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보유한 1조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가 향후 미일 간 무역 협상에서 활용 가능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협상 카드가 테이블 위에 올라와야 한다”며 “일본이 보유한 미국 재무부 채권도 그러한 카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실제로 그 카드를 사용할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 같은 발언은 일본의 최고 무역 협상가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정정책담당상이 미국 워싱턴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2차 양자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나왔다.
앞서 가토 장관은 지난달 미국 재무부 채권을 협상 카드로 쓰는 방안에 대해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어, 이번 발언은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가토 장관은 일본이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하는 목적에 대해 “필요할 경우 외환시장 개입에 활용할 수 있는 유동성 확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은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국채 보유국으로, 2025년 2월 기준 보유액은 약 1조 1,500억 달러에 이른다.
다만 가토 장관은 베센트 장관과의 지난 회담에서 미국 국채 보유액 문제를 논의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또 “원화나 엔화가 과도하게 움직이는 경우, 시장 안정화를 위한 개입은 정당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일본은 환율을 조작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에 선을 그었다.
일본 정부는 엔화 약세가 지속되며 수입 비용 증가와 소비 위축을 초래한 지난해에도 환율 안정을 이유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바 있다. 일본은 경제 펀더멘털과 무관한 급격한 환율 변동을 억제하는 것이 개입의 정당한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발언은 미국이 일본산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고, 7월 초까지 부과 유예를 선언한 시점에서 나왔다.
백악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상호주의 관세’를 추진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90일간 관세 계획을 보류하기로 한 데에는 외국 정부의 미국 국채 매각 가능성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10거래일 간 금융시장은 2020년 팬데믹 이후 최대의 변동성을 보인 바 있다.
한편, 미 재무부가 발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2월 기준 외국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전월 대비 3.4% 증가했다. 특히 일본과 중국이 보유량을 확대하며 여전히 미국 국채 시장에서 주요 투자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