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내부통제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고객확인의무(KYC) 위반에 따른 금융당국 제재가 잇따라 나오면서 강태영 농협은행장 체제의 내부통제 실효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농협은행은 계좌 개설 과정에서 고객확인의무를 56차례 위반해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과태료 5억5450만원을 부과받은 데 이어 이달에도 고객확인의무 위반으로 과태료 2590만원의 추가 제재를 받았다.
다만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위반 행위는 2021년에 발생한 것으로 지난해 제재 이후 새로운 위반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과거 농협은행의 고객확인 절차에서 발생한 허점이 강태영 행장 취임 이후 잇따라 금융당국 제재로 드러나면서, 앞선 대규모 제재 이후 유사 사례를 얼마나 철저히 점검하고 개선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10개월 만에 또 KYC 제재...기본 확인 절차서 허점
8일 금융권에 따르면 FIU는 지난 2일 특정금융정보법 위반을 이유로 농협은행에 과태료 2590만원을 부과했다. 문제가 된 거래는 2021년 9월부터 11월까지 고객 본인이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우자가 대신 개설한 ETF 특정금전신탁 계좌 3건이다.
농협은행은 당시 위임장 등 관련 서류를 통해 배우자에게 실제 계좌 개설 권한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에도 고객확인의무 위반으로 과태료 5억5450만원을 부과받았다.
2020년 11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총 12명 명의의 56개 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고객이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았는데도 기존 실명확인증표 사본을 재사용하거나 고객확인 관련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FIU는 이를 일반 고객확인의무 위반 31건과 강화된 고객확인의무 위반 25건 등 총 56건으로 판단했다.
두 제재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것은 금융회사가 고객이나 대리인의 신원·권한을 확인하는 기본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 AML 조직 79명 두고도...강태영 체제 내부통제 실효성은
KYC는 금융회사의 자금세탁방지(AML·Anti-Money Laundering) 체계를 구성하는 핵심 절차다. AML은 범죄수익 등 불법 자금이 금융거래를 통해 정상적인 자금으로 위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객 신원과 거래 목적 등을 확인하고 이상거래를 점검하는 내부통제 체계다.
농협은행은 준법감시인 산하 자금세탁방지부에 79명의 전담인력을 두고 AML기획팀·AML고객확인팀·AML분석팀·AML해외팀 등 4개 팀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 위험등급도 기존 4단계에서 12단계로 세분화하는 등 AML 관리 강화를 강조해 왔다.
강태영 행장 체제에서도 임직원 AML 교육과 관련 지표의 핵심성과지표(KPI) 반영 등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대규모 조직과 시스템을 갖추고도 고객확인의무 위반 사례가 잇따라 금융당국 제재로 확인되면서 실제 일선 영업점의 업무 관행까지 개선됐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지난해 56건의 KYC 위반으로 5억원이 넘는 과태료를 받은 이후 농협은행이 전체 영업점이나 유사 거래를 대상으로 전수점검을 실시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전수점검을 실시했다면 점검 대상과 추가 적발 건수, 개선된 전산 통제 절차 등을 공개할 필요가 있고, 별도 점검을 하지 않았다면 대규모 위반이 확인된 이후에도 유사 위험을 선제적으로 점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내부통제 강화를 부르짖었던 강태영 체제에 제기되는 문제는 과거 발생한 KYC 위반 자체의 직접 책임보다 취임 이후 드러난 내부통제 취약점을 얼마나 철저하게 점검하고 개선했느냐에 있다.
강 행장이 취임 이후 금융사고 예방과 내부통제 강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만큼, 지난해 대규모 KYC 제재 이후 실제 어떤 점검과 개선 조치를 취했는지 구체적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