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칩을 담보로 한 고객사 대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위험을 보험사와 외부 투자자에게 분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 과정에서 고객사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면서 엔비디아와 금융회사가 떠안는 위험을 낮추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른바 ‘GPU 금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 손실을 보험사와 다른 투자자들이 분담하는 다양한 구조를 보험업계와 협의하고 있다. 다만 관련 논의는 초기 단계로 실제 거래 성사 여부는 아직 불확실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대상은 ‘네오클라우드’로 불리는 신생 클라우드 업체다. 네오클라우드는 엔비디아의 GPU를 대량 구매해 AI 개발사 등에 컴퓨팅 자원을 임대하는 업체로, 빅테크보다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GPU를 담보로 대출받아 구매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엔비디아가 검토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는 네오클라우드의 대출 손실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네오클라우드가 채무불이행에 빠질 경우 대출기관이 담보로 확보한 GPU를 처분하고, 매각대금으로도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부족분을 보험사가 보전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보험이 도입되면 대출기관의 손실 위험이 줄어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네오클라우드도 자금을 조달하기 쉬워질 수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고객사의 GPU 구매 여력을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보험중개사 하우든리와 함께 관련 구조를 설계하고 있으며, GPU의 감가상각 추이와 향후 컴퓨팅 가격 전망 등의 자료를 최소 한 곳의 보험사와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가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래 규모가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보험사가 인수한 위험 일부를 헤지펀드 등 대체자산 투자자에게 다시 이전하거나 보험사와 헤지펀드, 자산운용사 등이 공동으로 손실 위험을 분담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미 월가 금융회사들과 손잡고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골드만삭스와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등 금융사들과 5000억달러 이상 규모의 AI 컴퓨팅 금융 플랫폼을 출범시키고 일부 거래에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거래별 심사를 거쳐 일부 거래에 거래 규모의 최대 25% 범위에서 GPU의 잔존가치를 보증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고객사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담보 GPU를 처분했는데도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부족분 일부를 보전하는 구조다.
AI 칩 금융에서 핵심 변수는 GPU의 향후 가치다. 자산평가업체 바커AI는 2022년 출시된 엔비디아 H100 GPU 8개가 탑재된 시스템의 현재 가치를 약 32만달러로 추산했다. AI 컴퓨팅 자원의 공급 부족으로 출시 당시와 비슷한 수준의 가치가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공급 부족이 해소될 경우 H100 시스템의 가치는 1년 뒤 현재의 약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지고, 6년 뒤에는 약 3만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바커AI는 전망했다. 담보로 잡힌 GPU의 가치가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면 금융회사와 보험사의 손실 위험도 커질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AI 칩의 가치 하락을 보장하는 ‘잔존가치 보험’을 비롯해 신용위험과 전력 공급 중단, 냉각설비 고장에 따른 데이터센터 계약 불이행 등을 보장하는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FT에 “AI 인프라는 독보적으로 생산적이고 내구성이 있으며 대체 가능한 투자 자산군”이라고 밝혔다. 황 CEO 역시 GPU 등 AI 칩을 항공기처럼 가격이 높고 장기간 활용할 수 있는 ‘투자 가능한 자산’으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