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걸프지역 국가들이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14일(현지시간) 오만에서 머리를 맞댄다. 지난 2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과 이란의 고위급 인사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오만의 주선으로 GCC 6개국과 이란의 외무장관들이 14일 오만 남부 살랄라에서 만나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 재개 방안을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동에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쿠웨이트·바레인·오만 등 GCC 6개국과 이란이 참여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걸프 산유국들의 경제적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역내 국가들이 이란과 직접적인 해법 모색에 나선 것이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 6월 합의한 종전 양해각서가 사실상 와해된 이후 미국은 군사·경제적 압박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그러나 이란과 오만은 별도로 선박 운항을 위한 임시 통항로를 구축하기 위한 협상을 이어왔다.
양국은 지난달 하순 걸프해역으로 진입하는 선박은 이란 영해를, 걸프해역에서 나가는 선박은 오만 영해를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해협의 선박 운항을 우선 정상화한 뒤 보다 포괄적인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회동이 성사된 데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에 따른 GCC 국가들의 경제적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GCC 6개국은 모두 주요 산유국으로 호르무즈 해협은 이들 국가의 핵심 원유·가스 수출 통로다. 봉쇄가 장기화할수록 에너지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뿐 아니라 해외 자본과 인력을 유치해 경제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걸프 국가들의 중장기 성장 전략에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GCC 국가들은 미국의 군사·경제적 압박만으로는 단기간 내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적인 통항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란과 직접 협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란과의 적대적 관계가 지속될 경우 에너지 수출은 물론 투자와 관광, 금융 등 각국이 추진하는 경제 다변화 전략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소식통은 FT에 “이란과 오만의 목적은 GCC를 호르무즈 해협 협상에 동참시킨 뒤 이를 통해 미국이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를 풀도록 압박하는 것”이라며 “GCC 국가들은 임시 합의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선박 통항을 확보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다만 해협의 통제권을 둘러싼 이란과 주변국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마주한 오만은 전쟁 이후에도 이란과 대화 채널을 유지하면서 자유로운 선박 통항 재개를 중재해왔다. 반면 이란은 무료 통항을 허용하더라도 선박이 이란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항 재개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과 통제권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란은 임시 통항 합의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도 별개의 문제로 보고 있다.
이란은 임시 통항로 운영에 합의하더라도 미국이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를 해제하고 원유 수출을 허용하는 한편 동결자산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는 등의 양보를 해야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14일 회동에서 이란과 GCC 국가들이 임시 통항 방안에 합의하더라도 미국의 대이란 정책 변화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정상화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회동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역내 국가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직접 해법을 논의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미국과 이란 사이의 근본적인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긴장 완화를 위한 상징적 외교 행사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카타르와 오만 등 중재국들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되살리기 위한 외교적 접촉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중동의 주요 해상 운송로를 둘러싼 긴장은 오히려 확산하는 양상이다.
결국 14일 살랄라 회동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임시 통항을 우선 확보하려는 GCC 국가들과 이를 미국의 대이란 압박 완화로 연결하려는 이란 사이에서 어느 수준의 접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