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코노미뉴스 연중 기획
슈링코노믹스(축소경제)에서 살아가기
미래의 「마을 농업 회사」를 이끌 젊은 부부는 누구일까?
환경파괴와 저 출산율과 성장률, 슈링코노믹스를 만든 진짜 원인
우리나라 경제가 0%대의 출생률, 지방소멸과 도시집중, 그리고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경제가 되지 못하고 부익부 빈익빈의 슈링코노믹스(shrink와 economy의 합성어. 축소경제)가 되어 가는 데는 확실한 원인이 있다.
3대 생산 요소인 노동, 토지, 자본이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도시로 집중되어 오랫동안 수도권 위주로 굳어진 경제 산업 구조로 인해 국토의 균형 발전이 깨지고 부동산 등의 거품이 한참 끼었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산업과 기술 분야에 초점을 맞춰 경제 프로그램을 짜다 보니, 식량 증산의 역할을 끝낸 농업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거나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다면서 조롱까지 받아왔다.
서울·인천·경기와 같은 수도권에는 우리나라 인구, 전체 제조업의 절반이 몰려 있다. 그러니 젊은이들은 도시로 모여들지 않는 게 이상하다. 그래서 시골에서 제일 어려운 게 젊은 사람을 구하는 일이다. 아기 울음소리는 오래전에 끊겼다. 필자가 다니던 초등학교 분교는 일찌감치 사라졌고, 초등학교 본교는 전체 학생 수가 10명 미만이 되어 폐교위기라는 소리를 들은 게 벌써 10여 년이 다 되어 간다.
그렇게 도시화하면서 우리나라는 아파트 공화국이 되었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웬만한 도시와 도시 인근은 산을 파헤치고 들을 메운 고층 아파트로 즐비하다. 아파트가 없는 농촌 지역은 맨땅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비닐하우스가 논과 밭을 온통 뒤덮고 있다.
이제 어느 도시나 어느 농촌에서 예전과 같은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정감 어린 모습은 구경할 수 없으며, 그나마 수량이 줄어들어 간신히 졸졸대며 흐르는 시냇물은 시궁창 물이 된 지 오래다. 지하수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오염된 우물은 자취를 감췄다. 청계천을 비롯해 서울을 흐르는 하천은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나온 물을 끌어다 상류에서 흘러내려 보낸다.
도시건 농촌이건 어딜 가나 이제는 물은 돈을 주고 사 마셔야 한다. 여기에 마을에서 가까운 곳의 양계장과 온갖 축사(畜舍)는 여름철만 되면 악취를 풍기고 비닐하우스 밭에 뿌린 미숙성 된 인공 퇴비의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어느 젊은이가 그런 환경에서 살고 싶겠는가. 보나 마나 손사래 칠 것이다.
농어 산촌에 일자리를 만들어라! 하지만 어떻게?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 고위험’ 지역은 36곳이었다. 지지난해에는 23곳이었는데 1년 새 50%가량 급증했다. 소멸위험지수는 20~39살 여성 인구수를 65살 이상 고령 인구수로 나눈 값이다. 이 값이 0.2 미만이면 ‘소멸 고위험’ 지역, 0.2~0.5이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전국 시·군·구 중 절반에 가까운 106곳이 ‘소멸 위험’ 지역이라 하니 ‘지방소멸’의 위기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원인은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도권이 젊은 인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 젊은 인구가 대규모로 유출되는 데에는 대학 입학과 취업이다. 이른바 ‘명문대’와 ‘좋은 일자리’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수도권 대학으로 지원자가 몰리는 가장 큰 이유가 취업이라는 점에서, 두 요인은 뿌리가 같다고 봐야 한다.
지금은 ‘소멸 고위험’ 지역이 죄다 농산어촌 군 지역이지만, 수도권 집중이 더 심화하면 지방 중소도시들도 차례로 소멸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역이 소멸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의 분석 결과를 보면, ‘소멸 고위험’ 지역은 전남(9곳), 경북(8곳), 경남(7곳) 순서로 많았다.
소멸을 막으려면 지방이 젊은이들이 살 만한 곳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중요하다. 주거·보육·문화 인프라를 조성해 정주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함은 물론이다. 여기까지는 모든 이들이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일자리를 마련하려면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 라고 물으면 입을 닫아 버린다.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했는데도 성과를 보지 못한 탓도 있고,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도시 젊은이들이 입사할 마을의 생태 농업 회사를 만들자!
M이코노미뉴스가 슈링코노믹스에서 살아가기를 올해 1월 호 표지 스토리로 내 건 이유는 농어 산촌에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기존의 귀농, 귀촌, 농공단지, 협동조합을 뛰어넘어 도시 젊은이들이 입사하는 자연 생태적으로 농업을 경영하는 농업 회사를 전국 마을마다 만들자는 것이다.
2022년 11월 현재 우리나라 이장은 3만 7천7백 명이다. 그러니까 이장이 있는 마을마다 기존의 관행 농업이 아닌 재생 가능한 생태 농업을 해서 생산물을 마을에서 가공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도록 해 주면 된다. 그래서 이들로 하여금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시장경제의 기본 가정과 규칙을 획기적으로 바꾼, 새로운 경제 모델, 즉 가장 인간다운 자연환경의 농업 경제사회를 새로이 창조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단번에 모든 걸 바꾸자는 건 아니다. 단지 기본 전제조건만 바꾸면 된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자본주의 알고리즘에 따라 자연을 훼손하여 경쟁적으로 이윤을 얻었다면, 새로운 농업 회사는 ‘살아있는 자연에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비료와 농약 등을 사용하여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이윤을 창출한 관행 농업은 더 는 경쟁력을 가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Soil &Food Tech를 기반으로 한다면 생명의 기본인 흙의 생태계를 살리는 동시에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얻어, 이를 가공하여 유통 판매할 수 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재생 가능한 농업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방법이야말로 탄소 중립 기후위기 시대에 농업이 도전해야 할 길이다.
경제학자들은 그동안 자연과 자연이 무상으로 공급했던 서비스, 이를테면 영양소, 식수, 물질 순환, 생물량, 유용한 기후, 다양한 생물의 존재가 모든 경제과정의 기초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말하자면 지난 수백 년 동안 특히 과거 수십 년간 이룩한 경제성장은 많은 부분이, 무상으로 공급되던 생명체의 성과물을 염가에 빌려 쓴 결과였다. 흙 속의 생태계의 주인공인 미생물도 그렇다.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의 활약이 없었다면 우리는 농산물을 생산할 수 없었을 것이지만 그들의 가치를 GDP에 반영한다거나 회사의 대차대조표에 넣지 않았다.
오늘날 서구 자본주의의 대성공은 로마군을 격파했지만, 희생이 많아 유명무실한 피루스의 승리 같은 것이다. 시장은 지속적 성장이라는 개념을 전제로 한다. 거래는 이익을 증대하도록 해야 하고, 새로운 투자가 발생해야 하며, 이자를 벌어들이기 위해 이윤이 계속 불어나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이미 급변하는 지구의 기후와 지구 역사상 유례없는 멸종의 위기에서 자본주의 시장의 지속적 성장이란 불가능한 것임을 알고 있고 느끼고 있다. 따라서 70억 명 인류의 안녕을 세계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알아서 잘 챙겨 나갈 거리는 경제학자들의 상상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꿈이 되었다. 이런 목표를 가진 경제성장은 실패한 것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성장해야 할 것은 경제성장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건강
젊은이들이 마을의 농업 회사를 통해 자연을 새로이 평가하는 것은 미래의 어떤 도전보다 중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몰랐던 자연의 구성 요소를 찾고 그들의 성과물을 경제 장부에 기입한다면 우리의 경제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변모할 것이 틀림없다.
또한, 지금까지 무한 경쟁이 일어났던 곳곳에서 마을 농업 회사의 생태적 농업은 기존 농업 생산과 유통, 특히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의 행동 경제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흙의 생태계를 살리면 인간이 더 건강하고 부유해질 그뿐만 아니라 더 행복해진다는 사실이다.
심리학적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대형 슈퍼에서보다 농촌 지역의 시장에 있을 때 열 배 이상 더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입사해 만드는 마을 농업 회사는 소통을 위한 마을 시장을 열어 다른 마을 공동체와 연대를 이룰 것이다.
인간의 모든 것을 파악했다고 믿는 경제관이 우리 세계를 지배해 왔고 우리 공동생활을 조절하는 일반적인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인간은 수학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문자이고, 마치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 극대화하는 원자와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제관은 마을 공동체의 행복, 가치 등을 다루지 않는다.
오랜 시간 경제학자들은 자연을 시장 외부에 있는 자원으로 간주해 왔다. 따라서 토지는 위치와 생산량을 중시했지만, 생태적으로 개선한, 지속가능한 농경지에 대한 가치를 배제해 왔다.
생태적으로 개선한 농경지는 그렇지 않은 농경지보다 생산성이 더 낫다는 것이 세계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우리는 기후 재앙의 경계선을 넘어서 버린 지금 끊임없이 지속되는 경제성장이 생태적으로 유해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잘못되었음을 인식하고 있다. 역설처럼 들릴지 모르나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경제가 끊임없이 성장해서는 안 된다. 계속해서 성장해야 하는 것은 자연의 건강과 인간의 정신적 건강이다.
지방소멸의 복원, 덴마크는 알고 있다
덴마크의 농촌부흥 운동은 그룬트비히(Nikolaj Fredrik Severin Grundtvig 1783-1872)와 달가스(Enriko Mylius Dalgas 1828-1894), 두 영웅이 주도했다.
그룬트비히(Grundtvig)는 23세 되었을 때 조국의 수도 코펜하겐이 영국 함대의 포격으로 불바다가 되는 광경을 눈으로 보았다. 그러한 그는 적국인 영국을 방문하는 동안 역사를 보는 눈이 열렸다. 바야흐로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시대여서 영국의 청년들이 도시로 모여들었고, 영국만이 아니라 유럽 다른 나라들 역시 청년들이 도시로 산업현장으로 몰려들어 농촌이 황폐해가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당시 덴마크는 프러시아(지금 독일)와의 전쟁에서 대패하여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물어야 했고, 유럽의 북쪽 땅을 빼앗겼다. 남겨진 땅이란 스칸디나비아 쪽의 잡초와 모래의 땅 황무지뿐이었다. 국민은 좌절하고 실의에 빠졌고 희망을 잃은 백성은 알콜 중독자가 늘어갔다.
그때 그의 뇌리에 섬광처럼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 생각이 덴마크의 운명을 바꾸었다.
영국 청년들이 도시로 몰려가는 시기에 덴마크 청년들은 농촌으로 가게 하자. 그들에게 하늘사랑, 조국 사랑, 사람 사랑을 가르쳐 농촌으로 흙으로 돌아가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덴마크 청년들이 농촌으로 들어가 땅을 살리고 좋은 농산물을 길러 유럽 각국에 수출하여 길을 열어나가자고 다짐하게 되었다.
영국에서 귀국한 그는 국민을 향해 특히 청년을 향해 3 애 운동(三愛)을 벌였다.
1. 하나님과 조국을 사랑하고
2. 나와 이웃을 사랑하고
3. 덴마크 땅, 내 나라 땅을 사랑하고....
"나라 발전은 싸우는 힘만이 힘이 아니다. 우리 힘으로 위대한 나라를 만들자." 국민 근면 운동, 농촌 부흥 운동, 선진 낙농 국가로 가는 운동으로 오늘의 덴마크 기초를 딱았다. 청년들에게 불을 토하는 심정으로 설교하였다. 그의 설교에 감명받은 일꾼들이 새 역사를 일으키는 일에 나서게 되었다.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자!
달가스(Dalgas)라는 예비역 공병 소령은 히스(heath) 황무지를 옥토로 변화시키는 일에 도전하였다. 전쟁 후 덴마크는 국토의 1/3을 잃었다. 그의 아들과 30년 동안 노력하여 황무지 7,380평방 km 가운데 4,260 평방 km를 개간하고, 버려진 땅을 3,120평방 km로 줄이고 해변 습지에 배수시설을 하고 나무를 심고 개간을 하여 옥토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황무지 유틀란트의 모래 언덕을 장미꽃 향기 가득한 젖과 꿀이 흐르는 옥토로 바꾸자"라고 하면서 자신을 국민 앞에 내려놓고, 자신을 비우는 애국자가 되었다. 북극이 가까워 여름에도 서리가 내린다. 세찬 바람을 막기 위해 그는 나무를 심었다. 선진 낙농 국가, 화훼국가, 조림국가를 만들었다. 한 사람의 애국심이 국토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크리스텐 콜이란 전직 초등학교 교사는 시골 방앗간에서 청년학교를 열어 국민 고등학교를 세우는 일에 성공하였다. 어떤 청년은 농촌으로 들어가 협동조합 운동을 일으켰다. 덴마크 농촌부흥 운동을 모델로 한 게 우리나라의 새마을 운동이라고도 한다. 덴마크도 했는데 우리가 못할 게 없다. 젊은이들이 입사하는 마을 농업 회사는 덴마크의 농촌부흥 운동처럼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혁명적이고 현실적인 새로운 농업경제사회의 윤곽을 보여 줄 것이다.
젊은이들의 귀소 본능을 되살릴 터
M이코노미뉴스는 마을 농업 회사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기존 회사와 단체, 조합 등을 집중적으로 취재하면서 젊은이들이 서로 입사하려는 마을 농업 회사가 무엇인지 개념을 잡으려고 한다.
환경파괴로 고통에 신음하는 지구를 구해내는 일에 농업이 앞장서야 한다. 특히 흙의 생태계를 파멸시키는 지금과 같은 농법은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식물이 함유하지 못하게 해서 우리를 각종 질병에 노출시키고 젊은이들의 귀소 본능을 주저앉게 한다. 자연 생태계가 훼손의 대상이 아니라 상생의 대상이 되는 생태적 뉴딜. 젊은이들이 입사하는 마을의 농업 회사가 해내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