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내수시장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수출 확대와 함께 해외 현지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남아와 중남미에 이어 유럽까지 생산 거점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30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해외 생산 능력은 2025년 기준 약 170만대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현재 추진 중인 공장 신설과 증설 계획 등을 감안하면 2030년 해외 생산 능력이 300만대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는 해외 생산 확대에 가장 적극적이다. 2024년 7월부터 연산 15만대 규모의 태국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우즈베키스탄과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에도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유럽에서는 헝가리 세게드에 연산 15만대 규모의 첫 승용차 생산공장을 건설해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생산 능력을 연간 30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체리자동차는 스페인 자동차업체 에브로와 손잡고 바르셀로나의 옛 닛산 공장에서 자동차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9년까지 연간 최대 15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상하이자동차(SAIC)도 스페인 북서부에 유럽연합(EU) 내 첫 생산공장을 설립해 2028년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생산 규모는 연간 12만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중국 업체들은 공장을 직접 신설하는 것뿐 아니라 기존 완성차 업체의 유휴 생산시설을 인수하거나 위탁생산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BYD와 창청자동차(GWM)의 브라질 공장은 각각 포드와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존 공장을 인수해 2025년 생산을 시작했다. 리프모터도 스텔란티스의 스페인 공장을 활용해 합작 생산에 나선다.
중국 업체들의 해외 생산 확대는 수출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해외 공장 절반 이상은 동남아시아에 집중돼 있으며 계획된 생산 물량의 80% 이상이 중국에서 부품을 수출해 현지에서 조립하는 KD 방식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지 생산이 확대될수록 중국산 자동차 부품 수출도 함께 증가할 수 있는 구조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 자동차 수출은 609만9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71% 증가했다.
현지 생산 확대에 따른 시장 점유율 상승도 가시화하고 있다. 브라질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합산 점유율은 2024년 6.9%에서 올해 1∼8월 누적 17.8%로 높아졌다. 특히 현지 공장 가동이 본격화한 이후 점유율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최근에는 23%까지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시장에서도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자동차의 유럽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약 65% 증가했고 시장 점유율은 11%까지 상승했다.
다만 중국 업체들의 외형 성장에 비해 수익성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BYD와 지리자동차 등 중국 주요 완성차 5개사의 매출은 2019년 1780억달러에서 지난해 3051억달러로 7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4%대에 그쳤다. 낮은 수익성을 감수하면서도 생산과 판매를 확대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EU의 산업정책 변화도 중국 업체들의 현지 생산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EU는 전기차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역내 부품 사용과 현지 생산을 유도하는 산업가속화법(IAA) 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 중심에서 현지 생산으로 전략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유럽 내 생산 기반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경우 규제 대응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한솔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조사실 책임은 중국 업체들의 유럽 진출이 단순한 수출 확대를 넘어 현지 생산 기반 구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중국발 경쟁 압력이 단기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