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 NDC·전력수요 증가 반영하면 석탄발전 퇴출 오히려 빨라질 가능성
-2040년 이후 설계수명 남는 석탄 21기...폐지 시한·정부 권한 현행법엔 빠져
-전문가·국민 조사 모두 ‘현금 보상보다 대체사업권’ 선호...배출권 수입 활용 제안
-안보전원 놓고도 논쟁...“전력안정 장치 필요” vs “탈석탄 예외 통로 우려”
정부가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퇴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를 실제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발전소 폐지 시점과 좌초자산 보상, 전환 비용 분담 등을 명확히 하는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앞으로 전력수요가 크게 늘더라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지키려면 석탄발전을 오히려 예상보다 빨리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조기 폐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좌초자산은 최대 20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어 발전사에 대한 보상 원칙과 재원 조달 방식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30일 국회기후변화포럼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2040 대한민국 탈석탄을 위한 정책 및 입법 과제’ 토론회에서는 2040년 탈석탄의 최대 과제로 △석탄발전 폐지 시점 법제화 △민간 발전사 좌초자산 처리 △안보전원 지정 기준 △노동자·지역사회 전환 △재원 마련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최근 제정된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은 노동자와 폐지지역을 지원할 법적 틀을 처음 마련했다. 법은 지난달 15일 공포돼 2027년 9월 시행되며 일반회계와 기후대응기금,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을 지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발전소별 폐지 시한이나 사업자에게 조기 폐지를 명령할 수 있는 정부 권한 등은 명시하지 않았다.
현재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는 기존 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폐지될 석탄발전 39기와 별개로 2040년 이후에도 설계수명이 남는 21기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측 전기본 토론회에서는 이 가운데 10기 안팎을 비상시에 활용하는 ‘안보전원’으로 남기는 방안도 제시된 상태다.
◇ 전력수요 늘면 석탄 더 필요?...“배출 제약 걸면 오히려 조기 퇴출”
안영환 숙명여대 교수는 이날 2035 NDC와 향후 전력수요 전망을 반영한 전력시스템 모형 분석을 통해 “전력수요 증가가 곧 석탄발전 연장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분석에서는 전력수요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동시에 제약했을 때 늘어난 수요를 LNG와 재생에너지 등으로 충당하면서 탄소배출량이 많은 석탄발전의 이용률이 빠르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수요 전망에서는 석탄발전이 2042년께까지 일부 가동되는 결과가 나왔지만, 메가프로젝트 등을 반영해 수요를 상향한 시나리오에서는 2035년 무렵 석탄발전량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졌다.
안 교수는 “전력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석탄발전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퇴출해야 할 수도 있다”며 “정해진 배출 제약 안에서 발전량을 확대하려면 석탄을 줄이고 LNG와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구조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분석에 따르면 2040년 이후까지 설계수명이 남는 석탄발전 21기를 대상으로 추정한 좌초자산은 시나리오에 따라 대략 11조~20조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기준 이용률을 50%로 설정한 경우 한 시나리오에서는 약 18조6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비교적 최근 준공된 민간 발전소는 투자비 회수 기간이 짧아 공공 발전사보다 좌초자산 부담이 더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 ‘전액 현금 보상’보다 대체사업권...국민 절반 “월 3230원 부담 가능”
좌초자산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는 단순한 현금 보상보다 폐지 사업자에게 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이 에너지·환경·전력 분야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좌초자산 대응 방안으로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으로 대표되는 ‘대체사업권 부여’가 우선적으로 제시됐다.
직접적인 좌초자산 보상과 발전자산 공공 인수, 안보전원 지정 등이 뒤를 이었다. 개별 정책에 대한 찬반 조사에서는 안보전원 지정과 고정비 보전에 대한 찬성률이 70%, 조기 폐지 전 가속상각과 정산 규제 완화가 65%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정 연구위원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민간 석탄발전 사업자에 대한 일정 수준의 보상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9.9%였다”며 “다만 투자손실 전반을 보상해야 한다는 응답은 11.7%에 그친 반면, 주주 이윤은 제외하고 원리금 상환을 중심으로 최소 보상해야 한다는 응답이 48.2%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탈석탄 비용을 전기요금으로 부담할 의향을 묻는 조사에서는 국민 절반이 수용할 수 있는 중앙값이 월 3230원으로 분석됐다.
이를 전체 가구에 적용하면 연간 약 9100억원, 현재가치 기준 5년간 약 3조9500억원, 10년간 약 7조12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다만 이 규모만으로는 예상되는 좌초자산을 모두 충당하기 어려워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 등을 병행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 조사에서도 보상 재원으로 가장 먼저 고려할 수단으로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수입이 꼽혔다.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이 확대될 경우 여기서 발생하는 정부 수입을 발전소 폐지와 산업전환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이나 전기요금 등 소비자 부담을 일부 병행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지원법만으로는 부족”...폐지연도·정부 권한 명문화 요구
입법 측면에서는 최근 마련된 특별법이 ‘지원’에는 초점을 맞췄지만 정작 석탄발전의 ‘폐지’를 강제할 수 있는 장치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집중됐다.
박시원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특별법에는 석탄발전의 폐지 시한과 폐지 권한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아 사업자의 폐지계획 제출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발전소 폐쇄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전환 계획이나 노동자의 직무전환·재배치, 기업의 대체산업 투자도 미리 준비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폐지 시한과 발전량 감축 일정을 법률에 명시하고 정부의 폐지 권한, 조기 폐지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안보전원의 지정 규모·기간·가동시간 등을 함께 규정해야 한다”며 “지원과 폐지를 별도의 특별법으로 나누기보다는 기존 법을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형태로 개정해 하나의 제도 안에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원 없는 탈석탄도 불가능하고 탈석탄 없는 지원도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할 수 없다”며 폐지와 지원이 동시에 작동할 수 있는 법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안보전원도 최대 쟁점...“예외 인정하더라도 기간·규모 제한해야”
2040년 이후 일부 석탄발전을 비상용으로 남기는 ‘안보전원’ 역시 향후 입법 과정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전력계통 안정성을 위해 비상 전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반면, 별도의 종료 시한 없이 석탄발전을 존치시키면 사실상 2040 탈석탄의 예외 조항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왔다.
토론자들은 안보전원을 운영하더라도 필요성 검증과 함께 대상 발전기 수, 지정 기간, 실제 가동시간, 고정비 보상 방식 등을 법률 차원에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관리 등 다른 수단으로 전력안정을 확보할 수 있는지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최형식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안보전원으로 지정된 발전기는 일반적인 조기 폐지 발전소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안보전원으로 지정된 발전기는 폐지가 아니라 대기 운전을 요구받는 것”이라며 “이에 맞는 고정비 보전 방식을 별도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2040년 석탄발전 폐지와 안보전원 전환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야 시장과 지역사회에 예측 가능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수홍 녹색연합 에너지팀장은 안보전원이 탈석탄 목표를 늦추는 예외 조항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박 팀장은 “안보전원이 일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탈석탄의 예외 통로가 돼서는 안 된다”며 “전력수급을 이유로 석탄발전을 별도의 종료 시한 없이 남겨두면 2040 탈석탄 목표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보전원이 실제 필요한지부터 엄격히 검증하고,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에도 몇 기를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가동할지 명확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2040 탈석탄의 성패는 ‘언제 발전소를 끌 것인가’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조원대 비용을 누가, 어떤 원칙으로 부담하느냐에 달려 있다. 토론회에서 제시된 방향은 현금성 보상만으로 해결하기보다 발전사의 재생에너지 등 대체사업 전환을 유도하고, 불가피한 미회수 투자비에는 일정한 보상 원칙을 세우며,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과 소비자 부담을 조합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폐지 일정이 법적으로 확정돼야 발전사와 노동자, 지역사회도 2040년을 향한 전환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게 이날 논의의 공통된 문제의식이었다. 12차 전기본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21기의 처리 방향과 안보전원 범위, 후속 입법의 형태가 2040 탈석탄 정책의 핵심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