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한 유력 경제지는 최근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이념을 넘은 집념(집에 대한 집착?), 아파트, 정치를 삼키다"라는 제목을 뽑았다. 그 내용을 읽어보면 누가 봐도 이번 선거에서 부동산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집값이 오른 지역은 후보의 정치적 철학이나 지역 비전보다 ‘부동산이란 욕망을 통제하려는’ 여당에 대한 반발심이 표심으로 나타났다. 집값뿐 아니라, 재건축, 재개발, 교통망 확충, 신규 택지 조성 여부 등등 부동산은 유권자의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는 단순한 선거 현상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형성해 온 부동산 중심 구조의 결과다. 필자는 우연히 국회도서관 1층 도서 진열대에서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원제는 The Land Trap』이라는 책을 보고 표제를 봤다. 이 책은 부동산이 권력이 된 현상을 "토지의 덫"이라고 설명했다. 토지와 주택 가격 상승이 경제 성장의 수단이 되고, 시민의 자산 증식 경로가 되며, 정치권의 지지 기반이 되는 순간 부동산은 시장을 넘어 권력이 된다는 것이다. 정치인은 집값 하락을 두려워하고, 유권자는 자산 가치 방어를 우선시하며, 정부는 성장과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부동산
초고령화와 각자도생의 시대, ‘돌봄’은 이제 우리 삶의 가장 절박한 화두가 되었다. 아픈 부모를 모시는 자녀의 어깨는 날로 무거워지고,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동동거리는 맞벌이 부부의 발걸음은 위태롭다. 정부와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복지 제도를 확대해 왔지만, 역설적이게도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예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지금의 돌봄 제도가 현장의 목소리보다, 행정의 효율성을 따지는 전문가들의 책상 위에서 주로 설계되기 때문이다. ◇ 정치는 유한하지만, 삶은 영속적이다 이제 돌봄에 대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다. 돌봄은 개인이 온전히 책임져야 할 사적인 부담이 아니며, 국가가 시혜적으로 베푸는 일방적인 서비스에만 의존할 수도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안에서 주민들이 서로를 돌보고 연결되는 ‘공동체적 공공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구조를 만드는 출발점은, 돌봄의 진짜 주인인 시민들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것이다. 특히 최근 치러진 지방선거 이후의 정세는 우리에게 ‘시민의 지속적인 역할’이 왜 중요한지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선거 결과에 따라 지방정부의 수장이 바뀌거나 연임되고, 지역 정치
선거가 끝나면 어김없이 당선자들의 과거 발언과 행동이 다시 소환된다. 과거 인터뷰, SNS 게시물, 강연 영상, 유튜브 클립 등이 실시간으로 유통되면서 당선자들의 현재 모습과 과거 모습을 비교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과오를 정치적·도덕적 평가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최근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아동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후에도 여러 유명 인사들과 교류했던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 파일은 정치·경제·학계의 권위자들까지 도덕적 검증의 대상에 올려놓았다. 진보 지식인의 우상인 노엄 촘스키(Noam Chomsky)는 엡스타인과의 관계가 알려지면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한편 러시아 여성과의 혼외정사 등 빌 게이츠(Bill Gates)의 사생활 문제는 오랫동안 쌓아온 그의 자선자적 이미지에 상처를 남겼다. 역사적 인물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헨리 D, 소로(Henry David Thoreau)에 관한 이상화된 이미지와 실제 삶의 이중성을 폭로하는 기사가 그의 사후 153년 만인 2015년에 주간지 「뉴요커」에 실렸다. 그는 숲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의 집에 수시로 들러 어머니가 구운 쿠키를
세계프랜차이즈의 날을 맞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는 동남아시아 프랜차이즈 법제와 해외 진출 전략, 그리고 인도 시장 진출 경험을 공유하는 특별강연이 이어졌다. 한국 외식 시장의 구조적 한계와 인도 진출 사례를 소개한 임재원 대표(고피자)는 "왜 지금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지난 30여 년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온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은 치킨, 커피, 분식, 한식 등 다양한 브랜드가 등장하며 자영업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고, 대한민국 외식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금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인구구조 변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소비의 주축인 청년층과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내수시장의 성장 기반 자체가 약화하고 있다. 시장은 더 이상 커지지 않는데 브랜드와 점포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둘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시장 포화 상태다. 우리나라는 인구 77명당 식당이 1개꼴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만 수천 개에 이르고 동일 업종 간 경쟁도 극심하다. 새로운 브랜드가 등장해도 기존 브랜드의 고객을 빼앗는 제로섬 경쟁이 반복될 뿐 시장 전
이번 지방선거는 여러모로 씁쓸한 기억을 남겼다. 정책과 비전의 경쟁보다 선거 관리의 허술함이 더 큰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투표소에서 긴 줄이 생기고, 일부 유권자들은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다. 그 와중에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투표가 사실상 종료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출구조사 발표 시점을 조정하는 것이 상식에 가까운 판단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런 문제를 생겼다면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연기했어야 한다. 아직 투표하지 못한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상황에서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고 특정 후보의 우세가 뚜렷하게 나타났을 경우 "이미 승부가 끝났구나"라고 생각하며 투표 의지를 잃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실제 투표 포기 사례가 확인됐는지와는 별개로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심 자체를 낳았다는 점에서 선관위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각 투표소에서 용지가 부족하다는 보고가 잇달았음에도 투표가 중단될 때까지 선관위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투표일 다음 날까지도 투표소 몇 곳에서 투표용지 부족과 투표 중단이 발생했는지, 투표용지가 얼마나 부족했는지조차 제대로
얼마 전 경기도 연천과 파주의 경계 지역을 지나는 평화누리길을 걷다가 개성으로 향하는 송전탑을 바라 보았다. 지금은 전기가 끊어져 북녘을 향해 길게 이어지는 철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바로 K-팝과 K-드라마, K-푸드 못지않은 대한민국의 엄청난 콘텐츠가 DMZ 평화의 길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DMZ와 경계를 이루는 민간인통제선 안팎으로 이어지는 약 510km(경기도 191km 평화누리길 포함)인 DMZ 평화의 길은 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품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잘 보존된 자연생태계를 간직한, 한마디로 세계 어디에도 없는 길이다.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한국에서 왔을 때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냐" 물으면 의외로 많은 사람이 DMZ를 꼽는다. 외국인들 눈에는-특히 6.25 참전 국가의 국민에게-DMZ는 단순한 군사적 경계가 아니다. 냉전의 마지막 현장이자 분단의 상징이며 동시에 평화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아마 전 세계인이 대한민국을 떠올릴 때 가장 궁금해하는 장소 가운데 하나가 DMZ일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 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6.3지방선거가 끝났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구청이 내 삶과 어떤 관련성을 가지는지 잘 모르겠다. 선거철이면 각종 공약과 구호가 넘쳐나지만, 막상 선거가 끝나고 나면 구청장이 누구인지, 구의원이 누구인지, 그들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한 후보는 전직 구청장 시절 구정 만족도 조사에서 주민의 대다수가 자신의 구정에 만족하는 조사가 나왔다고 했었다. 그 말을 들으며 고개가 갸우뚱해졌었다.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만족했다는 것인지 나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으니까. 구청이 제공하는 행정서비스에 만족했다는 것일까? 아니면 특별히 불만이 없다는 의미일까? 생각해 보면 나 역시 구청에 대해 만족이나 불만족을 말할 만한 경험이 많지 않다. 도로가 정비되고 공원이 관리되는 것은 알겠지만, 그것이 구청의 성과인지 서울시의 사업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복지정책, 주차, 재개발, 골목상권 지원 같은 일들이 지방정부의 영역이라는 사실도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지방자치가 우리 삶 가까이에 있다고 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그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려진 시야, 황금 우상의 출현 최근 얼굴 없는 작가 뱅크시는 공공 조각을 통한 국가주의 비판으로 향하고 있다. 그는 4월 30일(현지 시각) 런던 세인트 제임스 워털루 장소에 신작 동상 ‘깃발에 눈이 먼 남자(A Man Blinded by His Flag)’를 기습 설치했다.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를 상징하는 거리에 세워진 이 동상은, 당당하게 걷는 양복 차림 남성의 얼굴이 자신이 든 깃발에 완전히 가려진 채 좌대 밖 낭떠러지로 발을 내딛는 파멸의 순간을 포착했다. 이는 우리가 속한 체제나 이념, 집단적 정체성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때문에 깃발로 눈을 가린 채 앞을 보지 못하는 현대 정치인과 대중을 향한 통렬한 은유다. 극단으로 치우친 믿음은 인간의 시야를 제한하고 낭떠러지로 몰아세운다. 특히 그 대상이 '국가'일 때 파멸의 영향력은 더욱 강력해진다. 기묘하게도 이 동상이 세워진 같은 시간에, 미국 마이애미의 트럼프 소유 도랄 골프클럽에서는 가상자산업체 '패트리엇 토큰' 자본가들이 헌정한 4.5m 크기(약 7억 3천만 원)의 트럼프 황금 동상 ‘돈 콜로서스’가 우상처럼 공개되었다. 이는 구노(Charles Gounod, 1818~1893)의 오페라 <
소상공인에게 불황은 숫자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하루 매출이 줄고, 고객 방문이 뜸해지며, 원재료비와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매장의 분위기부터 달라진다.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팔리던 상품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단골고객도 지출을 줄이기 시작한다. 최근 소상공인 경영환경에서도 내수 부진, 물가 부담, 비용 상승은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매출 회복은 더디고, 고객의 소비는 신중해졌으며, 원가와 운영비 부담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소상공인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현실을 정확히 바라보는 일이다. 매출 감소의 원인을 살피고, 비용 구조를 점검하며, 고객과 상품, 현금 흐름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소상공인은 더 많이 파는 방법만 찾기보다, 오래 이어갈 수 있는 운영의 기본 구조를 다시 세워야 한다. ◇불황기에는 매출보다 흐름 먼저 봐야 운영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매출이다. 하지만 매출만으로는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매출이 줄어든 이유가 방문 고객 감소 때문인지, 객단가 하락 때문인지, 재방문 감소 때문인지, 특정 상품의 판매 부진 때문인지 구분해
지역 주민과 활동가를 대상으로 소통역량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장면이 있다. 교육이 시작되자마자 누군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조금 빨리 끝내주시면 안 될까요?” 자발적으로 신청한 자리가 아니거나, 바쁜 일상 속에서 어렵게 시간을 내어 참여한 경우라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아무리 좋은 강의라도 마음의 여유 없이 참여하면 교육은 ‘배움’보다 ‘해야 하는 일’이 되기 쉽다. 주민 대상 교육과 공론장의 가장 큰 과제도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은 왜 참여에 쉽게 몰입하지 못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참여가 살아나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교육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지역사회 공론장과 민주주의가 마주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과정은 민주적이지 않은 현실을 돌아보아야 한다.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민주적이지 않는 현실 우리는 흔히 교육을 ‘가르치는 일’로 이해한다. 전문가는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주민은 그것을 배우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교육의 본질은 단순 전달이 아니라 상호작용이다. 사람들은 설명만으로 배우지 않는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질문하고 생각을 교환하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배
지방선거가 끝나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때, 필자의 칼럼 제목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릴 독자들이 계실 거다. "지방선거 논평, 이란 전쟁, 종전 협상, 에볼라 바이러스의 공포...”등 굵직한 뉴스들이 연일 쏟아지는 시급한 때에, 왜 하필 '돼지' 이야기인가?" 하고 말이다.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의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땅의 현실을 들여다본다면, 이 질문이 절대 가볍지 않다. 국내 축산물품질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도축되는 돼지는 하루 평균 약 5만 마리~5만 5천 마리 수준이다. 이는 연간 1,800만~1,900만 마리로 시간 단위로 쪼개어 보면 한 시간마다 약 2,100 ~ 2,300마리이고 1분당 약 35~38마리씩 도축하는 셈이다. 치킨, 삼계탕 등으로 소비량이 연간 10억 마리 이상 도축되는 닭은 초당 30마리이니 수치상으로 닭보다 적은 것 같다. 하지만 돼지는 닭보다 덩치가 훨씬 크고 수명이 긴 포유류라는 점에서, ‘1분에 약 36마리’, 즉 ‘2초에 1마리 이상’씩 도축된다는 수치는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이 엄청난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 집단 사육과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가동될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학자 샤츠 슈나이더는 일찍이 말했다. "정당의 공천은 선거의 핵심이다. 공천을 지배하는 자가 정당을 지배하고, 정당을 지배하는 자가 국가를 지배한다." 이 명제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아니, 오히려 거대 단일 여당 구조가 고착된 지금의 한국 정치에서는 더욱 예리하게 적용된다. ◇ 경쟁 없는 권력이 만들어내는 정치 역설, 민주주의 퇴행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이후, 한국 정치 지형은 근본적으로 재편되었다. 내란 세력의 본산이라는 비판을 받는 국민의힘은 극우화와 내분을 거듭하며 사실상 실질적 야당의 기능을 상실했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역설적 지위에 놓였다. 경쟁할 상대 없는 거대 단일 여당. 이것은 축복처럼 보이지만, 대의정치의 역사는 이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반복해서 증언해 왔다. 경쟁이 사라진 권력은 반드시 변질된다. 이것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정치학자 클레그와 메어가 경고한 '카르텔 정당화'는 바로 이 조건에서 가속된다. 외부 경쟁자가 없을 때, 정당은 당원들의 의사와 국민이 맡긴 역사적 과업 완수보다 내부 세력 규합을 앞세우기 시작한다. 공천은 가치와 자격이 아니라 충성과 계파의 언어로 재편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