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드론과 로봇, 인공지능(AI) 기반 무인체계의 구매부터 시험·배치까지 전담하는 4성 장군급 ‘자율전 사령부’(AutoWarCom) 신설을 추진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통해 드론이 미래전의 핵심 전력으로 부상하면서 기존의 장기간 무기 조달 체계에서 벗어나 저가 무인체계를 신속하게 대량 확보하기 위한 군사 혁신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2027년 10월 가동을 목표로 자율전 사령부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버지니아주 해병대 기지에서 “자율전 사령부가 새로운 드론과 로봇 장비 도입에서 현대 군사 역사상 가장 빠른 평시 전환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초기 설립 작업은 전직 해병대원이자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오언 웨스트와 해군 특수부대(SEAL) 출신 시험조종사 맥스 스트래서가 맡는다. 정식 출범할 경우 미 사이버사령부와 우주사령부에 버금가는 독립적 군사조직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미 국방부는 자율전 사령부 구축과 함께 ‘프로젝트 아쟁쿠르’(Project Agincourt)를 추진한다. 드론과 로봇 등 무인체계의 시험과 구매, 실전 배치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방부는 드론과 드론 대응 기술에 740억달러(약 100조5천억원)를 투입하는 예산안을 제안했으며 자율전 관련 지출도 현재의 3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명칭은 1415년 백년전쟁 당시 영국군이 장궁을 앞세워 수적으로 우세한 프랑스군을 격파한 ‘아쟁쿠르 전투’에서 따왔다. 드론과 AI 등 새로운 기술이 기존의 전력 격차를 뒤집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핵심은 기존 무기 개발·조달 절차를 간소화하고 민간 기업의 상용 기술을 빠르게 군 전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러 업체의 장비를 실제 작전과 유사한 환경에서 경쟁시키는 이른바 ‘건틀릿’(gauntlet) 방식도 확대한다.
성능이 검증된 제품은 평가 결과가 나온 뒤 수주 안에 주문하고 제품별 평가 순위도 공개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콜로라도에서 진행된 시험에서는 쿼드콥터 드론들이 차량 공격과 터널 통과, 건물 내부 비행, 표적 탐색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참가 드론에는 대당 4천달러(약 543만원) 미만이라는 가격 조건과 미국 내 생산 및 미국산 부품 사용 등의 요건이 적용됐다.
국방부는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수천 대의 로봇 시스템을 일선 부대에 보급했으며 일부 장비는 중동 작전 지원에도 투입됐다고 밝혔다. 앞으로 폭격용 드론과 무인정 등으로 시험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미 국방부는 무인체계의 신속한 전력화와 별도로 미래전의 장기적인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프로젝트 메리디언’(Project Meridian)도 추진한다.
헤그세스 장관은 일론 머스크와 팔머 럭키 등 기업인과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등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에밀 마이클 국방부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이들과 미래 전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120일 이내에 연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미군 기지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한 ‘포트리스 아메리카’(Fortress America) 조직도 신설한다. 사이버 공격이나 파괴공작으로 민간 전력망이 마비되더라도 군사기지가 자체적으로 전력을 확보해 작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군 기지의 전력 자립과 공급망 강화, 드론·사이버 공격에 대한 방어 능력 향상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미 국방부의 이 같은 조직 개편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통해 저가 드론의 대량 운용과 신속한 기술 개량 능력이 현대전의 핵심 요소로 부상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통적인 무기체계는 개발부터 시험·계약·생산·배치까지 수년이 걸리는 반면 드론은 짧은 기간에도 기술과 전술, 대응체계가 빠르게 변화한다. 미국은 기존 조달체계로는 이 같은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보고 저가 무인체계를 대량 확보하고 AI와 결합하는 방향으로 전력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미군 내부에서는 우려도 제기된다. WSJ에 따르면 미 합참은 올해 초 드론 전담 통합전투사령부를 신설할 경우 기존 육·해·공군의 시험·구매 권한과 충돌해 지휘·권한 체계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율전 사령부 창설 계획을 지지하고 있다며 기존 조직의 저항을 감수하더라도 무인체계 중심의 군사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