 심해 가스전 1차 시추를 밀어붙인 정부·여당을 직접 비판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AI연구를 위한) 최고급 사양 GPU 3000장을 살 수 있는 예산을 대왕(고래) 사기 시추 한번 하는데 다 털어넣었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대왕고래)이런 데 사기나 치고 있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런 걸 5번, 6번씩 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석유공사가 동해 영일만 8광구 및 6-1광구 북부(일명 대왕고래) 지역에 대한 1차 시추 작업을 끝내는 동시에 이번 사업이 경제성 확보에는 실패했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이러한 이 대통령과 여당의 작심 비판 기조에도 불구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사업을 유보한 상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말 2025년도 정부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505억원에 달하는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시추 작업 예산 중 497억원을 삭감한 바 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지속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권영세 의원은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는 1차 시추 결과와 관련해 “시추를 더 해보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SBS라디오에 출연해선 “한 번 시추해봤는데 바로 (석유·가스가) 나온다면 산유국이 안 되는 나라가 어디 있겠나”라며 이명박 정부 시절의 ‘자원 외교’ 정책을 언급했다.

 

권 전 위원장은 “MB정부 때 소위 자원 외교라고 해서 희토류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중요 자원을 확보하는 정책을 했는데, 그때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많은 분이 비판하면서, 결국 다음 정부에서는 다 팔고 발을 빼고 나온 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그 뒤에 그 자원들이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서 오히려 빠져나온 것에 대해서 비판이 있었다”면서 “자원과 관련된 부분은 긴 숨을 보고 해야지, 당장 한 번 했는데 안 된다고 해서 바로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같은 달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설명자료에 따르면 동해 심해 가스전과 관련해 국내외 11개 회사가 전문가를 보내 데이터 분석 과정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공사는 “적극적인 투자 의향을 보이는 메이저사도 있다”며 “공사의 데이터와 해석에 신뢰성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나 의원에게 답변했다. 현재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은 국제 입찰이 진행 중으로, 석유공사는 자체 재원을 소비하기보다 해외 메이저 석유 기업이 지분 49%를 차지하는 형태로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나경원 의원은 “단 한 번 시추가 실패했다고 사기극이라면 세계의 거의 모든 유전이 사기극이었을 것”이라며 “자원개발 사업은 국가 안보 사업이자, 국가 미래를 위한 사업인 만큼 산업부가 중심을 잡고 백년대계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 “대왕고래 사업의 절차적 투명성 및 흠결 극복해야”

 

이러한 여야간 입장차를 사이에 두고 석유업계 관계자는 5일 석유공사가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을 지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절차적 투명성 및 하자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날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기조에 맞지 않는 사업을 석유공사가 추진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석유공사는 (대왕고래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유망 구조와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그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이번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부가 현재까지 석유공사가 사업 진행해 왔던 부분 가운데 지적할 부분이 있다면 개선해야 되지 않겠냐”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석유공사가 비판을 받았던 부분은 대왕고래 지역 심해 탐사 분석을 진행했던 액트지오에 대한 신뢰성 문제와 관련 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논란은 2024년 6월 윤 전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직후 불거졌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대왕고래 지역에 대규모 석유,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고, 이 자리에 배석한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치가 삼성 시총의 5배”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며칠 뒤 한 언론사가 “액트지오는 2019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법인 자격이 박탈된 상태였다”고 보도함으로써,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싸늘하게 식었다. 이는 석유공사가 액트지오에 석유·가스 매장 분석을 맡긴 2023년 2월, 액트지오는 법인 등록이 말소된 상태였다는 의미다.

 

또한 액트지오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본사의 주소가 구글 지도상 일반 주택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액트지오의 신뢰성 및 전문성에 대한 여론의 의구심이 더해졌다. 결국 해당 주택은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 액트지오 고문의 자택으로 밝혀져, 액트지오의 회사 규모도 국민들에겐 실망으로 다가왔다.

 

이와 관련해 황정아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서면브리핑에서 액트지오가 영업세 신고서 미제출 등으로 4년간 법인 자격이 박탈된 상태였다는 한 언론사 보도를 인용하며 “한국석유공사는 액트지오에 2023년 2월 (석유·가스 매장) 분석을 의뢰했다”며 “법인 자격이 박탈된 기업에게 국책사업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인 자격도 없는 개인주택에 본사를 둔 기업에 (국책사업을) 맡기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 가능한 국정운영인가”라고 정부·여당을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석유공사는 “액트지오와 2023년 2월 체결한 용역 계약은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고 에쓰오일 임원 출신인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은 페이스북에 “4년간 체납은 확인했지만, 계약은 문제 없었다? 이게 무슨 헛소리냐”며 적었다.

 

이 의원은 “이 회사 말고도 규모도 크고 신용도 좋은 회사가 많은데 석유공사가 굳이 이 회사를 고집해 계약한 이유가 석연찮다”면서 “이렇게 미심쩍은 일을 어려운 경제와 재정 상황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국민 혈세 투입해서 밀어붙이는 건 반대”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대왕고래 사업이든 산업부에서 추진했던 동일한 종류의 사업들이 윤석열 정부에서는 국회에도 자료 제공이 부족했었고 불투명성이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왕고래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브리핑하면서, 우리가 상당히 정치화된 의사 결정을 지속했다”며 “이제는 정말로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부분이 선행되고 그 이후엔 객관적인 로드맵을 세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철민 의원은 지난해 8월 ‘국가자원안보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를 통해 장 의원은 대왕고래 프로젝트 해외투자 유치 과정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국회에서 논의한 바 있다.

 

 

조승범 기자 jsb21@m-economynews.com
Copyright @2012 M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회사명 (주)방송문화미디어텍|사업자등록번호 107-87-61615 | 등록번호 서울 아02902 | 등록/발행일 2012.06.20 발행인/편집인 : 조재성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방로69길 23 한국금융IT빌딩 5층 | 전화 02-6672-0310 | 팩스 02-6499-0311 M이코노미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무단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