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이 인간의 노동을 기계로 대체한 혁명이었다면, AI는 인간의 지적 노동까지 대신하는 새로운 문명의 전환이다. 세계 경제학자들이 산업혁명보다 더 큰 충격을 경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16명을 포함한 세계 정상급 경제학자와 AI 연구자 200여 명이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3개 항, 이들은 4 문장으로 구성된 이 성명에서 “AI가 인류의 생활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가능성이 있는 반면에 대규모 일자리 대체와 소득 불평등 심화라는 위험도 동시에 안고 있다”고 이들은 경고했다. 이미 경제는 성장하지만, 일자리는 늘지 않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일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경제성장률의 회복을 기대하지만 고용지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의 투자 방향도 달라졌다. 아마존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면서도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투자에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사람을 줄이는 대신 서버와 반도체, AI 시스템에 투자하는 것이 기업의 새로운 성장 전략이 된 것이다. 그러나 세계가 AI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
한국에서 수퍼 토스칸(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엄격한 이탈리아 와인 규정(DOC)을 따르지 않고,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 국제 품종을 블렌딩하여 만든 최고급 와인)이 널리 알려진 계기 중 하나는 고(故) 이건희 회장이 즐겨 마셨다는 사실이다. 그가 사랑했던 사시카이아(Sassicaia), 오르넬라이아(Ornellaia), 솔라이아(Solaia) 같은 와인들은 수퍼 토스칸의 상징적 존재들이다. 수퍼 토스칸은 특정 지역 명칭이 아니라 토스카나 전역에서 생산 가능하나 역사적 출발점은 분명하다. 바로 볼게리(Bolgheri)다. 토스카나 서해안의 작은 마을 볼게리는 해풍, 사질토, 자갈 기반의 토양, 낮은 생산량이 결합해 이탈리아에서 가장 강력한 보르도 블렌드를 탄생시켰다는 점이다. 와인의 가격은 밭의 희소성과 테루아의 독창성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이건희 회장이 볼게리의 잠재력을 주목했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벌써30년 전의 일이다. 그가 발견했던 테루아의 힘은 이제 세계적 브랜드 가치로 완전히 실현되었고, 볼게리는 더 이상‘발견의 대상’이 아니라‘투자 자산’이 되었다. 그렇다면 오늘, 30년 전의 볼게리처럼 아직 저평가되어 있으면서도 잠재력이
한국은행이 오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은 인상 이유를 고물가를 잡고, 급증한 가계부채를 억제하며,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경제학 이론대로라면 금리를 올리면 돈의 흐름이 둔화한다. 소비와 투자가 줄어 물가가 안정되며, 대출도 감소해 집값과 가계부채가 진정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현실을 살아가다 보면 그렇지만은 것 않다. 정말이지 오늘의 고물가와 가계부채, 그리고 집값 급등이 금리를 조금 늦게 올렸기 때문에 생긴 문제이며, 정말 그 책임을 지금 대출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이자를 부담시키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가 의문이 든다. 최근 몇 년간의 물가 상승은 단순히 시중에 돈이 풀린 탓도 있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불안, 전쟁과 같은 외부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집값 역시 공급 부족, 지역별 개발 기대감, 세제와 금융정책, 투자 심리 등 수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가계부채 또한 단순히 금리가 낮아서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높은 집값을 감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출을 선택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다면 집값이 치솟았을 때 과연 서민들이 투기를 주도했는가. 장을
기업에는 계획이 필요하다. 연초에는 사업계획을 세우고, 분기마다 목표를 점검하며, 하반기가 시작되면 전략을 다시 조정한다. 어떤 시장을 공략할지, 어떤 제품을 키울지, 어떤 고객을 우선할지, 어떤 비용을 줄이고 어떤 투자를 이어갈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미래를 바꾸는 것은 계획 그 자체가 아니다. 계획은 방향을 정하는 역할을 하지만, 성과는 결국 현장에서 움직일 때 만들어진다. 전략은 실행될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처음에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시장에 적용해 보고,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갈 때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인력과 자금이 제한된 상황에서 작은 판단 하나도 매출과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정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제한된 자원 속에서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완벽한 계획보다 실천 가능한 행동을 먼저 정하고, 시장의 반응을 보며 방향을 조정해 가는 힘이 중요하다. 기회는 준비가 끝난 뒤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향해 움직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시장은 기업이 준비를
이번 월드컵 축구를 보면서 세상이 얼마나 평평해졌는지 새삼 실감했다. 예전에는 몇몇 축구 강국만이 세계 무대를 지배했으나 이제는 다르다. 결정적인 골잡이 스타플레이어와 이들을 돕는 팀워크를 앞세운 나라들이 두각을 보였다손 치더라도 경기가 계속될수록 이들팀이 의외의 팀에게 무너지거나 역전승으로 기사회생해야만 했다. 특히 강팀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고 과감한 역습을 펼치는 나라들의 경기를 보며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웠던 장면이다. 많은 선수가 유럽과 세계 각국의 리그에서 국적이 아니라 실력으로 경쟁하며 성장했다. 그럼으로써 축구의 국경은 점점 낮아졌고, 디지털 기술과 글로벌 인적 교류는 세계를 하나의 운동장으로 만들었다. 이는 경제와 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경우 첨단 산업과 조선, 반도체, 방산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적인 무역 국가로 성장했다. 최근 월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 1,000억 달러를 넘었다. 이는 세계 네 번째 기록이며, 이대로 간다면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과 세계 수출 4위 진입도 기대되고 있다. 기술력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도 국제 경쟁에서는
정부가 지난주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3대 분야에 정부는 1500조원을 투자하겠다면서 AI강국으로 한반도를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과 SK가 투자하겠다는 4755조원을 생각하면 그 숫자에 압도당할 만하다. 국토를 새롭게 할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가 얼마만큼 실행될 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사회의 대변화를 촉발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그렇다면 AI시대에 복지는 어떻게 변할까? 저부담, 저복지로 인해 세계 최고의 자살율 국가, 세계 최저의 출생율을 기록하는 이 국가에서 여전히 AI강국은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AI가 만들어갈 거대한 프로젝트도 필요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사람들과 함께 가는 AI복지도 중요하다. ◇ 현장에서 시작한 AI복지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산자락이 집을 에워싼 조용한 마을. 이 마을에는 하루에 버스가 네 번 다닌다. 77세 이복순 씨는 눈을 뜨자마자 거실 스피커에 말을 건넨다. "복순 씨, 오늘 혈압약 챙겼어요?" 기기가 먼저 물어온다. 짧은 대화가 10킬로미터 떨어진 생활지원사 박 씨의 태블릿에 기록된다. 경기도가 2024년 6월 전국 최초로 조성한 'AI 시니어 돌봄타운'의 일상이다. 이
수확을 앞둔 곳곳의 양파밭이 트랙터로 갈아엎어졌다. 가격이 폭락하자 농민들이 최저생산비 보장을 요구하며 밭을 갈아엎는 투쟁에 나선 것이다. 전남 무안, 전북 완주, 경북 김천, 경남 함양 등지에서 전국양파생산자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양파밭 갈아엎기 투쟁을 벌였고, 언론은 생산량 증가와 소비 부진으로 양파 가격이 평년보다 30% 이상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한국 농업의 오래된 모순이 재차 드러난 장면이다. 장바구니 물가가 올라 소비자는 고통받고, 가격이 폭락해 농민은 밭을 갈아엎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럴수록 정교하게 작동해야 할 생산과 유통, 소비 연결 시스템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 흔들리는 먹거리 체계 한편, 지금 세계의 먹거리 체계는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기후위기는 농업 생산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폭염, 가뭄, 집중호우, 병해충 증가는 농산물 생산량과 품질을 저해하고, 이는 곧 장바구니 물가와 식량안보 문제로 이어진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후변화가 식량안보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농식품 시스템 역시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위기의 영향을 동시에 받으면서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다고 했다. 즉 기후위
둘째 아들 결혼식에서 나는 울었다. 주례사가 없는 대신 3분 안에 덕담해달라는 녀석들의 부탁을 받았다. 원고를 미리 준비했다. "너희도 자식을 낳고 부모가 되어 봐야 한다…" 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그 순간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오르면서 그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목이 메었다. 나를 공부시키겠다며 편안한 교편생활을 접고,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오신 아버지. 아버지는 가기로 예정된 기업의 간부 자리가 무산되고 온갖 사업을 벌이시다가 내가 군대에 간 사이에 과로로 쓰러졌다. 그 뒤 10년간 병석에서 고생하시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 길지 않은 삶을 생각하는 순간, 아들의 결혼이라는 가장 기쁜 날에 내 안에서 오래 잠자고 있던 시간이 갑자기 깨어나고 만 거였다. 이를 악물고 울면 안 된다고 스스로 다그쳤다. 그러나 가슴 밑바닥에서 치고 올라오는 감정은 의지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30여 초가 흘렀을까? 겨우 마음을 추스른 나는 원래 준비했던 이야기를 건너뛰어 "쉽게 말해 너희들도 아이를 가져보라는 말이다"라고 얼버무리고 하객들을 향해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말들은 대부분 한 글자입니다. 물, 흙, 밥, 쌀, 몸, 눈, 코, 귀, 돈…. 그중에서도
뉴욕타임스가 최근 ‘10년 전만 해도 농업 분야 벤처 캐피털의 총아로 통했던 미국의 수직 농업, 혹은 한국의 스마트팜이 문을 닫았거나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수직 농장이 노지 농업과 경쟁하려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Vertical Farms Tried to Compete With Open Field Farming. It Isn’t Going Well」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수직 농업이나 스마트팜은 도시의 빌딩 안에서 LED 조명 아래 채소를 키우고, 센서와 인공지능이 농부의 경험을 대신하며, 농업은 더 이상 자연에 의존하는 산업이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첨단 산업으로서 기후 위기와 식량안보 시대를 해결할 혁신 기술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신문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에서는 대형 수직 농업 기업들이 잇따라 파산하거나 사업을 축소했다. 국내에서도 스마트팜은 일부 성공 사례만 부각할 뿐 산업 전체의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은 여전히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정책과 산업계는 여전히 '미래 농업'이라는 구호를 반복하고 있다. 수직 농업의 핵심은 자연을 인공적으로 재현하
우리나라의 자동차 시장은 국토교통부의 노력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약 150조원 규모의 자동차 에프터마켓 중에서 중고차 분야가 40조원이 훨씬 넘는 매머드급 시장으로 성장했다. 과거에는 심각한 소비자 피해와 사회적 부장용으로 가장 탁후된 영역이었으나 국토부의 객관적 가치 평가를 위한 성능상태점검기록부 교부와 법정 품질보증제도를 도입해 사업자 거래 시의 의무화하면서 시장 환경이 크게 개선되었다. 그러나 최근 주무 부서인 국토부에서 중고차의 소비자 보상제도의 중심이 되는 성능점검자의 책임보험을 폐지하고 중고차 판매자의 보험체계 중심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개편안은 시장 재편 세력에 휘룰려 소비자 보호를 후퇴시키고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 중고차 시장의 허위매물과 부실 점검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지만 현재의 정부 개편 방향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경기도지사 시절 중고차 시장 정상화 토론회에서 "누군가를 속여 부당한 이익을 얻는 행위를 없애고 질서 파괴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이 대통령은 "작은 문제가 있으면
이란 전쟁 이후 세계 경제의 질서가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는 신문과 방송에서 매일 쏟아진다. 이란 전쟁의 기본 휴전 합의, 미국과 중국의 경쟁, 에너지 가격, 물가, 이자율, 공급망 재편, 인공지능 혁명 등등 그러나 대다수 사람에게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거대한 역사적 변화는 결국 개인의 삶으로 흘러 들어온다. 물가가 오르고, 일자리가 바뀌고, 집값과 금리가 움직이며, 자녀 교육의 방향도 달라진다. 문제는 이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지난 30년의 성공 방정식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대는 과거와 다를 가능성이 높다. 지난 세대의 경제는 성장의 시대였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며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발전의 기준이었다. 기업은 매년 더 큰 성장을 요구받았고, 개인은 더 높은 연봉과 더 큰 집, 더 많은 소비를 추구했다. 경제성장은 곧 행복이라는 믿음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세계는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점점 현실이 되고 있으며, 자원은 무한하지 않다. 인구는 감소하고, 에너지는 비싸지고, 지정학적 위험은 커지고 있다. 경제는
지방선거의 광풍이 지나간 지 한달 여가 되었다. 그 많은 정치 평론가들의 예상과 전망은 다시 돌아보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말의 상찬이 지나가고 되줍기가 그런지 다른 상찬을 준비한다. 여당의 당권경쟁과 월드컵 예선 탈락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지방선거 기간을 잠시 되돌아보자. 높은 대통령의 지지로 여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야당은 지리멸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투표함을 열었을 때 반전이 일어났고, 누구도 이기지 못한 결과였지만 여야의 기득권들은 자신들이 이겼다고 자평했다. ◇ 지방선거와 월드컵 예산탈락의 공통점 재미있게도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와 월드컵 예선 탈락은 공통점이 괘 많아 보인다.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더 답답하다. 그리고 그 문제 핵심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누가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 지에 다다르면 더욱 난감해진다. 먼저 지방선거부터 보자. 대부분의 공천권이 중앙 양당정치에 귀속되어 후보로 나온 이들은 지역 문제를 얼마나 인식하고 풀어갈 의지와 역량이 있느냐는 것보다 당에 얼마나 충성할 건가로 공천된다. 양당이 만들어 놓은 제한된 선택권에 국민이 투표를 하려고 하니 투표율이 낮을 수밖에 없고, 이번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자는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