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당국이 엔비디아(Nvidia)의 인공지능(AI) 반도체 H20 구매와 관련해 텐센트, 바이트댄스, 바이두 등 주요 IT 기업들을 잇따라 소환해 구매 사유를 따지고 국산 칩 사용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가 소식통을 인용해 1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CAC)과 관련 부처는 최근 회의에서 기업들에게 “국산 칩으로도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데 굳이 엔비디아 칩을 써야 하느냐”고 질의했다.
당국은 또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 심사를 위해 제출을 요구한 자료에 고객 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직접적인 구매 금지는 아니지만, 중국 내에서 H20 칩 사용을 꺼리게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해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확대 계획에 타격이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와 더 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일부 기업은 정부·국가안보 관련 용도에서 H20 사용을 피하라는 공식 통보를 받거나, 아예 구매 중단 지시를 받았다.
엔비디아는 성명에서 “H20은 군사나 정부 인프라용 제품이 아니다”라며 “중국은 정부 운영에 미국 칩에 의존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 매체는 최근 H20 칩의 보안성과 기술 경쟁력, 환경친화성 문제를 거론하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H20은 미국의 수출 제한 이후 엔비디아가 중국 전용으로 설계한 최고급 AI 칩으로, 올해 초 미국의 판매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가 지난 7월 트럼프 행정부와의 합의로 판매가 재개됐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중국에서만 약 170억 달러(총매출의 13%)를 벌어들였다.
한편 중국은 화웨이 등 자국 기업의 AI 칩 개발을 가속화하며 기술 자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리소그래피 장비 등은 미국의 제재로 공급에 제약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