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고정밀 지도 반출'이라니..."국가안보 통째로 내주는 꼴"

  • 등록 2025.05.13 23: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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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도 50배 높아 일반 건물의 세부 구조·군사시설 식별도 가능
벌써 세번째 요청..국내업체와 달리 세금도 망 사용료 지불 안해
'고정밀 지도 데이터 유상 제공' 일본은 산업 발전 재원으로 활용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구글이 지난 2월 세 번째로 한국 정부에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청한 가운데, 정부는 당초 이달 15일까지였던 결정 시한을 오는 8월로 연기하며 사실상 판단을 차기 정부로 넘겼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산업·기술적 쟁점을 넘어, 안보·데이터 주권·통상 문제까지 얽힌 복합적 이슈로 부상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가 한국의 지도 반출 제한을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하며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정부의 최종 결정은 국가 안보는 물론 국내 산업 경쟁력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내 지도데이터 반출이 국가산업에 미치는 영향’ 토론회에서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구글의 지도반출 요청이 국내 안보와 산업에 미칠 영향을 세밀히 살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 우크라戰 중 군사기밀 노출한 구글... “고정밀 지도는 국가 안보 내주는 꼴”

 

고동진 의원(국민의힘)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모정훈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안보적 관점에서 지도데이터 반출 문제를 짚었다. 그는 “지도데이터 해외반출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닌, 본질적으로 국가 안보에 직결된 사안”이라며 “지금은 우리 IT 주권과 안보 체계를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은 2007년과 2016년에 이어 올해 2월, 세 번째로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요청했다. 이 데이터는 축척 1:5000의 고정밀 공간정보로, 현재 공개된 1:25000 지도보다 해상도가 무려 50배나 높다. 그 결과, 일반 건물의 세부 구조는 물론이고 민감한 군사시설까지 식별이 가능해진다.

 

 

모 교수는 “이러한 정보는 적성국이나 테러 세력에게 정밀 타격이나 사이버 공격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우려를 표하며 더불어 “지도 데이터는 위성 영상이나 군사 기밀에 준하는 정보로, 일단 해외로 나가면 수정·삭제 요청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국 기업 서버에 우리 핵심 안보 정보가 저장되는 것은 중대한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이승엽 부경대학교 교수도 2023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벌어진 사건을 사례로 들며,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전시에 어떤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지 경고했다. 그는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구글은 지도 업데이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비밀 군사시설을 노출해 군 고위층의 항의를 받았다”며 “비록 며칠 만에 수정되었지만, 전쟁 중 상업적 서비스에 의해 군사 정보가 유출된다는 사실 자체가 상상 이상의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한국정부의 보안요청에 대해 구글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온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2023년 국방부는 대통령실과 DMZ, 주요 군사시설에 대해 저해상도 처리 및 블러 처리를 요청했으나, 구글은 수년간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평시에도 이런데 유사시 구글이 한국 정부의 요청에 협조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경고했다.

 

◇ "구글, 韓에 10조원 기여?… 실상은 세금도 기부도 외면“

 

구글이 한국에서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자사의 산업 기여도를 적극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국내 산업 기여가 실질적으로는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구글이 10조원을 한국에 기여했다는 주장은 검증이 필요하다”며 “실제로는 수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턱없이 적은 세금만을 납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코리아의 경우, 2024년 기준 매출은 3,869억원, 영업이익은 356억원으로 보고됐으며, 법인세 납부액은 172억6,000만원에 그쳤다. 하지만 한국재무관리학회는 구글의 실제 국내 매출이 최대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글은 주요 서비스 매출을 싱가포르에 위치한 구글아시아퍼시픽에 이전하는 방식으로, 국내 영업이익을 최소화하면서 세금 부담을 회피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전 교수는 “유튜브 콘텐츠 소비자와 크리에이터가 한국인인데도 매출은 해외 법인에 잡히고, 세금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납부된다”며 “이는 명백한 디지털 주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그는 “카카오가 택시 기사에게 2~3% 수수료를 부과해도 ‘갑질’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유튜브는 40% 수수료를 가져가도 아무런 논란이 없다”고 지적했다.

 

망 사용료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구글은 한국 인터넷 트래픽의 약 30%를 점유하고 있으나,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망 사용료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 전 교수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인프라를 과도하게 이용하면서도 아무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국내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도 차이가 극명하다. 구글의 연간 기부금은 지난해 기준 5천만원 수준이며, 애플은 0원으로 알려졌다. 반면 네이버는 524억원, 카카오는 23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전 교수는 “정밀 지도 데이터는 국가가 투자해 만든 핵심 자산인데, 구글은 국내에서 수익은 내면서도 기여는 미미하고, 데이터센터 설치조차 거부하는 상황에서 지도데이터 공유는 더욱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구글, API 비용 14배 올린 전적... “지도 반출하면 ‘韓 산업’ 종속될 것”

 

구글에 대한 지도데이터 반출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물론, 자율주행·스마트시티·AI 산업 전반에 구조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랐다.

 

정주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은 “스타트업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적 상황에서, 이번 사안은 국내 혁신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이 허용될 경우,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글로벌 기업의 출혈 경쟁으로 국내 지도 플랫폼 기업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성장한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은 특히 구글 API의 ‘낙인 구조(lock-in)’를 강조했다. 그는 “한 번 구글 API를 쓰기 시작하면 기술적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후 요금 인상, 광고 삽입, 정책 변경 등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이미 2018년 구글이 API 요금을 최대 1400% 인상하며 현실화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창준 성균관대 교수도 이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고정밀 지도는 내비게이션을 넘어서 디지털 트윈, AI, 국방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 국가 전략 자산”이라며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를 넘어 디지털 주권의 문제로, 자산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경우 국내 산업 전체가 외국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주연 위원은 더불어 구글 요청 수용이 국제적 선례가 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과거에도 벤츠, BMW, 애플, 바이두 등이 지도 반출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구글이 허용되면 이들 기업이 다시 요구할 것이며, 정부는 ‘형평성’ 논리 앞에 정책을 유지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전면허용 대신 ‘유료화·레이어별 차등접근’ 방법도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해 긍정적 의견도 있다. 고장원 산업통상자원부 디지털경제통상과 과장은 “일부 기업들은 국내에선 네이버나 다음의 지도 API를, 해외 진출 시엔 구글 API를 별도로 개발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며 지도 플랫폼의 통일화와 비용 절감 필요성을 요청하는 업계 의견을 소개했다.

 

이와 더불어 관광업계에서도 국내 데이터가 반영된 구글 지도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성이 높아지면 연 3조원에 이르는 관광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해 모정훈 교수는 “해외 관광객 상당수가 이미 네이버나 카카오 앱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 지도 개방만으로 큰 경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더불어 “관광 편의성 증대를 단순히 지도 반출과 연결 짓는 접근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산업계와 학계는 대안 마련에 나섰다.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이일호 본부장은 “일본처럼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유상으로 제공해 산업 발전의 재원으로 삼아야 한다”며 구글 등 글로벌 기업에 데이터를 유료로 제공하는 차등 접근 방식을 제안했다.

 

최진무 경희대학교 지리학과 교수는 관광 편의를 위한 지도 문제는 “1:25000 축척 지도에 도보 안내 레이어만 추가하면 저비용으로 해결 가능하다”며 기술적 보완책도 제시했다. 그는 “산업용 지도에 한해 유료화를 추진하고, 외국 기업에는 직접 구입을 유도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며 아울러 “축척 중심의 규제에서 벗어나 레이어별 반출 관리 체계로 전환하고, 특정 안보 관련 데이터는 특별관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참석자들은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는 단순한 접근이 아닌, 산업 경쟁력과 공공 데이터 주권, 국가안보까지 고려한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은주 기자 kwon@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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