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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0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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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야스쿠니 직접 참배 피한 다카이치...500m 밖서 ‘요배’ 논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15일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원격 참배(요배’한 것을 두고, 일본 내에서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위배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직접 방문하지 않고 멀리서 절을 올렸으나, 총리 신분으로 종교적 행위라는 것 점에서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15일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하기 직전 약 500m 떨어진 야스쿠니 신사를 향해 두 번 절하고 두 번 박수친 뒤 다시 한 번 절하는 요배를 했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하지는 않았다. 대신 자민당 총재 명의로 ‘다마구시’로 불리는 공물 대금을 사비로 봉납했다.

 

총리 취임 전까지 야스쿠니 참배 필요성을 주장해온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이후에는 직접 참배를 자제해왔다. 지난해 가을과 올해 봄 야스쿠니 신사의 예대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한국과 중국의 반발과 외교 관계 악화를 고려한 행보로 해석돼왔다.

 

그러나 이번 패전일에는 야스쿠니를 향해 요배하면서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도쿄대 명예교수 “다카이치 ‘요배’는 정치적 퍼포먼스… 식민지 묵념 강제한 역사”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명예교수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요배를 과거 자신의 야스쿠니 참배 관련 발언을 이행하려는 의지와 한국·중국 등의 반발 사이에서 선택한 ‘정치적 퍼포먼스’"라고 평가했다.

 

다카하시 교수에 따르면 요배는 과거 태평양전쟁 등에서 전사자를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하는 ‘임시 대제’ 등이 열릴 당시 일왕의 참배 시간에 맞춰 군 주도로 이뤄졌던 의식이다.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신사를 향해 절을 올리는 방식으로, 당시 한반도와 대만 등 식민지 주민들에게도 묵념이 요구됐다.

 

다카하시 교수는 “일왕이 직접 참배하는 임시 대제는 일본군의 전의를 높이고 국민적 일체감을 조성하는 행사로 요배는 그 일부였다”며 "(다카이치 총리의 요배에 대해) 외교 문제 등을 떠나 정교분리라는 헌법 원칙에 따라 일본의 전쟁 역사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를 묻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억지력 강화’ vs ‘과거사 외면’ 일본 내 해석 분분

 

아사히신문도 자사 데이터베이스에 기록이 남아 있는 1984년 이후 일본 총리 동정에 ‘요배’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총리 관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생소한 의식이라는 반응이 나왔으며, 다카이치 총리의 요배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주변 인물도 극히 일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총리의 행보는 취임 이후 한층 선명해진 보수·안보 노선의 연장선으로도 해석된다. 다카이치 내각은 중국의 군사·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면서 자국의 군사·경제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강한 일본’을 강조해왔다.

 

패전일 전몰자 추도사에서도 과거사에 대한 인식 변화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후 처음 참석한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반성’이나 ‘부전(不戰)의 맹세’를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재집권 이후인 2013년부터 추도사에서 사라졌다가 지난해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가 13년 만에 되살린 표현을 다시 제외한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2022년 부활시킨 ‘역사의 교훈’이라는 표현도 사용하지 않았다.

 

특히 역대 총리들이 사용해온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표현을 “반복시키지 않는다”로 바꾼 점을 두고도 일본 내에서 해석이 엇갈렸다.

 

야마다 아키라 메이지대 교수는 ‘반복시키지 않는다’는 표현에 대해 일본이 과거 전쟁을 주체적으로 일으킨 것이 아니라 전쟁에 휘말린 피해자라는 역사 인식이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반면, 보수 성향인 산케이신문은 "일본이 스스로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데 그치지 않고 억지력을 강화해 외부 세력에 의한 전쟁 발생을 막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집권 자민당 지도부와 각료들의 야스쿠니 행보도 논란을 키웠다. 자민당 핵심 보직 인사 가운데 3명이 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단체 참배했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도 현직 방위상으로는 2년 만에 야스쿠니를 찾았다.

 

◇韓 정부, 일 방위상 참배 항의 초치… 다카이치 ‘요배’엔 일 우익도 불만

 

한국 정부는 일본 정치권의 야스쿠니 공물 봉납과 참배에 유감을 표명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참배와 관련해 일본 측 관계자를 초치해 항의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선택에 일본 보수 진영 일각에서도 불만이 나왔다.

 

우익 단체 잇스이카이 청년국은 지난달 26일 다카이치 총리의 요배를 두고 “적당히 얼버무리려는 어정쩡한 대응”이라며 항의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이치 총리가 직접 참배 대신 선택한 이례적인 ‘요배’를 둘러싼 논란이 외교 문제를 넘어 일본의 전쟁 책임에 대한 역사 인식과 평화헌법, 정교분리 원칙을 둘러싼 논쟁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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