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고관세 정책과 호주의 신중론이 맞물리며 오커스(AUKUS) 핵추진 잠수함 도입 계획이 시험대에 올랐다.
로이터통신은 11일(현지시간), 미국과 호주가 중국 견제를 위한 핵잠수함 협력을 추진 중이지만, 양국의 전략적 입장차와 예산 문제, 정치적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커스 조약은 호주와 미국, 영국이 2040년까지 공동 핵잠수함을 개발·운영하는 대규모 안보 협정으로 2027년부터 미국 버지니아급 잠수함 4척, 영국 잠수함 1척이 호주 퍼스 인근 HMAS 스털링 기지에 순환 배치된다. 이후 2032년부터 호주가 직접 미국으로부터 잠수함을 구매하고, 2040년부터는 자체 건조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미국산 핵추진 잠수함(SSN)을 도입하려는 호주의 계획이 예상치 못한 변수에 직면하게 됐다.
호주는 미국 버지니아급 잠수함 3척을 2032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지만, 미국 내부에서는 "중국에 대한 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밝혔다. 미 해군이 자체 전력 충원을 목표로 삼고 있는 가운데, 호주로 전력을 이전하는 데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리처드 마를스 호주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미국 방문 당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고 “미국이 자국 해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잠수함 생산을 늘릴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호주 도입 계획의 불확실성을 시사한 바 있다.
미국 내에서는 호주가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을 언급하는 데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허드슨연구소의 브라이언 클라크 국장은 “평시에 억지력을 갖추기 위해선 전시 사용 가능성도 논의해야 하지만, 호주 정부는 이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고 꼬집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최근 다자간 전쟁 시뮬레이션에서도 호주군이 핵잠수함을 전투에 투입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군은 중국과의 충돌을 가정한 상황에서, 남중국해보다는 자국 북부 해역 방어에 초점을 맞췄고, 항공기·드론·미사일 위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소극적 전략은 미국 의회 예산국(CBO)과 미 해군의 군함 건조 지연 관련 청문회에서도 문제로 지적됐다. 미 측은 호주가 대만 문제 등 민감한 지역분쟁에 실제로 개입할 의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핵잠수함을 호주에 이전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내에서도 오커스가 민감한 정치이슈로 부상했다. 특히 트럼프의 관세 대상에 호주가 포함되면서 대중의 불만이 커졌고, 오는 5월 총선에서 무소속 의원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경우, 잠수함 도입 자체가 재검토될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로이터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